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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세계문화유산 부석사

서경호 논설위원

서경호 논설위원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문화재 전도사 고(故) 최순우 선생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 ‘비례의 상쾌함’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 등의 맛깔난 언어로 상찬했다.
 
무량수전에서 내려다보는 경관 또한 일품이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태백산맥 전체가 무량수전의 앞마당”이며 “현세에서 감지할 수 있는 극락의 장엄”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봉황산 초입에 절을 세워 아늑하면서 시원한 눈맛을 후세에 선사한 안목의 소유자가 676년 부석사를 창건한 신라 고승 의상대사다. 의상대사를 흠모해 그를 지키는 용이 된 당나라 처녀 선묘의 애틋한 사랑이 전설로 남았다. 부석사(浮石寺)라는 절 이름도 가람 건립을 방해하는 무리를 용이 된 선묘가 큰 바위를 들어 올려 물리쳤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 무량수전 옆에 그 바위가 남아 있는데 조선 영조 때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위아래 바위 사이에 약간의 틈이 있어 실을 당기면 걸리지 않아 뜬 돌임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믿거나 말거나다.
 
부석사에 얽힌 러브 스토리와 뜬 돌(浮石) 얘기가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해서인지 부석사 테마는 문학 속에서 끊임없이 부활한다. 2001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신경숙의 『부석사』는 사랑의 아픔을 겪은, 딱히 서로 잘 모르는 남녀가 새해 첫날 부석사로 떠나지만 길을 헤매다 엉뚱한 길에서 밤을 보내는 이야기다. 부석사는 나오지 않고 부석사 가는 길만 나온다. 소설과 달리 실제로 신경숙은 ‘길치’에 초행길이었지만 부석사를 잘 찾아갔다고 한다. 헤매기가 외려 어려울 만큼 이정표가 잘 돼 있어서다. 정호승 시인도 ‘그리운 부석사’라는 시에서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고 읊었다.
 
부석사와 양산 통도사, 해남 대흥사 등 한국의 산사(山寺) 7곳이 지난달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자연과 편안하게 어우러져 사람을 다독이는 산사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유홍준 교수는 7곳 산사 중 부석사를 가장 아름다운 절집으로 꼽았다. 이유가 대충 이랬다. “그냥 가보면 압니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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