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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문 대통령의 건강 문제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대통령 중심제 나라에서 ‘대통령의 건강’은 헌법만큼 소중하다. 헌법의 최종 수호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의 심장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경미한 감기몸살에 걸려도 세상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그래서다.
 
필자가 수십 년간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처럼 공식 일정이 1주일 동안 통째로 비워져 공개된 적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사실 건강 문제로 치면 70세가 넘어 집권한 김대중(DJ) 대통령의 임기 말처럼 심각한 시절도 없었다. 그때 필자는 청와대를 출입했는데 DJ는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주로 업무를 볼 정도로 자주, 지속적으로 편찮았다. 당시 박지원 비서실장의 주도면밀한 선제적 조치, 능수능란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언론 대응 등으로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전 국민의 근심거리로 떠오르지 않았다.
 
초특급 보호 및 관리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지금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청와대는 미덥지 못하다. 아슬아슬하다. 관저를 들락날락하는 거의 유일한 참모가 임 비서실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는 “대통령이 ‘기력’을 회복해 가는 중”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의겸 대변인의 발표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6월 28일). 기력은 ‘국가의 심장’을 묘사하는 단어로는 부적절하다. 임종석의 언어는 부지불식간에 일반 대중이나 이해관계국 정보기관들로 하여금 대통령의 회복보다 기력 쇠진 상태에 더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부작용을 냈다. 의도와 다른 결과다. 이럴 땐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임 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들이 참여하는 ‘현안 점검 회의’라는 곳에서 “대통령에게 정식 보고서나 메모 형태도 일절 올리지 않기로” 결정하고, 더 나아가 이를 공식 발표케 한 것도 과했다. 자기들끼리는 법률가 출신에 완벽을 추구하는 문 대통령의 습성상 전자메일 문서들을 거의 한 줄도 빼지 않고 꼼꼼히 읽는 모습이 짠하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활자 의존 성향인 문 대통령의 신체적·정신적 소모를 최대한 줄이려는 배려였으리라.
 
하지만 국내외 비판자와 공격자가 우글거리는 정글 같은 현실에서 그런 선의나 속사정은 통하지 않는다. 월드컵 축구에서 보다시피 수많은 나라가 경쟁국의 약점을 탐색하고 실패를 고대하고 있다. 단 며칠이라도 한국 대통령이 막중한 의사결정을 지체하거나 중지할 수 없는 이유다. 국가의 심장은 잠시도 멈춰선 안 된다. 백번을 양보해 대통령이 ‘보고받기 중단’에 들어갔다고 치자. 그렇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그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세계에 공표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
 
정통한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병세는 육체의 문제라기보다 회생 기미가 느껴지지 않는 서민생활, 희망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경제 정책에서 오는 심적 스트레스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전했다. 윗목 온도를 좀처럼 올리지 못하는 경제 라인에 원천적인 책임이 있다는 얘기였다. 문 대통령의 건강 문제는 주치의가 진단한 바와 같이 과로 누적이 직접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 참모들의 정책적 무능에서 비롯돼 정무라인의 부적절한 대처가 겹쳐 일이 실체 이상으로 부풀려진 측면도 놓쳐선 안 될 대목이다.
 
예고된 대로 대통령은 오늘 업무에 복귀할 것이다. 건강한 모습으로 TV에 나타나길 충심으로 바란다. 문 대통령은 이제 참모들에게서 잔정을 거뒀으면 한다. 지금 청와대에 필요한 건 온정주의가 아니라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청와대 참모진의 끼리끼리 감싸기 풍조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청와대가 오로지 대통령 한 사람만을 위한 조직으로 단순해져야 할 때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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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