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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위해 대만에 美 특전사도 보내려는 트럼프

차이나 인사이트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일로다. 2년 전 대만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이 총통으로 선출되며 예견된 상황이기는 하나 최근 들어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 카드를 마구 휘두르고, 중국도 이에 맞서 대만의 국제 공간을 옥죄기 시작하면서다. 중국이 글로벌 기업에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지 못하도록 요구한 게 그런 예다. 파장이 세계로 미치고 있다. 대만을 사이에 두고 미·중 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대만 카드를 먼저 꺼내 든 건 미국이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두 나라 사이에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일종의 금기로 통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선 승리 후 37년에 걸친 불문율을 깨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해 중국을 경악시켰다.
 
하지만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대만에 13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한 데 이어 이젠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잠수함까지 판매할 모양새다. 또 3월 중순엔 미국과 대만 고위 관리들의 상호 방문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대만 여행법(Taiwan Travel Act)’에 서명했다. 대만과의 직접적 교류 자제라는 미·중 관계의 기존 묵계마저 깬 것이다.
 
그런가 하면 4월부터는 대만과 군사 교류를 강화하는 조치가 잇따랐다. ‘2018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서명해 미국 군함이 대만 남부의 가오슝(高雄)항을 방문하고, 대만 군함이 미국 영토인 하와이와 괌을 방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어디 그뿐 인가. 2002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대만의 군사협력 논의체인 ‘미·대만 국방공업회의’가 미국에서만 열리던 관례를 깨고 이젠 ‘대만·미국 국방산업논단’이라는 이름으로 대만에서의 개최도 가능해졌다.
 
특히 대만 내 미국의 실질적 공관 역할을 하는 ‘미국 재대만 협회(AIT, 美國在臺協會)’를 확장하는 한편 그 경호를 위해 특전사로 구성된 미군 경비부대 파견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극히 일부 병력이긴 해도 미군의 대만 주둔이라는 상징성 문제 때문에 엄청난 파문을 낳고 있다.
 
미국은 또 대만의 국제무대 진출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 하원은 대만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의사결정 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참관국 지위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5월 26일, 대만을 방문한 코리 가드너와 에드 마키 미 상원의원은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원하는 ‘대만 국제기구 참여법’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처럼 트럼프 집권 이후 이어진 대만에 대한 일련의 조치는 치밀하게 전개되는 대중 견제 전략의 일환이다.
 
대만은 전략적으로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지리적으로 역내 주요국들의 해상교통로(SLOC)에 위치해 미국의 이익과 직결돼 있다. 또 중국의 해양 진출을 저지할 수 있는 중점 지역이다. 대만은 또 동아시아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commitment)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79년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하면서도 ‘대만 관계법(Taiwan Relation Act)’을 제정했다. 미·대만 간의 실질적 외교 관계 유지를 지탱하는 대만관계법은 대만에 적정량의 무기 판매를 포함해 각종 대만 보호 조치를 열거하고 있다.
 
또 82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대만 지원 원칙을 구두로 제시한 ‘6항 보증’을 미 하원은 2016년 4월 20일 결의를 통해 서면으로 공식화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 주장을 지지하지 않으며, 대만 관계법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이 대만 관계법과 6항 보증이 바로 미·대만 관계를 유지하는 법적 기초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룬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하면서 이를 무력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강군몽(强軍夢)을 부르짖고 있다. 특히 21세기 중엽까지 조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만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만 정책의 근간을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에 의한 통일 방침에 두고 있다. 한데 대만 문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개입 확대가 시진핑의 대만 정책을 구조적으로 이분화시키고 있다.
 
시진핑은 향후 양안 간 통일 논의를 중국이 주도해 적극적으로 이끌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대만 정부에 대해선 국제무대 내 생존 공간을 철저히 압박하고 민간에 대해선 대대적인 유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시진핑의 대만 정책은 ‘신(新)일국양제’라고 불릴만하다.
 
시진핑은 우선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압박 카드로 국제 고립화 전략을 펴고 있다. 2016년 12월 상투메, 지난해 6월 파나마, 그리고 지난 5월에는 도미니카 공화국과 브르키나파소가 대만과 단교했다. 차이잉원 정부 들어 대만 수교국은 22개국에서 18개국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젠 아프리카 내 유일 수교 국가인 에스와티니 왕국(구 스와질랜드)과 유럽의 교두보인 바티칸도 흔들리고 있다. 이는 바로 중국이 글로벌 기업과 우리를 포함한 국제 항공사 등에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은 반면 대만 민간에 대해선 ‘양안이 한 가족(兩岸一家親)’이며 운명 공동체임을 거듭 강조한다. 중국의 발전을 대만 발전의 새 기회로 잡으라면서 대만판공실을 중심으로 29개 정부 기관이 합동으로 ‘대만 동포들이 중국에서 공부하고 취업·창업하며 생활하는 데 있어 중국 동포와 같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31개조 대만 우대정책(31個條惠臺措施)’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만 정부의 입장은 착잡하다. 트럼프의 공세적 대만접근은 중국 견제용 카드 성격이 짙고, 시진핑의 신일국양제는 대만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양안 통일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시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만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탈(脫)중국이란 기존 입장을 번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대미 외교 강화를 추구하는 게 가장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가 ‘진실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과연 얼마나 대만을 배려해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크다. 강대국의 논리는 늘 자기중심적이라는 너무도 평범하고 냉엄한 현실이 여전히 한반도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강준영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중국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중국의 현대화 전략 및 정치·경제 개혁에 관심이 많다. 20여 권의 저서와 역서,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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