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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손 된 기름손 … 러시아 8강행 이끈 ‘야신의 후예’

러시아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가 2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승부차기에서 몸을 던져 스페인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개최국 러시아는 ‘거미손’으로 거듭난 아킨페예프를 앞세워 소련 시절이던 1966년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4강)에 도전한다. [신화=연합뉴스]

러시아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가 2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승부차기에서 몸을 던져 스페인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개최국 러시아는 ‘거미손’으로 거듭난 아킨페예프를 앞세워 소련 시절이던 1966년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4강)에 도전한다. [신화=연합뉴스]

러시아 축구대표팀 수문장 이고리 아킨페예프(32)가 지긋지긋한 ‘기름손’ 오명을 벗었다. 패하는 즉시 떠나야 하는 냉엄한 토너먼트 승부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 쇼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개최국 러시아와 스페인의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은 아킨페예프의, 아킨페예프를 위한 한 판이었다. 아킨페예프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정상 탈환에 나선 ‘무적함대’ 스페인을 무력화했다. 정규시간과 연장전까지 120분간 결정적인 슈팅 9개를 막아내면서 1-1 무승부를 만들었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스페인 키커 다섯 명 중 두 명의 슈팅을 가로막아 4-3 승리를 완성했다. 그는 경기 최우수선수(MOM)로도 뽑혔다.
 
4년 전인 2014년 6월17일은 아킨페예프에게 ‘치욕의 날’이다. 여느 때처럼 자신만만하게 그라운드에 올랐지만, 황당한 실수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대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상대는 한국이었다. 후반 22분 완만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온 한국 이근호(33)의 중거리 슈팅을 잡으려다 놓쳐 실점했다. 6분 뒤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36)의 동점골이 없었다면 패전의 주범으로 몰릴 뻔했다. 한국전을 1-1로 마친 러시아는 결국 조별리그서 2무1패에 그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미국 ESPN은 아킨페예프의 이 실점 장면을 ‘브라질 월드컵 골키퍼 최악의 실수’로 뽑았다.
 
월드컵이 끝난 뒤로도 슬럼프가 길었다. ‘기름손’이라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자신감이 떨어져 실수를 연발했다. 지난해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에서도 상대 진영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머뭇거리다 뒤로 흘려 멕시코 공격수 이르빙 로사노(23)에게 골을 허용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평가전에서도 후반 종료 직전 지동원(29)의 땅볼 슈팅을 옆구리 뒤로 빠뜨려 또 한 번 ‘기름손’ 소리를 들었다.
 
18살 이후 14년간 러시아 대표팀 넘버원 수문장으로 활약한 아킨페예프에겐 최악의 위기였다. 그럼에도 대표팀 동료들의 변함 없는 신뢰 덕분에 러시아 월드컵에 주전 골키퍼로 나설 수 있었다. 동료들의 응원에 아킨페예프는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조별리그를 포함해 러시아가 치른 4경기에서 14개의 선방을 기록하면서 ‘러시아 돌풍’에 힘을 보탰다. 특히 스페인과 16강전은 특급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28)를 상대로 승리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단 한 개의 선방도 기록하지 못한 데 헤아와 달리 아킨페예프는 정규시간과 승부차기를 합쳐 11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냈다.
 
아킨페예프의 활약을 앞세워 러시아는 ‘개최국 반란’을 꿈꾸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 러시아가 FIFA 랭킹 10위이자 우승 후보인 스페인을 꺾자 러시아 전역이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처럼 붉은 물결에 뒤덮였다. ‘조별리그 통과’가 1차 목표였던 러시아는 소련 시절이던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세운 역대 최고 성적(4강) 재현에 눈길을 주고 있다. 52년 전 소련의 약진을 이끌었던 게 ‘거미손’ 레프 야신이었던 것처럼, 이번엔 그의 후계자인 아킨페예프가 약진의 선봉에 섰다.
 
우연하게도 아킨페예프가 맹활약한 날,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 맞대결에서도 ‘명품 선방쇼’가 펼쳐졌다. 덴마크 카스퍼 슈마이켈(32)과 크로아티아 다니엘 수바시치(34)가 그림 같은 수퍼세이브 대결을 펼쳐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양 팀 수문장은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합쳐 120분간 슈팅 34개(크로아티아 20개, 덴마크 14개)가 쏟아진 혈투를 1-1 무승부로 이끌었다.
 
먼저 웃은 건 ‘전설의 아들’ 덴마크의 슈마이켈이었다. 슈마이켈은 양 팀이 1-1로 맞선 연장 후반 11분, 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33)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7개의 선방으로 팀을 지켰다. 슈마이켈의 아버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문을 9년간 지켰던 ‘레전드’ 피터 슈마이켈(55)이다. 아들이 선방쇼를 펼칠 때마다 방송사 중계 카메라는 관중석에서 환하게 웃던 아버지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 일정(7/3)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 일정(7/3)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쪽은 크로아티아 수바시치였다. 그는 승부차기에서 덴마크 키커 다섯 명 중 세 명의 슈팅을 잇달아 막아 크로아티아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승부차기에서 세 번의 선방은 월드컵 역사상 딱 두 번뿐인 진기록이다. 2006 독일 월드컵 8강전 당시 포르투갈 골키퍼 히카르두 페레이라(42)가 잉글랜드 키커 세 명의 슈팅을 막았다. 슈마이켈도 승부차기에서 두 개를 막는 놀라운 선방 쇼를 펼쳤지만, 결국 세 개를 막은 수바시치에게 승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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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