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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대신 물, 햇빛 대신 LED조명…첨단 기술, 농사 짓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구부정한 자세로 흙을 일군다. 가뭄에는 바짝 말라가는 작물을 보며, 장마에는 쏟아지는 빗물에 잠긴 작물을 보며 마음 졸인다. 파종하는 봄부터 수확하는 가을까지 한시도 쉬지 못하고 논·밭에 매달려 있다. 농부에 대한 이미지다.  
 
앞으로는 이런 생각을 바꿔야겠다. 대표적인 1차산업인 농업에 사물인터넷(IoT) 같은 첨단기술이 속속 적용되고 있어서다. ‘스마트팜’이 대표적이다. 농작물 재배 시설에 IoT를 적용해 온도‧습도‧햇빛‧이산화탄소‧토양 등이 알아서 조절된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PC로 재배 환경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까지 시설원예 7000㏊, 축사 5750곳을 스마트팜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시설원예 4010㏊, 축사 790곳이 스마트팜이다. 호미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작물의 생육 환경을 점검하는 농부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온실 스마트팜 관련 특허출원 건수는 2008년 1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만 61건이 출원됐다.  
 
농작물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던 흙이나 햇빛도 첨단 기술이 대체하고 있다. 흙 대신 물로, 햇빛 대신 LED 조명으로 농작물을 키운다.  
 
대표적인 농법이 아쿠아포닉스다. 물고기를 키우는 수조의 물로 농작물을 키우는 방식이다. 원리는 이렇다. 수조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물고기를 키우면 물고기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NH3)가 물과 만나 암모늄이온(NH4+)이 된다. 이 성분이 물속에 쌓여 일정 수준이 넘어서면 물고기를 죽이는 독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수조에 미생물을 넣어 암모늄이온을 분해하면 농작물의 영양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조에 뿌리가 잠겨있는 농작물이 이 성분을 흡수하면 물은 깨끗해지고 별도의 비료도 필요 없다.  
이미 충남도 수산연구소에서 2016년부터 상추‧치커리‧방울토마토 등을 금붕어와 함께 키우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해양수산자원연구소도 공동으로 다섯 종류의 채소를 메기와 함께 재배하고 있다.  
 
웰스팜 등 가전 업체가 내놓은 가정용 식물 재배기도 흙 대신 물을 이용하는 수경 재배가 기본 원리다. 농작물의 양분이 되는 물고기 배설물 대신 물에 배양액을 섞어서 흙이 주는 영양분을 대신한다. 
 
김진영 경기도농업기술원 김진영 박사는 “이전에도 비슷한 재배 방식이 있었지만, 생명공학 기술(BT) 도입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보면 된다”며 “비료나 농약은 전혀 쓰지 않고, 일반 재배법보다 물이나 비료 같은 자원을 아끼고 환경 오염 걱정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햇빛을 대신하는 식물생장용 LED 조명도 농작물 재배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광합성에 필요한 단파장만 남겨 햇빛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태양광을 보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식물생장용 LED 조명은 IoT와 만나 실내 농장을 조성한다. 빛 외에 온도‧습도‧이산화탄소‧공기순환 등 농작물 재배요건을 조절해 건물 안에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실내 농장은 날씨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일 년 내내 농작물을 재배, 생산한다. 
 
농업법인 미래원은 바질·애플민트·상추·버터 헤드 레터스·로메인 등 샐러드 채소 50여 가지를 실내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다. 6단의 재배 베드(판)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차곡차곡 쌓여있고 각 베드마다 갖가지 채소가 자란다. 흙 대신 배양액을 섞은 물을 이용하고, 햇빛은 LED 조명으로 대신한다. 미세먼지까지 차단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병충해 걱정이 없다.  
농작물에 음악을 들려주는 ‘그린 음악 농법’도 눈길을 끈다. 음악을 통해 나오는 음파는 농작물의 세포질을 자극하고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교환을 활발하게 해 신진대사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병충해 발생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대개 동요같이 명랑한 음악이나 물소리, 새소리 등을 활용한다.  
 
음악을 들려줘서 키운 쌀은 이미 상용화했다. 전남 강진 도암 일대에서 농사를 지어온 영동농장이 ‘그린음악쌀’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엔 그린음악쌀로 만든 즉석밥도 나왔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농법은 이점이 많다. 생산성은 높이고 노동이나 병충해는 줄일 수 있다. 공간이나 날씨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고 환경오염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서울대는 스마트팜 도입 시 생산량은 27.9% 증가하고 노동력이나 병충해는 각각 16%, 53.7% 감소한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2016년 내놨다. 
 
첨단 기술 활용한 농법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술 도입에 필요한 초기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자금력이 있는 기업 차원이 아닌 일반 농가가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유리온실을 조성하는데 드는 시설비용은 3.3㎡(약 1평)당 180만원 선이지만, LED 조명으로 실내 농장을 조성하려면 3.3㎡당 500만~600만원이 필요하다. 
 
새로운 농법으로 재배한 농작물에 대한 소비자의 의구심도 풀어야 한다. 강대현 미래원 부사장은 "초기 시설만 갖추면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연중재배, 생산량 증가 등으로 유지 비용이 적게 들어 수익을 높일 수 있다"며 "환경 오염이 심해지는 상황에선 전통 농법보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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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