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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고삐 죄는 정부 … 코너 몰리는 한국 경제 ‘투톱’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가 2일부터 시범 시행되면서 한국 경제의 ‘원투펀치’인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7개 기업이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천문학적 액수의 자본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거나,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대거 처분해야 할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통합감독 시범 시행 대상 기업은 5조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복합금융그룹, 다시 말해 은행·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의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이다. 삼성·현대차·한화·DB·롯데·교보생명·미래에셋 등 7개 그룹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취지는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의 부실로 인한 금융계열사의 동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해법은 금융계열사들과 비금융계열사 또는 대주주 간 긴밀한 연결고리의 단절이다. 이 제도가 문재인 정부 재벌 개혁 정책의 하나로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감독 대상 금융그룹들은 일단 자본비율 100%를 넘겨야 한다. 자본비율은 ‘적격자본(분자)/필요자본(분모)X100’의 수식으로 산출된다. 적격자본은 금융그룹 차원의 실제 손실흡수능력을 의미하고, 필요자본은 업권별 최소 자본 기준을 말한다. 이게 100%를 넘어야 한다는 건 금융그룹들이 유사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돈줄’을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기준에 따른 자본비율은 대부분 여유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은 328.9%, 미래에셋은 307.4%, 교보생명은 299.1%,  롯데  241.2 %, DB 221.8%, 한화  210.4%였고, 가장 낮은 현대차도 171.8%였다.
 
하지만 금융위가 1일 발표한 자본 적정성 감독기준 초안에 따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적격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의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져 적격자본이 줄어들고, 필요자본으로 가산되는 자본은 대거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여서다.
 
일단 그룹 내 금융계열사 간 출자액이 적격자본에서 전액 제외되고 계열사 간 상호·순환·교차출자액도 조건부로 차감된다. 계열사들과 관계가 적은 순수한 자기자본만 적격자본으로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이다.
 
반대로 분모인 필요자본에는 이것저것 추가되는 것이 많아진다. 구체적으로 업권별 최소요구자본(은행의 경우 8%)에 ‘집중위험’과 ‘전이 위험’이라는 것이 더해진다.
 
집중위험은 특정 대상과의 거래 비중이 높아 위험이 집중적으로 쏠려 있는 종류의 거래를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 또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 집중 위험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금융위는 초안에서 관련 법령이 모두 정비되는 2020년 이후에는 대주주 관련 위험 노출(익스포저) 비중을 금융그룹 자기자본의 25% 이하로 관리하고 비금융계열사 출자 한도를 금융그룹 자기자본 대비 개별 계열사의 경우 15%, 전체 계열사 대출 합산액 경우 60% 이하로 관리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한도 초과분은 모두 고스란히 필요자본에 추가된다.
 
전이 위험은 금융그룹 위험관리 역량 평가를 통해 차등적으로 산출한다.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으면 총위험자산의 0.5% 또는 필요자본의 5%, 최저 등급인 5등급을 받으면 총위험자산의 2.5% 또는 필요자본의 25%까지 필요자본이 늘어나게 된다.
 
금융위가 자본의 중복 이용과 전이 위험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삼성의 자본비율은 221.2%로 지금보다 107.7%포인트나 낮아지고, 미래에셋은 150.7%로 반 토막 날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는 위험 수위인 127%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자본비율 하락을 방지하려면 ‘급전’을 구해 적격자본을 늘려야 하지만 순수한 자기자본을 대폭 늘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필요자본을 줄이는 것인데 대표적인 방식이 보유 중인 타 계열사 지분의 매각이다.
 
재계 안팎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사실상 삼성, 더 구체적으로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을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위 기준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29조 원대의 삼성전자 주식은 명백한 ‘집중 위험’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 부분까지 반영해 다시 시뮬레이션할 경우 삼성의 자본비율이 11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왔다.
 
현재 삼성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5.37%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8.7%)·삼성물산(4.65%)·삼성화재(1.45%) 등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까지 더하면 20% 이상에 이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20.76%)이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17.23%)다. 적은 지분율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게 바로 이 순환출자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감독 기준 충족을 위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시장에 대거 출회되면 지금의 삼성전자 지배구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준을 먼저 정하고 감독 대상을 선정한 게 아니라, 대상을 먼저 정한 뒤 이에 맞춰 기준을 선정한 것처럼 보인다”며 “재벌개혁 명분으로 아무 칼이나 잡히는 대로 휘둘러서는 안 되며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잘 설계된 방향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집중위험은 삼성그룹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그룹 위험 관리실태도 평가하지 않았고 자본 적정성 평가 관련 세부기준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시뮬레이션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김태윤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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