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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고 물 새는 집에 돌아가라니 … ”

경북 포항시 한미장관 아파트 주민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거안정 대책을 촉구했다. [뉴스1]

경북 포항시 한미장관 아파트 주민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거안정 대책을 촉구했다. [뉴스1]

“집 문제를 해결한 다음 대피소 폐쇄를 의논하러 오는 게 절차상 맞다. 장맛비에 지진으로 금 간 부분에서 물이 새 집이 물바다다. 어떻게 들어가서 살라는 말이냐.”
 
지난달 28일 오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 대피소. 포항시 주민복지과 공무원들과 이재민이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정연대 복지국장이 “대피소에 등록된 이재민 240명 중 실제 사는 분은 40명 정도여서 대피소 운영 문제를 의논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이재민이 “어린 자녀들을 계속 여기서 지내게 할 수 없어 친척 집으로 보낸 거다. 이재민 수는 줄지 않았고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맞섰다.
 
한 이재민은 “시에서 우리 아파트에 가보기나 했느냐.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왔다 갔는데 8개월째 해결방안은 없고 내보낼 생각만 하고 있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2일 기준 흥해실내체육관에 현재 남아있는 이재민은 106가구 240명이다. 이 중 86가구 200명이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 아파트 주민들이다. 이날 한미장관 아파트 가동에 사는 이모(42)씨는 “며칠간 비가 와서 물을 머금고 아파트가 무너질까봐 근처에도 가지 못하겠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여전히 시와 주민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이 간 한미장관 아파트. [사진 한미장관 주민]

금이 간 한미장관 아파트. [사진 한미장관 주민]

한미장관 아파트는 지난 1월 포항시의 정밀안전진단결과 ‘소파(일부파손)’로 나와 ‘사용가능’ 판정을 받았다. 주민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4월 따로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했고 이번엔 ‘사용불가능’ 판정이 나왔다. 시에서는 두 결과를 놓고 행정안전부에 판단을 요청했다.
 
행안부에서는 지난달 26일 포항시가 맞다는 공문을 보냈다. 포항시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행안부 결정에 따라 대피소 폐쇄는 주민들과 충분히 의논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대피소 운영에 임대료 등을 포함해 하루 100만원 이상이 든다. 현재 적십자 등 자원봉사자들은 다 빠져나갔고 시에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피소를 폐쇄하면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포항시에서 받은 ‘사용가능’ 판정의 기준은 한미장관 아파트가 지어진 1988년 당시 기준을 토대로 나왔고, 주민들이 용역을 통해 받은 ‘사용불가능’ 판정은 2016년 기준이라서다. 주민 최우득(78)씨는 “전파·반파·소파를 정하는 기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고 지적했다.
 
행안부에서는 지난달 15일 대피소 운영 지침인 ‘임시주거시설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입·퇴소기준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소파 판정을 받으면 대피소에서 나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행안부 재난구호과 관계자는 “가급적 귀가 조치해야 하지만, 무 자르듯 할 순 없다. 시가 현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고 답했다. 행안부의 모호한 기준에 최종 결정은 포항시의 몫이 됐다. 포항시의 판정이 맞다는 공문을 보낸 행안부 지진방재과에서는 “시설안전관리공단 등의 자문에 따라 건축물이 지어진 1988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최근 지어진 건물일수록 판정 기준이 엄격해 사용불가능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최종 결정은 포항시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명확하지 않은 재난 지원 기준이 시와 이재민들의 갈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파·반파·전파의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현 기준은 단순히 토목공학적으로 마련돼 있어 ‘무너진다, 무너지지 않는다’의 파괴 여부만 판단하는데, 실제로 사람이 건물에서 살 수 있는지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거주자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항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재난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피해 지원 기준을 훨씬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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