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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80년 전 대구 여학생이 쓴 식민지의 아픈 기록 볼 수 있는 곳

불길이 치솟는 화재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돼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VR(가상현실) 안경을 쓰고 기차를 타면서 조선시대 서당부터 일제강점기·피난시대·70년대·미래 교실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지난달 15일 개관한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교육박물관이야기다.
 
단순히 교육 역사자료만 전시하는 박물관은 아니다. 유치원생은 종이에 그린 물고기가 디지털 아쿠아리움의 스크린 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시각 장애 학생은 소형 제작된 피라미드를 만져보면서 실물을 상상해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상인중학교 학생들이 디지털 아쿠아리움에서 자신들이 그린 물고기 그림을 찾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상인중학교 학생들이 디지털 아쿠아리움에서 자신들이 그린 물고기 그림을 찾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대구교육박물관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영남권의 첫 교육박물관이다. 대구시교육청은 2016년 7월 ~ 올해 5월 97억 원을 들여 부지 1만4002㎡ 규모로 박물관을 조성했다. 박물관 자리는 원래 대동초등학교(1981~2017)가 있었다. 입학 인원이 적어지면서 대동초등학교가 폐교했고, 대구시교육청은 이 터에 교육박물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개관과 동시에 특별전 ‘한국전쟁, 대구 피난학교-전쟁 속의 아이들’이 오는 10월 30일까지 열린다. 대구에서 51년 9월 20일 개교한 ‘서울피난 대구연합중학교’의 다양한 자료가 전시됐다. 6·25 전쟁 시기 서울, 경기 등에서 전쟁을 피해 내려온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다.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 특별전 '한국전쟁, 대구피난학교 - 전쟁 속의 아이들'이 오는 10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 특별전 '한국전쟁, 대구피난학교 - 전쟁 속의 아이들'이 오는 10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가수 현미, 마종기 시인 등 2425명(중학부 1383명, 고등부 1042명)의 학생들이 서울피난 대구연합중학교에서 54년 3월 31일 폐교 전까지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마종기 시인은 '우리 학교'라는 시에서 "배움에 끓는 학도들은/연상 손을 호 호 불어가며 공부를 했다/앞날의 희망을 보고 쓰라린 고통도 잊은 것이다"며 추운 겨울 공부하던 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 특별전 '한국전쟁, 대구피난학교 - 전쟁 속의 아이들'이 오는 10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 특별전 '한국전쟁, 대구피난학교 - 전쟁 속의 아이들'이 오는 10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은 "개관 후 특집전을 열기 위해 3년간 미국 등에 퍼져있는 40여 명의 학생들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며 "학생들에게 당시 일기장과 졸업 사진 등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상인중학교 학생들이 VR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상인중학교 학생들이 VR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특별전 외에도 19만점의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주말마다 500여 명의 부모와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대구교육박물관은 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교육역사관과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실, 금계 변우용 선생이 기증한 교육 자료가 전시된 금계기증유물실 등 8개 전시실을 갖췄다. 대구의 모든 학교를 찾아볼 수 있는 우리학교 포토존과 학교체험 무빙VR존 등 7개 체험실도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상인중학교 학생들이 70년대 교실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상인중학교 학생들이 70년대 교실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평일에는 유치원·초·중·고등학교에서 와 4시간 동안 전시실을 둘러보고 학습한다. 지난달 29일에는 상인중학교 1학년생들이 박물관을 찾았다. 학생들은 "자료를 보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났다"며 즐거워했다.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학생들이 물고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구교육박물관에서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물고기를 디지털 아쿠아리움에서 만날 수 있도록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학생들이 물고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구교육박물관에서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물고기를 디지털 아쿠아리움에서 만날 수 있도록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상인중학교 1학년 김아영(13·여) 학생은 "원래 박물관이 재미없는 공간이라 생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기는 딱딱하지 않고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강대현(13) 학생도 "70년대 교실을 재현한 공간에서 엄마, 아빠가 학교 다니던 시절의 교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나중에 부모님과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대구교육박물관에서 지난달 29일 대구 상인중학교 학생이 기자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대구교육박물관에서 지난달 29일 대구 상인중학교 학생이 기자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학생들은 돌아가는 길에 한국판 '안네의 일기'인 『여학생 일기』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 2월 18일부터 12월 12일까지 대구공립여자고등학교(현 경북여고) 여학생 K양이 쓴 일기로 당시 일제의 황국신민화 정책을 잘 보여준다. 식민지 교육에 철저히 세뇌된 학생들이 진심으로 일본군을 위해 위문품을 만들고, 몸이 아파 출전병사 환송식에 가지 못해 속상해하는 모습이 일기에 담겨 아프게 다가온다.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상인중학교 학생들이 교육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산격동의 대구교육박물관을 찾은 상인중학교 학생들이 교육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 대구교육박물관]

김 관장은 "박물관에 온 관람객들에게 여학생 일기를 준다"며 "학생들이 교육의 아픈 역사를 진심으로 느끼고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박물관을 조성했으니 뜻깊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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