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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문’ 비난 받던 미운 오리…‘킹영권’으로 거듭나다

김영권이 1일 서울 한 커피숍에서 독일전 결승골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있다. 김영권은 지난달 28일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을 터트린 뒤 팔뚝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의 팔뚝에는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아내와 딸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김경록 기자, 카잔=임현동 기자

김영권이 1일 서울 한 커피숍에서 독일전 결승골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있다. 김영권은 지난달 28일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을 터트린 뒤 팔뚝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의 팔뚝에는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아내와 딸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김경록 기자, 카잔=임현동 기자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러시아로 출국할 때까지 욕을 먹었죠. 제겐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생각하고 뼈가 부러져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뛰었어요. 그랬더니 이런 날이 다 오네요.”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3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고 귀국한 김영권(28·광저우 헝다)을 1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그의 미소를 본 건 1년 만이었다.
 
김영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축구 팬들에게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선수였다. 수비가 뻥뻥 뚫린다고 해서 ‘자동문’이란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더니, 지난해 8월 이란과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엔 “관중의 소리가 커서 소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가 팬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28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선제 결승골을 넣는 김영권(오른쪽). 카잔=임현동 기자

28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선제 결승골을 넣는 김영권(오른쪽). 카잔=임현동 기자

김영권은 지난달 28일 독일과의 3차전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팬들의 비난을 찬사로 바꿔놓았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세계 1위인 독일의 공격을 육탄방어로 막아냈고, 후반 추가시간엔 선제 결승 골까지 뽑아냈다. 팬들은 그를 이제 ‘킹영권’ ‘빛영권’이라고 부른다.
 
김영권은 “지난해 이란과의 평가전은 부상에서 돌아와 1년 만에 치르는 대표팀 복귀전이었다. 주장 완장까지 차서 책임감이 무거웠다. 선수들끼리 소통이 안 됐다는 걸 자책하다가 실언을 했다.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나중에 인터뷰 내용을 검토해보니 축구 팬 입장에서는 못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많은 반성을 했다”며 “독일전이 끝난 뒤 한 팬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수비수 얀 베르통헨(벨기에)의 플레이를 닮았다며 ‘베르통권’이라고 불러주시더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영권이 1일 독일전에 펼친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있다. 김영권은 ’독일전 승리 후 ‘형! 골 넣으라고 TV를 음소거로 봤어요’란 댓글을 봤다. 정말 기발해서 상을 드리고 싶더라. 고마운 팬 여러분, 진짜 가장 큰 목소리로 응원해주셔 된다“며 활짝 웃었다. 김경록 기자, 카잔=임현동 기자

김영권이 1일 독일전에 펼친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있다. 김영권은 ’독일전 승리 후 ‘형! 골 넣으라고 TV를 음소거로 봤어요’란 댓글을 봤다. 정말 기발해서 상을 드리고 싶더라. 고마운 팬 여러분, 진짜 가장 큰 목소리로 응원해주셔 된다“며 활짝 웃었다. 김경록 기자, 카잔=임현동 기자

 
김영권은 독일전 당시 0-0으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 박스에서 흐르는 볼을 잡아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비디오판독(VAR) 끝에 득점으로 인정됐다. 김영권은 “침착하게 슛을 했다. 그런데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더라. 순간적으로 울컥하더라”면서 “그런데 비디오판독을 기다리면서 왠지 골 일 것 같았다. 그 몇 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동료 중엔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선수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김영권이 독일 티모 베르너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김영권이 독일 티모 베르너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권은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몸을 던지는 수비를 펼쳤다. 행여 핸드볼 파울이라도 저지를까 봐 열중쉬어 자세로 수비할 때도 있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한국 정우영(왼쪽), 김영권이 독일의 마르코 로이스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한국 정우영(왼쪽), 김영권이 독일의 마르코 로이스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독일전에서 특히 조심했다. 팔에라도 맞으면 페널티킥을 내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끝까지 죽기 살기로 뛰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랬다”고 밝혔다. 김영권은 또 “독일전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우리가 탈락한 줄 몰랐다. 뒤늦게 스웨덴이 멕시코를 꺾었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영권은 독일전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4년간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사진 SBS 방송 캡처]

김영권은 독일전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4년간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사진 SBS 방송 캡처]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독일전 중계를 하던 중 “김영권에게 5년짜리 ‘까방권(까임방지권의 준말·잘못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속어)’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 평생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권은 “까방권을 딱 5년만 받고, 5년 뒤에 은퇴해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김영권의 오른팔에는 프랑스어로 가슴 속에 새기고 다니겠다는 글귀와 함께 아내 이름과 첫째딸 영문명이 새겨져있다. 김경록 기자

김영권의 오른팔에는 프랑스어로 가슴 속에 새기고 다니겠다는 글귀와 함께 아내 이름과 첫째딸 영문명이 새겨져있다. 김경록 기자

 
김영권은 독일전에서 골을 넣은 뒤 양팔을 벌리고 뛰다 팔뚝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의 오른 팔뚝에는 프랑스어로 ‘가슴속에 새기고 다니겠다’는 글귀와 함께 아내 이름(세진)과 첫째딸(리아)의 영문명이 새겨져 있다.
 
아들 리현 군을 안고 아내 박세진 씨와 입맞춤하는 김영권. 오른쪽 아래는 딸 리아. 왼쪽 아래는 리현이.[사진 김영권]

아들 리현 군을 안고 아내 박세진 씨와 입맞춤하는 김영권. 오른쪽 아래는 딸 리아. 왼쪽 아래는 리현이.[사진 김영권]

 
김영권은 2013년 괌으로 여행을 가던 도중 비행기 승무원이었던 아내 박세진 씨를 처음 만나 결혼에 골인한 사연을 처음 공개했다. 마침 동료인 김보경(가시와)의 부인이 승무원 출신이라는 걸 들은 김영권은 그의 도움을 얻어 박 씨를 다시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대시 끝에 이듬해 결혼했다. 현재 4살 딸 리아와 10개월 아들 리현을 두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영웅 김영권과 그의 아내 박세진씨. [김영권 인스타그램]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영웅 김영권과 그의 아내 박세진씨. [김영권 인스타그램]

김영권은 지난해 이란전 직후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가, 최근에야 공개로 바꿨다. 김영권은 “제가 잘못해서 욕먹는 건 괜찮지만, 아내와 아이를 욕하는 건 견딜 수 없었다. 아내가 ‘힘들겠지만 참고 이겨내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며 “팔뚝에 입맞춤하는 세리머니를 한 것은 가족의 힘으로 골을 넣었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영권의 왼쪽팔에는 Only I can change my life. No one can do it for me(오직 나만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어.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어)란 문신이 새겨져있다. 그는 문신처럼 스스로 인생을 바꿨다. 김경록 기자

김영권의 왼쪽팔에는 Only I can change my life. No one can do it for me(오직 나만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어.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어)란 문신이 새겨져있다. 그는 문신처럼 스스로 인생을 바꿨다. 김경록 기자

 
러시아 월드컵에선 중앙수비로 나선 장현수(FC도쿄)가 결정적인 실수로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꼭 1년 전 김영권과 비슷한 처지다. 김영권은 “현수에게 내 경험을 이야기해줬다. 어차피 되돌릴 수 있는 건 본인뿐이다. 현수가 극복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전주공고 시절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힘들게 운동을 했다. 그는 “고3 때 금요일까지 운동하고, 토요일엔 돈을 벌기 위해 막노동을 하러 나갔다. 일당 7만원, 수수료를 떼고 6만3000원을 받았다. 그걸로 한 주를 보냈고, 그 돈을 모아 축구화를 샀다”고 회상했다.
스웨덴전에서 육탄방어를 펼친 김영권. 김영권은 요즘도 1년에 한번씩 모교 전주공고 은사 강원길 감독과 후배들을 찾아가 쇠고기 회식을 쏜다. 김영권은 ’한번은 400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후배들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면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고 말했다. [뉴스1]

스웨덴전에서 육탄방어를 펼친 김영권. 김영권은 요즘도 1년에 한번씩 모교 전주공고 은사 강원길 감독과 후배들을 찾아가 쇠고기 회식을 쏜다. 김영권은 ’한번은 400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후배들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면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고 말했다. [뉴스1]

 
김영권은 201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중국 광저우에서 2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꿈은 빅리그 진출이다. 김영권은 “기회가 된다면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유럽 무대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2014년과 2018 월드컵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김영권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이번 같은 각오로 준비해서 꼭 16강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2014년과 2018 월드컵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김영권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이번 같은 각오로 준비해서 꼭 16강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 일정(7/2)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 일정(7/2)

김영권
출생: 1990년 2월27일(전북 전주시)
체격: 키 1m86㎝, 몸무게 79㎏
가족: 아내 박세진, 딸 김리아, 아들 김리현
별명: 킹영권, 빛영권
소속팀: 전주조촌초-해성중-전주공고-전주대
프로팀: FC도쿄(2010), 오미야(2011~12), 광저우(2012~)
A매치: 56경기(3골)
주요경력: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5 동아시안컵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2013, 2015)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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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