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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 칼럼] 자유한국당은 죽었다

배명복 칼럼니스트·대기자

배명복 칼럼니스트·대기자

자유한국당은 죽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비상대책은 망자 앞에서 처방전 찾는 격이다. 문자 그대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명을 다한 한국당에 백약(百藥)이 무슨 소용이고, 명의(名醫)가 무슨 쓸모인가. 화타와 편작을 모셔와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순 없다. 한국당은 죽은 자식 뭐 만지기 같은 회생 논의를 중단하고, 하루속히 부고를 내고 장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 뒤 완전히 원점에서 한국 보수의 새출발을 도모하는 게 순리다.
 
중앙당을 해체한다, 당명을 바꾼다, 당사를 줄여 옮긴다, 비상대책위를 구성한다,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둥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어디 한두 번 본 비디오인가. 답이 없는 문제를 붙들고 친박(親朴)·비박(非朴)이 치고받으며 갑론을박하고 있으니 소리만 요란하지 해법이 나올 리 없다.
 
한국당이란 밥솥은 시대적 소명을 다한 쓸모없는 밥솥이다. 그런데도 밥솥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따끈한 밥 한 사발에 대한 미련도 미련이지만 공천권이란 엄청난 권력이 거기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밥솥을 깨지 않고는 살길을 찾을 수 없다는 게 한국당이 처한 절대 모순의 딜레마다. 상자에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면 의외로 답은 쉽게 나온다. 솥을 깨서 침을 만드는 ‘파정작침(破鼎作針)’의 자세로 해체 후 각자도생하는 것이다. 다음 총선까지 남은 1년9개월 동안 무소속 신분으로 각개전투를 벌여 생존자들을 중심으로 헤치고 모여 보수를 재편하란 얘기다.
 
이참에 정치에서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 홍준표 전 당 대표가 남긴 ‘마지막 막말’이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알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는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국비로 세계 일주가 꿈인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오락가락하고도 얼굴과 경력 하나로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등 그가 정리 대상으로 꼽은 아홉 가지 부류에 해당하는 건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정치가 자기 능력과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차제에 정계를 은퇴하거나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게 좋다.
 
배명복칼럼

배명복칼럼

해산과 함께 당의 재산을 처분해 사무처 직원들에게 명퇴금을 주고, 남는 돈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데 대한 속죄의 뜻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거나 국고에 헌납하기 바란다. 그렇더라도 밥솥을 잃고 졸지에 무소속으로 거리에 나앉게 될 소속 의원들을 위해 최소한의 비빌 언덕은 마련해 주는 게 도리다. 별도의 사이버 공용공간을 제공해 그걸 기반으로 각자도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걸 당의 마지막 과제로 삼아야 한다.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그곳에 들어가면 각 의원의 이념 성향과 정책 노선, 의정 활동과 지역구 활동 등 모든 걸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대북정책에서 외교·안보 정책, 경제 정책에서 사회·복지·노동 정책, 문화·환경에서 여성·아동 정책까지 모든 정책 이슈에 대한 입장, 입법 발의, 상임위와 본회의 표결, 봉사활동과 대외활동, 전문 분야 및 지역구 활동 코너를 만들어 수시로 업데이트하도록 하면 어떨까.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당학회나 정치학회가 사이트 설계에 참여하고,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매월 학회가 의원별 실적을 평가해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 개개인을 보면 버리기 아까운 인재들이 적지 않다. 한솥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능력과 경험을 사장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고 손해다.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루며 경쟁하는 바람직한 정치 구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살릴 사람은 살려야 한다. 한국당 출신 무소속 의원 사이트를 잘 활용한다면 국민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국회의원들에게도 참신한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21세기 정당들은 ‘넷(Net) 정당’으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시대는 가고, 지금은 대부분의 활동이 웹이나 앱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당 출신 국회의원 중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뜻을 같이하는 젊은 피를 수혈해 넷 기반의 새로운 한국 보수 중심 정당을 규합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들이 풍찬노숙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마음도 돌아설 수 있다.
 
떠들썩하게 자녀 혼례식을 치르고도 집권당 대표는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권력의 오만 말고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막고 안보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한국 보수의 재구성과 새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죽어야 산다. 한국당을 위한 마지막 고언이다.
 
배명복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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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