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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들 얘길 사람들이 좋아할까' 라는 편견 깬 드라마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37)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사진 tvN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사진 tvN 공식 홈페이지]

 
오늘은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오래전부터 소개해드리고 싶었던 드라마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전 만만한 리뷰에서도 종종 등장한 드라마인데요.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노희경 작가님 빠, 덕후, 팬입니다. 본격적인 덕질(!)을 하게 된 작품은 ‘그들이 사는 세상’ 부터죠. 이후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최근에 종영한 ‘라이브’까지. 노 작가님의 팬이 된 이유 중 하나만 꼽으라면 그녀의 작품에선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겁니다.
 
드라마가 다 사람 사는 이야기 아니냐 하시겠지만, 대부분 드라마의 경우 남녀 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를 다뤘다거나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의 삼각관계를 이뤄 주요 인물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반면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보면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가 중심이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연 배우들. (왼쪽부터) 영원 역의 박원숙, 완 역의 고현정, 난희 역의 고두심, 정아 역의 나문희, 희자 역의 김혜자. [사진 tvN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연 배우들. (왼쪽부터) 영원 역의 박원숙, 완 역의 고현정, 난희 역의 고두심, 정아 역의 나문희, 희자 역의 김혜자. [사진 tvN 공식 홈페이지]

 
이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잘 나가는 짬뽕집 주인 난희(고두심 분)는 젊은 시절 남편이 제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나 맨몸으로 뒹굴고 있는걸 안방에서 목격한 후 딸 하나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반신불수 아버지에 하반신 불구인 동생, 그리고 평생 고생만 죽어라 한 엄마를 모시는 실질적인 가장이기도 하죠. 
 
겉으로 볼 땐 화려한 영원(박원숙 분)은 열아홉에 길거리 캐스팅되어 배우로서도 광고모델로서도 승승장구한 것 같지만, 유부남 선배를 사랑하게 되면서 시련을 맞이합니다. 이후 다른 사랑에서도 실패하죠. 하늘에서 내린 벌인지 갑상샘암, 난소암에 걸려 현재까지 항암 치료 중입니다.  
 
정아(나문희 분)에게는 스크루지 영감 같은 남편과 세 딸이 있습니다. 결혼 후 시부모 봉양에 남편 형제 여섯을 뒷바라지에 출가시키고, 세 딸도 모두 결혼시켰죠. 어렵고 고단했지만 희망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신혼 초 남편이 세계 일주를 시켜준다는 약속이었죠. 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자 남편은 무슨 여행이냐며 되레 큰소리를 치죠.
 
이 밖에도 희자(김혜자 분), 충남(윤여정 분), 성재(주현 분), 석균(신구 분) 등의 친구들과 극 전체의 화자이자 이들 모두의 딸 완(고현정 분)까지. 등장인물들의 치열한 이야기가 매회 등장합니다.
 
극 중 석균(신구 분)은 정아(나문희 분)의 남편이자, 짠돌이에 잔소리 많고 툭하면 버럭 성질을 내는 전형적인 꼰대로 등장한다. [사진 tvN 공식 홈페이지]

극 중 석균(신구 분)은 정아(나문희 분)의 남편이자, 짠돌이에 잔소리 많고 툭하면 버럭 성질을 내는 전형적인 꼰대로 등장한다. [사진 tvN 공식 홈페이지]

 
노년의 삶 외에 자식과 부모의 관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 이야기도 다룹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딸의 아픔을 외면해버린 석균(신구 분)과 그로 인해 상처받은 첫째 딸 순영(염혜란 분),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알던 난희와 엄마의 상처 때문에 외면하지 못하고 순종적으로 살아온 완 사이의 화해와 용서.
 
교통사고로 외삼촌처럼 하반신 불구가 된 연하(조인성 분)를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완, 전기 공사에 다니다 전봇대에서 떨어져 하반신 불구가 된 난희의 동생 인봉(김정환 분)과 자끄의 이야기까지. 작은 이야기 하나까지도 버릴 게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회차 중 6회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요양병원에 모셨던 정아는 간병인에게 엄마의 상태가 호전됐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엄마를 찾아갑니다. 모처럼 바깥바람을 쐴 겸 가까운 바닷가로 모시고 나가는데요. 휠체어에 타고 딸과 함께 산책하던 엄마는 그만 숨을 거두죠.
 
이때 정아와 정아 엄마, 바닷가에서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난희와 완 모녀를 교차로 보여줌과 동시에 흐르는 OST(린-바람에 머문다)는 슬픔을 배가시켜주는 동시에 인생의 쓸쓸함과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6회 마지막 장면. 완과 난희, 정아와 정아 엄마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페이스북]

6회 마지막 장면. 완과 난희, 정아와 정아 엄마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페이스북]

  
죽은 자는 죽은 자, 그래도 산자는 살아야 한다고 분명한 선을 그을 때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확실히 분간할 때
어쩔수 없는 모든 것을 순리라고 받아들일 때
나는 어른들이 산처럼 거대하고 위대하고 대단해 보인다.
-'디어 마이 프렌즈' 7회 중 완의 독백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8.1%(닐슨코리아 기준)를 찍으며 tvN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 10위권 안에 들었고,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인생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제53회 백상예술대상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극본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처음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은 아닙니다. 극 중 완의 말("엄마 말 되는 소릴 해? 늙은이들 얘길 누가 읽어? 솔직히 관심 없어. 안궁('안 궁금하다'는 의미)이라고!")처럼 노인들을 다룬 이야기가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까?' 하는 많은 우려가 있었죠. 
 
제53회 백상예술대상 TV 드라마 부문 극본상을 수상한 노희경 작가. [일간스포츠]

제53회 백상예술대상 TV 드라마 부문 극본상을 수상한 노희경 작가. [일간스포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작가가 이 작품을 쓴 이유는 “더 이상 미루면 작가로서 후회할 것 같아 집필하게 됐다”며, "그들의 ‘치열함’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취재하면서 확신한 것은 젊은 사람들이 사는 치열한 삶은 그들과 비교하면 치열한 것도 아니다. 노년의 대부분은 죽음을 앞두거나 병이 들거나 그동안의 의지가 꺾이는 과정을 겪는다. 흔히 드라마 대본에서 소개되는 누구 때문에 애타는 치열함 정도는 갖다 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개중에는 노년의 삶이 너무 미화된 것 아니냐는 평도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치매에 걸린 희자는 시설 좋은 요양원에 입원할 수 있고, 난희는 잘나가는 중국집 사장인 데다, 영원이는 인기 있는 여배우죠. 석균과 정아도 노후 걱정 안 해도 될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고요. 이들은 캠핑카를 빌려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기 때문이죠.
 
일리가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상대적 노인 빈곤율은 45.7%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니까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그들에게 요양원이니 여행은 사치죠. 하지만 드라마 전체에 걸쳐 나온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봤을 때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위로가 아니었을지 생각해봅니다.
 
자식은 부모를, 부모는 자식을 이해하며 함께 눈물 쏟게 만드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였습니다.
 
디어 마이 프렌즈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사진 tvN 공식 홈페이지]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사진 tvN 공식 홈페이지]

연출: 홍종찬
극본: 노희경
출연: 고현정,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김영옥
편성: tvN
방영기간: 2016년 5월 13일~7월 2일
방영회차: 16부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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