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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원 된다더니 … ‘용두사미’ 샤오미 IPO

글로벌 시장의 벽은 높았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홍콩 증시 기업 공개(IPO)에서 당초 계획한 자본 조달액의 절반에 못 미치는 47억 달러(약 5조2400억원)를 모집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도 당초 예상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중국 온라인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세계 최대 규모로 주목받은 샤오미 IPO가 ‘용두사미’가 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샤오미가 공모가를 17 홍콩달러(약 2400원)로 정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검토한 공모 가격대는 17~22 홍콩달러(2400~3100원)였는데, 최저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샤오미는 지난 5월 홍콩증권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100억 달러(약 11조원) 조달을 목표로 했다. 지난달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회장은 목표 금액을 61억 달러(약 6조8000억원)로 하향 조정했으나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샤오미 기업가치 평가액도 539억 달러(약 60조 720억원)에 그쳤다. 2014년 사모 투자 유치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 450억 달러에서 약간 오른 정도다. 당초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IPO 이후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약 111조 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샤오미 IPO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는 주식 시장 불안정 탓이 크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홍콩 증시 항셍 지수는 지난달 들어 6.5%, 올해 들어서는 4.8% 하락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도 올해 고점으로부터 20%가량 빠졌다. 알렉스 웡 앰플캐피털 자산운용 책임자는 “샤오미가 미·중 무역 마찰의 희생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며 “투자자들이 불안 속에 움츠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부동산 재벌 리카싱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이 모두 샤오미 IPO에 참여했으나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 주력 상품인 저가 스마트폰으로는 미래 수익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비관론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몸값을 높이기 위해 샤오미는 “하드웨어업체에서 인터넷 서비스업체로 전환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샤오미 IPO 부진은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 기술 기업들에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PO를 진행 중인 중국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우신은 지난달 말 공모가를 당초 검토한 공모가격대 하한보다 더 낮게 책정했다.  
 
온라인 인테리어 디자인 중개업체 키카홈은 홍콩 증시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중국 음식 평가 및 배달업체인 메이퇀뎬핑은 적자 규모가 1년 새 3배로 늘었으나 기업가치 600억 달러(약 66조8700억원)를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 FT는 “투자자들이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잣대로 중국 기술 기업들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오미 주식 거래는 오는 9일 시작된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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