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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 좋고 춤 잘 추는 파트너를 만나다니 “심 봤다”

기자
정하임 사진 정하임
[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8)
내가 주말에 콜라텍에 가서 ‘재수 좋은 날’이라 느끼는 날은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우리가 보통 재수 좋은 날이라고 하면 물질적으로 횡재한 날을 재수 좋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내 경우는 춤을 잘 추는 사람을 만난 날을 재수 좋은 날이라고 부른다.
 
콜라텍은 그야말로 춤을 추러 오는 공간이기에 상대가 춤을 잘 춰야 춤추는 기분이 난다. 춤을 잘 추지 못하는 사람과 춤을 추면 스트레스를 풀러 갔다가 스트레스를 받고 오는 날이다. 춤을 잘 추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온전히 그 날 부킹해주는 언니의 덕이기에 그날 재수라 할 수 있다.
 
나는 외모를 보고 춤을 잘 출 것 같은 사람을 고르는 안목이 있다. 나름의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외모가 살집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꼭 100% 적중하지는 않는다. 살집이 있어도 유연한 경우는 있지만 95% 이상은 말라야 춤을 잘 춘다.
 
둘째, 반듯한 자세여야 한다. 체격이 말랐어도 자세가 반듯하지 않은 사람은 춤을 꼭 잘 추지 못한다. 춤을 추는 사람은 걷는 자세라든지 서 있는 자세가 반듯한 편이다. 
 
셋째, 옷차림이 비교적 단정해야 한다. 꼭 정장이 아니어도 남방이나 티셔츠를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 옷을 단정하게 입었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자세가 됐다고 본다.
 
춤추는 솜씨는 손만 잡아도 느껴져
콜라텍에서는 상대가 춤을 잘 춰야 춤추는 기분이 난다. 춤을 잘 추지 못하는 사람과 춤을 추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오는 격이다. [사진 정하임]

콜라텍에서는 상대가 춤을 잘 춰야 춤추는 기분이 난다. 춤을 잘 추지 못하는 사람과 춤을 추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오는 격이다. [사진 정하임]

 
콜라텍에 들어서니 주말이라 많은 사람이 춤을 추고 있고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앉아 있다. 주로 남자들이 여자에게 춤을 권하는 입장이기에 아무래도 남자에게 선택권이 있다. 남자가 춤을 요청했을 때 좋으면 응하고 별로라 생각이 들면 거절하면 된다.
 
용기가 있는 사람은 부킹해주지 않아도 자신이 여자에게 직접 대시하는 경우가 있고 여자도 용감한 사람은 자신이 남자에게 직접 대시한다. 하지만 내 경우는 용기가 나지 않아 부킹해주는 사람과 춤을 춘다. 남자들을 바라보니 별로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이 없다. 
 
그러다 출입구 먼 쪽에 늘씬한 신사 한 분이 서 있다. 진한 곤회색 양복을 입고 서 있는데 외모로 보니 춤을 아주 잘 출 것 같았다. 나이도 50대로 보이는 젊은 신사였다. 그 신사도 상대를 고르는 중인지 여기저기 훑어보고 있었다. 나와도 눈이 여러 번 마주쳤지만, 그 신사도 나에게 춤을 청하지 않았고 나도 청하지 않았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부킹 언니가 나와 신사를 매칭해줬다. 이 언니는 나를 예쁘게 봐서인지 항상 잘 추는 사람과 매칭해준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체격이 있는 편이라 남자가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면 ‘엄지 척’을 하면서 내가 춤을 최고로 잘 춘다고 상대에게 팁을 날린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손을 잡으면 금세 느낀다. 곤회색 양복 신사는 손결이 솜털처럼 가벼웠다. 아주 최상급 춤 솜씨였다. 나도 웬만하면 춤을 따라가는데 블루스에선 내 솜씨가 조금 부족했다.
 
신사는 나보고 초보 아니잖냐고 물었다. 나는 초보는 아닌데 기법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고 실토했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따라서 했다. 스피드가 붙고 힘 있게 움직이자 땀이 기분 좋게 났다. 춤을 출 때 땀이 많이 나야 기분이 상쾌하지, 땀이 나지 않으면 운동한 기분이 들지 않아 별로다.
 
나는 원래 상대가 열심히 춤을 춰주면 음료수라도 대접한다. 상대 덕분에 운동을 많이 했으니 고마울 뿐이다. 누가 나를 이렇게 운동시켜 준단 말인가? 이 신사에게도 음료수 한잔하자고 하니 더욱 열심히 운동시켜줬다. 신사도 자신은 음료수를 대접하는 상대는 더욱 열심히 운동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재수 좋은 날’ 글감도 구하다
춤 잘 추는 파트너 덕에 운동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에 음료수를 대접했다. [사진 freepik]

춤 잘 추는 파트너 덕에 운동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에 음료수를 대접했다. [사진 freepik]

 
매점에 들어가 나를 소개했다. 원래 비밀로 하는데 이 신사는 내가 글에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콜라텍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내가 쓴 책이라고 소개하며 중앙일보에 연재하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 신사분과 함께 춤을 춘 이야기를 중앙일보에 ‘재수 좋은 날’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한다고 양해를 구하니 자신의 신상을 자상하게 알려줬다. 문래동에서 왔고 나이는 50대 초반, 하는 일은 시내버스 기사라고 알려줬다. 춤을 배운 지는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맥주 한잔하겠냐고 권하니 내일 일하러 나가는 날이라 음료수를 마시겠다고 사양하면서 음료숫값을 본인이 꼭 내고 싶단다. 작가와 춤을 춰 영광이라서 낸다고 했다. 다음에 만나면 나와 춤을 춰달라고 부탁하면서 음료수는 다음에 내가 사겠다고 했다.
 
나는 신사의 자세가 하도 날씬하고 단정해 사람들이 혹시 제비로 보지 않느냐고 물으니 춤 선생으로 본다고 했다. 오늘처럼 이렇게 매너 좋고 춤 잘 추는 신사를 만나면 정말 ‘재수 좋은 날’인 것이다. 이렇게 기분 좋게 춤을 추고 나면 다른 사람과 다시 추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그림을 더 잘 그리려 덧칠하다 보면 그림을 버릴 수 있는 것처럼.
 
정하임 서울시 초등학교 교감·콜라텍 코치 chi990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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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