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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양심적’ 병역 거부

이현상 논설위원

이현상 논설위원

전쟁이 있는 한 병역 거부의 역사도 계속된다. 기록에 나타난 최초의 종교적 병역 거부자는 북아프리카 출신 로마 군인 ‘막시밀리아누스’다. 서기 296년 21세에 징집된 그는 황제에 대한 충성 맹세를 거부하다 참수형에 처해졌다. 훗날 가톨릭 성인으로 추존됐다. 기독교 전통의 국가에서 종교적 병역 거부에 대한 처분은 관대한 편이다. 16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특정 종파 신도들에게는 세금으로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게 했고, 18세기 영국은 퀘이커 교도의 군 복무를 면제했다. 미국은 남북전쟁 중 안식교 신자들에게 비전투 분야 복무를 허용했다.
 
우리나라에서 병역 거부와 관련해 주목받는 종교 집단이 ‘여호와의 증인’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2004~2013년 병역 거부자 6164명 중 6118명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187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성서 연구 모임에서 시작됐다. 명백히 비유적이거나 상징적인 부분만 아니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들의 신념인 ‘수혈 거부’와 ‘병역 거부’의 근거는 ‘피를 멀리 하라’(사도행전), ‘이 나라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이사야)라는 성서 구절이다.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논란 중 하나가 ‘양심’이란 단어다. 특정 종교 혹은 개인의 신념에 따른 행위에 왜 ‘양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느냐는 불만이다. 여기엔 법률적 언어와 생활언어 간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법률상 양심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일반 언중은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마음’, 즉 그 자체로 긍정적 의미로 이해한다. 영어의 ‘conscientious objection’을 글자 그대로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로 옮기다 보니 어감이 미묘하게 틀어졌다. 이 때문에 ‘양심적’ 대신 중립적 느낌의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념에 따른’ 혹은 ‘소신에 따른’이 대안으로 꼽힌다. 병무청에서는 ‘입영 및 집총 거부’라는 건조한 용어를 쓰고 있다.
 
‘양심적’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드는 데엔 이 말이 함부로 쓰인 탓도 있다. 공감 안 되는 고집, 혹은 잘 봐줘야 기껏 ‘소신’에 지나지 않는 개인 생각을 ‘양심’이라고 우기는 세상이다. 이래서야 양심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양심의 라틴어 어원은 con(함께) scientia(앎)이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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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