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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 격침' 러시아, '껍질' 벗겨질 때까지 뛰었다

러시아 쿠드바쇼프(오른쪽)가 2일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스페인 카르바할과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쿠드바쇼프(오른쪽)가 2일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스페인 카르바할과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홈팬들의 응원을 듣고 정신력으로 버틴거죠. 경기가 끝난 후엔 마치 껍데기가 벗겨진 기분이에요. 러시아도 그럴거에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 16강 연장전에 골든골을 터트렸던 안정환 MBC 해설위원이 '투혼의 러시아축구대표팀'을 이렇게 표현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시켰다. 러시아는 2일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끝난 스페인과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 정규시간 90분과 연장 전·후반 30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리곤 러시아가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혈투를 펼친 스페인과 러시아 선수들. [EPA=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혈투를 펼친 스페인과 러시아 선수들. [EPA=연합뉴스[

 
경기전까지 많은 축구전문가들은 스페인이 러시아에 낙승을 거둘거라고 예상했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승국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고, 러시아는 70위에 불과하다. 
 
스페인은 특유의 '티키타카(탁구 치듯 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펼쳤다. 패스횟수가 1000개를 넘었다. 복싱으로 비유하면 스페인은 계속 펀치를 퍼붓고, 러시아는 가드를 올리고 버텼다. 
 
러시아는 '5백'과 '두줄 수비'를 펼쳤다. 객관적 전력상 열세인 러시아가 꺼내들수밖에 없는 카드였다. 러시아는 안 위원 말대로 정말 껍질이 벗겨질때까지 뛰었다.
 
러시아 수비수 이그나셰비치는 1979년생, 한국나이로 40세인데, 세월을 거스르는 활동량을 보여줬다. 러시아 골로빈은 15km를 넘게 뛰었다. 러시아 선수들은 발에 쥐가나서 쓰러지길 반복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몸을 던졌다. 러시아 골키퍼 아킨페프는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스페인 라모스가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상대 자책골이 연결된 뒤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페인 라모스가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상대 자책골이 연결된 뒤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는 전반 12분 선제골을 내줬다. 프리킥 상황에서 라모스를 막던 이그나셰비치의 뒷발을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주저앉지 안았다. 전반 39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스페인 수비수 피케의 손에 맞아 핸드볼 파울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주바가 오른발슛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스페인과 16강전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러시아 주바. [AP=연합뉴스]

스페인과 16강전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러시아 주바. [AP=연합뉴스]

 
양팀 모두 120분간 혈투를 펼쳤다. 한계점에 도달했지만, 서로를 격려했다.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스페인 세번째 키커 코케의 슛을 러시아 골키퍼 아킨페프가 막아냈다. 아킨페프는 네번째 키커 아스파스의 슛까지 막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아키페프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한국전에서 이근호의 중거리슛을 막지못하며 '기름손'이란 오명을 얻었지만, 이날 명예회복을 제대로 했다. 
 
안정환 위원은 "승리의 여신이 목숨걸고 뛴 러시아를 향해 웃어줬다"며 "이게 축구의 매력이다. 축구는 아름다운 스포츠다. 사투를 펼친 뒤 끝나면 이긴팀과 진팀이 서로 악수를 한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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