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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불신시대]전문가 3인의 진단과 해법은 "중요한 건 결국 재판"

재판 불신 여론이 사법부를 휩쓸고 있다. 영장심사부터 하급심 재판을 바라보는 사건 당사자들과 국민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 최근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재판 거래’ 의혹으로 사법부의 심장인 대법원까지 흔들리고 있다.
 
과거 판사로 일하며 조직 내부에서 ‘쓴소리’를 마다치 않다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전직 판사 두 명과 법조 삼륜의 한 축인 변호사 단체 대표(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게 현 사법부에 대한 문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김현 대한변협회장. [중앙포토]

김현 대한변협회장. [중앙포토]

김현(62) 회장은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변협은 지난 10일 “법원이 뼈를 깎는 반성 없이는 현 상태를 극복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느끼는 ‘부실 재판’ 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판사들이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의 ‘재판 불신’도 심각한 수준인가
“현장에서 뛰는 변호사들 사이에서 요즘 ‘엉터리 재판이 많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일부 판사들은 공정해야 할 재판에서 사견을 드러내거나 변론권도 제대로 주지 않고 변호사를 대놓고 면박 주는 일도 있다. 변호사 10명 중 7명이 “형사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신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일까.
“법원 조직이 지나치게 폐쇄적인 측면이 있다. 당장 판결문만 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판사들이 자신의 판결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평가를 받는데 소극적인 면이 있다. 결국 좁은 법정에서 판사는 ‘갑’이고 변호사들은 철저하게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법관 독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 않나.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고 양심적 판단을 존중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판사들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일선 판사들은 지금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비난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것은 검찰과 재판부에서 판단하면 된다. 판사들이 자신의 법정에서 진정 충실한 재판을 하고 있는지부터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충실한 재판을 위해 법원이 어떻게 해야 하나
“변협에서는 법관 평가를 통해 재판부의 점수를 매기고 문제가 됐던 상황을 정리해 법원에 제출한다. 하지만 아무런 방영이 되질 않는다. 판사의 독립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만큼, 외부 전문가의 엄정하고 객관적 평가와 감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방희선 변호사 (전 동국대 법대학장)
방희선 변호사. [중앙포토]

방희선 변호사. [중앙포토]

방희선(63) 변호사는 지난 1997년 판사로 임용된 지 11년 만에 재임용 심사에 탈락해 법복을 벗었다. 그는 판사 시절 “유신ㆍ5공 판사들이 정리돼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돈키호테’라고 불릴 정도로 조직에 쓴소리를 쏟아냈기에 탈락을 두고 법조계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그는 “양승태 법원의 과오는 부실화된 사법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다시 쓴소리를 던졌다.
 
-최근 사법부 파문을 어떻게 보나.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문건 작성 등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충격적이었던 건 일부 후배 판사들의 반응이었다. 자기 재판은 대체 언제 신경 쓰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비난만 쏟아냈다. 마치 양 전 원장과 그 시절 사법행정라인이 처벌되면 ‘존경받는 법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판사들도 법원 일원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판사는 손가락으로 누굴 비난하는 직업이 아니라 법정에서 자신의 재판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언론과 국민은 사법부를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판사들은 자신은 얼마나 재판을 잘하고 있는지를 더 돌아봐야 한다. 양 전 원장 문제는 수많은 사법부의 곪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하급심 재판만 가도 증인 신청이나 변론 기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실 재판이 판을 친다. 결국 판사들이 바뀌지 않으면 사법부는 그대로일 것이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판사들에 대한 감독과 평가를 엄정하게 해야 한다. 판사들을 평가의 틀에 옭아매자는 게 아니다. 외부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문가들을 통해 재판에 대한 평가는 물론, 업무에 대한 감독도 실시해야 한다. 대신 평가와 감독 내용은 당사자가 원하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엉터리 판결문과 부실한 재판을 하는 판사들이 없어져야 진정 사법부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사법행정 역시 판사들이 아닌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 인사, 사무분담 등을 할 때 판사들은 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법스템을 이렇게 개선해 판사들의 권력 조직화나 줄서기 문화가 없어지고, 판사 개개인이 자신의 재판에 공을 들이고 부끄럽지 않은 재판을 한다면 사법부는 바뀔 수 있다.”
 
서기호 변호사
서기호 변호사. [중앙포토]

서기호 변호사. [중앙포토]

서기호(48) 변호사는 판사 시절인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사퇴를 주장했다. 이후 근무평정에서 연달아 ‘하(下)’등급을 받고 재임용에 탈락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입법활동을 하던 2012~2016년에는 정의당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국정원 역할까지 하는 괴물로 전락한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행정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나.
“유능한 판사들이 상근하는 행정처의 순기능도 있었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공판중심주의ㆍ전자소송제 등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행정처의 공이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중앙집중식 관료 시스템의 폐해가 나타났다.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부정적 요소가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
 
-관료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판사가 법원행정처에 상근하게 되면, 그 사람은 판사가 아니라 행정가가 돼 버린다.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고, 행정부에 출입하고, 청와대 관계자와 접촉하는 등 ‘을’의 입장에서 일을 한다. 입법부ㆍ행정부ㆍ청와대와 친분 내지 모종의 협력관계 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후 재판 업무에 복귀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법원행정처는 어떤 곳이 돼야 하나.
“전문인력이 배치되는 순수한 사법행정 담당 기구로 전환돼야 한다. 사법지원실 등 현직 판사의 경험과 능력이 필요한 곳도 있겠지만, 태스크포스(TF)나 위원회 등의 의견수렴구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판사가 상근할 필요는 없다. 재판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판사 출신 사법행정전문인력’으로 남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판사들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면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은 법원장 1인이 소속 법관들을 주관적으로 평가하게 돼 있고, 그 결과도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군대로 따지면 ‘부대장’격인 법원장이라는 지위를 미국처럼 일선 판사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자리로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법원장에게 집중된 근무평정 권한과 징계 청구 권한 등을 사법행정담당기구로 분산시켜야 한다.”
 
손국희·문현경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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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