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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먹장부’ 이영자 “힘내라 먹고 힘내라”

이영자가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김치만두로 아로마 테라피를 하고 있다. [사진 각 방송사]

이영자가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김치만두로 아로마 테라피를 하고 있다. [사진 각 방송사]

이영자(50)의 먹방 열차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 세월호 희화화 논란으로 방송을 중단했다가 제작진을 교체하고 돌아온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에서 이영자는 변함없는 재치 만점 먹성으로 두 달간의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방송에서 그는 토마토치즈제육덮밥을 두고 “이건 남북통일이 아니라 유럽과 한국이 통일된 맛”이라 칭찬했다. 인터넷에서 인기인 ‘이영자 맛집 리스트’에 서울 한남동 밥집이 추가된 순간이었다. 이전에 그가 금강휴게소에서 우동을 먹으며 선사한 “금강이 내게 말하네. 힘내라 힘내라 먹고 힘내라”는 찬사는 그대로 전설적인 시구가 되어 휴게소 유리창에 붙었다.
 
‘전참시’는 영자의 먹방 전성시대를 새롭게 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영자와 송성호 매니저는 매일 ‘영자미식회’를 열고 하루 평균 일일 오끼를 함께 하며 시청자들의 오감을 충족시킨다. “쪘는데도 아삭아삭하다. 이게 바로 미라클”인 김치만두 냄새를 음미하며 아로마 테라피를 하고, 닭볶음탕에 “꼬돌꼬돌해서 호로록 들어가며” 세발낙지 맛을 내는 ‘세발 라면’을 곁들여 먹는 걸 보고 있노라면 침샘이 폭발한다.
 
이영자의 매니저 송성호는 ‘먹바타’가 되어 움직인다. [사진 각 방송사]

이영자의 매니저 송성호는 ‘먹바타’가 되어 움직인다. [사진 각 방송사]

‘영자언니’의 먹방이 시청자들을 열광케하는 이유는 또 있다. “평생 먹어온 게 빛을 발한다”는 후배 송은이(45)의 증언처럼 1991년 데뷔 이래 27년간 꾸준히 다져온 먹성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남다른 것. 음식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돈까스잔치국수나 토마토치즈제육덮밥 등은 1만원 미만이고, 핫도그 세트는 오리지널엔 설탕·모짜렐라엔 머스타드·통가래떡엔 케첩 등 3종을 모두 맛봐도 5000원이 안 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맛집 프로그램이 난무하면서 시청자들의 불신이 생겨났지만 이영자는 진짜로 음식을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진정성도 있고 서민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위주여서 실제 가게 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SNS)엔 영자언니의 ‘맛비게이션(맛+내비게이션)’을 따라 마치 아바타가 된 듯, ‘먹방’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먹바타’ 인증과 간증 수준의 후기가 넘쳐난다.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가성비를 넘어 심리적 만족도를 뜻하는 ‘가심비’까지 만족시키는 것이다.
 
이영자는 음식관도 뚜렷하다. 찾아 먹고, 나눠 먹고, 다시 먹고, 또 먹을지언정 아껴먹거나 얻어먹지 않는다. 200% 넘게 급증한 휴게소 매출에 한국도로공사에서 감사를 표하고, 해당 업체에서 평생 이용권을 전달하려 해도 “평생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소떡소떡’만 먹나. 난 사 먹을 테니 많이 파시라”며 먹장부의 면모를 뽐낸다. 만두 한 개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 앞에서 낱개가 아닌 팩 단위로 세는 과감함은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적절한 음식을 처방해주는 ‘밥블레스유’. [사진 각 방송사]

적절한 음식을 처방해주는 ‘밥블레스유’. [사진 각 방송사]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새로운 판도 깔렸다. 컨텐츠랩 비보를 설립해 제작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송은이와 함께 새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올리브)를 시작했다. ‘전참시’의 이영자-송은이와 절친 최화정(57)-김숙(44)이 합류해 ‘먹판’을 벌인 것이다. 시청자들이 보내온 고민을 담은 사연을 앞에 두고 “이럴 때 뭘 먹으면 좋을까”라고 적절한 음식을 처방하는 ‘푸드테라픽(food therapy+pick)’은 이들에게 최적화된 콘셉트다. 연출을 맡은 황인영 PD 역시 ‘진실게임’(SBS) 시절 처음 만나 지난 20여년 동안 ‘먹부림’을 함께해 온 사이로 남다른 호흡을 자랑한다.
 
각자 오랜 시간 진행자나 DJ를 하며 공감 능력을 다져온 것도 ‘소통하는 먹방’에 힘을 실어줬다.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1996년부터 23년째 진행하고 있는 최화정이나 2010년 시작한 KBS2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이끄는 이영자는 고민 상담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베테랑이다. 팟캐스트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밀보장)’과 SBS 러브FM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도 마찬가지다. 송은이는 “‘비밀보장’이나 ‘영수증’ 모두 고민 상담이 베이스였다. 우리가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순 없지만 힘든 분들과 먹는 것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위안이 될 순 있을 것”이라고 ‘밥블레스유’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뷔페갈 땐 고무줄 치마를 입는 ‘밥블레스유’ 멤버.

뷔페갈 땐 고무줄 치마를 입는 ‘밥블레스유’ 멤버.

네 사람의 매끄러운 호흡과 유쾌한 입담도 큰 역할을 한다. 진상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고객센터 직원에게 최화정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인스턴트 음식 말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집밥, 그중에서도 소고기뭇국을 추천한다”고 말하면, 김숙이 “후루룩하는 국물엔 흰쌀밥에 오도독거리는 무말랭이를 얹어야 한다”고 보태는 식이다. “극강의 창피함엔 극강의 매운맛이 필요하다”며 낙지 볶음을 시키는 이영자의 민첩함과 매운 음식에 곁들일 새우튀김을 반사적으로 만드는 최화정의 노련함이 따르는 식이다. 과거 1시간 40분 거리의 충북 제천을 5시간 걸려 도착한 이영자의 휴게소 먹방이나 “낙지가 막 냉면을 비벼줘” “현대인이라면 뷔페 의상쯤은 따로 있어야지” 등 최화정의 명언은 ‘전참시’ 이전부터 ‘비밀보장’의 단골손님이었다.
 
김선영 TV 평론가는 “해외로 떠나 비싼 집을 순회하는 보여주기식 먹방이나 누가 더 많이 먹나 대결하는 먹방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속 캐릭터와 자연인이 분리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녹아 들어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요즘 다양한 형태의 페미니즘이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음식 앞에 당당한 모습 자체가 여성층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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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