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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우의 뉴스로 만나는 뉴욕] 취업난 모르는 미국 대학생 … 그러나 4400만명이 빚더미

지난 5월 둘째주 일요일이던 13일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대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학사모에 ‘행복한 어머니의 날 되세요, 어머니’란 글귀를 적 었다. 미국서 5월 둘째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둘째주 일요일이던 13일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대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학사모에 ‘행복한 어머니의 날 되세요, 어머니’란 글귀를 적 었다. 미국서 5월 둘째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AP=연합뉴스]

한국 청년실업률은 지난 4월 두 자릿수(10.7%)를 기록하며 ‘취업 한파’가 여전함을 입증했다. 대졸 청년들은 학기 등록금 500만원 정도를 내며 대학을 졸업했는데, 능력을 제 값에 사줄 일터가 없다는 소외감과 박탈감에 힘이 빠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이 위로가 될 순 없다.
 
태평양 너머 미국에서의 전체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대 후반을 가리키고 있다.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도 별다른 어려움없이 직장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청년들의 부러움을 살만하다. 그러나 미국 청년들에게도 그늘진 면이 있다. 졸업을 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회초년병들은 학생시절 대출금이 만만치 않아 취업 후 10년 이상 빚 갚기에 허덕이느라 고달프다. 학생 대출은 젊은이들의 지갑까지 닫아버려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뉴저지주립대인 럿거스대를 졸업하고 주 정부 교육부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레베카 윌스(28)도 그 사례 중 하나다. 그는 월가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보내고 매사추세츠주의 주립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경제위기 당시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자 대학을 자퇴하고 뉴저지로 귀향했다.
 
집 근처 시립대를 거쳐 럿거스대에 편입한 뒤 졸업장을 받아들었지만 6만 달러(약 6500만원)에 달하는 학생 대출금도 함께 따라왔다. 학생 시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지만, 대출금 규모는 늘어만 갔다. 윌스는 “다른 친구들처럼 여행도 다니고, 예쁜 옷도 마음껏 사고 싶지만 지금은 대출금 갚느라 아무런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취업 이후에도 매달 600달러씩 원금과 이자를 갚아가면서 이제 대출금 규모는 3만 달러 정도 남은 상태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신혼집은 월세 1350달러 원베드룸에 차리기로 했다.
 
조사업체인 매그니파이머니가 3069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의 학생이 대출금 부담 때문에 학업 중단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15%는 1만 달러 이상, 50% 이상의 학생들은 2만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미 대학의 학비와 생활비는 한국에 비해 두배 이상 비싼 편이다. 사립대나 법학대학원 또는 경영대학원의 경우 학비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웬만큼 유복한 집안이 아니라면 대학에 입학한 뒤 부모로부터 첫 등록금 정도만 지원받고 나머지는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정형편이 극도로 어려운 경우 재정보조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 학생 대출로 학비를 마련한다. 주립대를 비롯한 공립학교의 경우 한 학기에 5000달러 정도의 빚이 생기고, 졸업할 때 4만∼5만달러 정도의 대출금을 떠안게 된다. 사립대의 경우 이보다 2배∼4배까지 규모가 커진다. 생활비까지 비싼 뉴욕대(NYU)의 경우 졸업 때 학생 대출금 규모가 7만 달러에 이를 정도다.
 
학비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 이유는 졸업 이후의 보수 때문이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학사 학위 소지자의 연평균 소득은 약 6만5482달러인데 비해 고등학교 졸업자의 연소득은 3만5615달러에 불과했다. 약 3만 달러(약3240만원) 정도의 연봉 격차를 보였다.
 
미국의 청년들이 빚을 끌어쓰면서 학위를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학생 대출금 총액은 올해 1조4000억 달러(약 1512조원)에 달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인 모기지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학생 대출금 규모가 신용카드 빚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학생 대출금을 안고 있는 학생 수는 4400만명에 달한다. 1인당 평균 3만7171달러(약 4100만원)의 빚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금 규모는 지난 10년 전에 비해 세 배로 커졌다. 미국의 주별 학생대출금 규모도 조사됐는데, 비교적 가난한 주일수록 졸업생 한 명 당 대출금 규모가 컸다.
 
뉴욕연방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매달 내는 원금과 이자액이 2005년에는 227달러였는데, 2016년에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393달러에 달했다. 대졸자와 고졸자 사이에 연봉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학위에 수요를 느낀 청년들이 많아졌고, 덩달아 학생 대출금 규모까지 늘어난 것이다. 미국 내 학사학위 소지자는 2007년 28%에서 지난해 33.4%로 증가했다.
 
그러나 학생 대출금 규모와 졸업 후 연봉 사이의 주판알을 잘못 튕겨 낭패를 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특히 지나친 학위 욕심에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학생 대출을 받아 20년 가까이 빚 상환에 허덕이는 경우도 있다. 석사, 박사학위로 올라갈수록 더 큰 빚더미에 올라섰다.
 
미국 경제는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학생 대출에 따른 청년들의 빈 지갑은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이 지난해 조사결과 35세 이하 미국인들의 주택 소유 비율은 35%에 그쳤다. 1982년 기록한 41%에서부터 30여 년 동안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재정 부담 때문에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성인 자녀가 미국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학생 대출금 갚기에 급급하다 보니 부동산 담보대출까지 받아 주택을 구입할 생각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뉴욕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인 윌버트 반데르 클라우는 “20년 전 수준으로 학생 대출금 규모가 유지됐다면 지금 젊은이들이 구입하는 주택은 훨씬 늘었을 것”이라며 “대부분 대졸자는 임대주택을 옮겨다닌다”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들은 주 정부 등이 예산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향후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청년들의 학생대출금은 늘어날 전망이다. 한·미 두 나라 청년들의 ‘기쁜 우리 젊은날’이 고달프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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