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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랑이 아니라 소박한 사랑의 위대함 전하고 싶어"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주인공 인우 역을 맡은 강필석(오른쪽)과 이지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주인공 인우 역을 맡은 강필석(오른쪽)과 이지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창작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이병헌ㆍ이은주 주연의 동명 영화(2001년)를 원작으로 2012년 초연해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작곡ㆍ작사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8월 2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첫사랑과의 이별, 그 후   
 ‘번지점프를 하다’는 첫사랑과 이별한 뒤 그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다 어느 날 옛 연인과 똑 닮은 소년을 만나 혼란스런 사랑을 느끼는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인우 역을 연기하는 강필석(40)ㆍ이지훈(39) 배우를 공연장에서 만났다. 이들은 "빠른 인스턴트 세상에서 느린 감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라며 “위대한 사랑이 아니라 소박한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겠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강필석, "내게 힐링이 된 작품"  
강필석과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연은 올해로 10년째다. 2009년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의 창작팩토리 사업 시범공연과 2010년 대구뮤지컬페스티벌 트라이아웃 공연 등 작품 개발 단계에서도 그는 줄곧 주인공 인우 역을 지켰다. 2004년 ‘지킬앤하이드’로 뮤지컬에 데뷔한 그는 “2009년 슬럼프가 왔을 때 만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당시 갑자기 무대에 서는 게 답답하게 느껴져 활동을 접었다. 제주도에 내려가 있는데 제안이 왔는데, 처음엔 고사했지만 노래를 들어보니 너무 좋아 이건 해야겠다 싶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힐링이 됐고 슬럼프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지훈 "배우가 숨을 곳이 없는 무대"  
 이번에 처음으로 ‘번지점프를 하다’에 합류한 이지훈은 “형(강필석)이 연기한 인우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 애잔하게 남아있다.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2006년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른 뒤 ‘모차르트’ ‘영웅’ ‘킹키부츠’ ‘엘리자벳’ 등 화려한 대극장 뮤지컬의 주인공을 도맡아해온 이지훈은 중극장에서 이뤄지는 이번 공연을 두고  “굉장히 힘들다”고 했다. “어디 숨을 데가 없다. 배우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대에 서면 정말 떨린다”고 털어놓으면서다. 하지만  “그 떨림과 설렘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 매너리즘에 빠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끝없이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사랑 
 이들이 해석한 인우의 사랑은 비현실적인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만 믿고 다 버리고 가는 판타지”(강)이자 “이런 사랑을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순애보”(이)다. 강필석은 “끝이 없이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사랑이라니 말도 안 되는 동화 같은 얘기다. 하지만 그런 희망이 있다면 삶이 풍요로워질 것 같다”면서 “인우가 가정과 사회적 지위를 모두 버리고 선택한 사랑에 관객들이 감정 이입해 공감할 수 있도록 인우의 갈등까지 깊이 있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지훈은 이번 작품을 위해 체중 감량까지 했다. “인우의 순박하고 순진무구한 느낌을 살리려면 ‘좀 놀았을 것 같은’ 내 이미지를 없애야 했다”는 것이다. 가수 출신인 이지훈은 이제 주 활동무대가 뮤지컬이다. 그는 "갖고 태어난 것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나를 성장하게 해주는 뮤지컬을 사랑하게 됐다. 3∼4년 전부터는 보컬 레슨도 받는다. 평생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5년 공백 끝에 돌아온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은 2012년 초연과 2013년 재연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5년이란 긴 공백은 2000년대 폭발적인 성장 이후 수익 구조 악화에 몸살을 앓는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 상황과 연관돼 있다. 원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2014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듬해 결국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새 제작사인 달컴퍼니에서 만들었다. 데뷔 연차 10년을 훌쩍 넘긴 중견 뮤지컬 배우로서 이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이들은 우리 뮤지컬 시장에 대해 “배우의 색깔보다는 작품의 힘으로 성장하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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