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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중인 부부, 아동수당 타려면 억지 연락해야...이유는?

아동수당 신청에 왜 부모 서명 모두 필요?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아동복지수당 사전 신청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 송파구청]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아동복지수당 사전 신청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 송파구청]

경기 수원에 사는 백모(37·여)씨는 최근 동 주민센터를 갔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세 살 난 딸의 아동수당 신청을 하려면 아이 아버지 서명도 필요하다는 주민센터 직원의 설명 때문이었다. 이혼을 준비 중인 백씨는 오랜 기간 남편과 별거 중이다. 백씨는 “수당을 받기 위해 남편에게 연락해 주민센터로 나오라고 해야 할 판”이라며 “왜 부부 모두의 서명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아동수당 신청이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됐다. 아동수당은 6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제도로 9월 25일부터 지급된다.
 
별거 부부 등에서 불만제기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아동복지수당 사전 신청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사진 송파구청]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아동복지수당 사전 신청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사진 송파구청]

그런데 일부 가정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청을 위해선 부모 모두의 서명이 필요한 점 때문이다. 아동수당 신청은 오프라인은 동 주민센터에서 하는데 신청서에 엄마와 아빠가 모두 서명이나 지장, 인감도장을 기재해야 한다. 온라인 신청은 복지로 웹사이트(www.bokjiro.go.kr) 또는 스마트폰 앱에서 하는데 역시 부모가 접속해 각각 공인인증서 서명을 해야 한다.
 
별거 등으로 부부가 함께 지내지 않는 가정에선 불만을 제기한다. 아동수당 신청을 위해 만남이 꺼려지는 배우자에게 연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씨는 “멀리 떨어져 지내는 남편에게 연락해 주민센터로 오라는 일 자체가 고역”이라며 “온라인 신청도 남편이 공인인증서 서명을 안 해주면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남편이 가출해 아예 연락이 두절됐는데 어떻게 하냐”는 불만 글이 늘어나고 있다.
 
서명, 보호자 소득·재산 조회용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서 한 부부가 지난달 20일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아동수당은 오는 9월부터 월 10만원씩 지급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서 한 부부가 지난달 20일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아동수당은 오는 9월부터 월 10만원씩 지급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연합뉴스]

아동수당 신청엔 왜 부모 모두의 서명이 필요한 것일까. 보호자인 부모의 소득과 재산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동수당은 소득 하위 90% 가정에만 지급한다. 아동수당을 받으려면 신청 가정의 소득인정액(소득+재산의 소득환산액)이 3인 가구는 월 1170만원, 4인 가구는 1436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재산만 있다면 3인 가구는 11억2000만원, 4인 가구는 13억8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결국 지급조건에 맞는지 확인하려면 아동 보호자의 금융재산을 조회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금융재산 조회는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며 “아동수당 신청자인 보호자의 서명은 이 동의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부가 별거 등으로 떨어져 있어도 법적 보호자라면 부모 모두의 서명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상 이혼' 증명하면 신청 가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만 가출 등으로 부모 중 한 명이 연락이 두절된 경우 등엔 부모 모두의 서명이 필요하지 않다. 정부는 가출, 교정시설 입소, 중증질환·가족관계 해체 등으로 보호자가 아동을 보호할 수 없으면, 아동을 사실상 보호·양육하고 있는 사람만을 보호자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이혼' 상태라 볼 수 있다”며 “이를 증명해줄 친인척이나 지역 이·통·반장의 서명만 받으면 부모 혼자서 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선 아동수당 '선심 정책' 논란
은수미 신임 성남시장이 9월부터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성남지역에서는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성남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성남시청 앞에서 '엄마들의 비빌언덕, 성남마더센터 추진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은수미 신임 성남시장이 9월부터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성남지역에서는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성남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성남시청 앞에서 '엄마들의 비빌언덕, 성남마더센터 추진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아동수당을 놓고 ‘선심성 정책’ 논란이 일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지난 2일 아동수당 100% 지급 계획을 결재했다. 소득·재산 하위 90% 가구에만 수당을 주는 아동수당법을 넘어 만 0~5세 아동을 둔 성남 내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뜻이다. 성남시는 별도 조례를 만들어 시 재원으로 소득·재산 상위 10% 가정의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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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조례가 상위법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는 기존 정책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 정책을 신설하는 거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성남시 방침이 아동수당 정책을 변경한 것인지는 곧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 시장은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아동수당을 성남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생후 12개월 이하 어린이에게 아동수당을 10만 원 더 주기 위해 예산 180억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존 법의 범위를 벗어난 복지정책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며 “공약이어도 면밀한 검토 없이 실행하면 지방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이태윤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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