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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픽셀로 구현한 한국 문화유산 3만 점

구글, ‘코리안 헤리티지’ 프로젝트 오픈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출입금지 지역인 덕수궁 정관헌 실내에 쑥 들어갈 수 있다. 360도로 화면을 돌려보며 유홍준 전 문화재청 청장(명지대 석좌교수·미술사학과)의 해설까지 듣는다. “전통 목조 건축과 신식 석조 건물이 공존하는 덕수궁의 높은 언덕에는 정관헌이라는 파빌리온이 있습니다. ‘조용히 바라보는 집’이라는 이 건물은 임금이 커피를 마시며 사색하던 공간이죠. 러시아 건축가가 설계한 정관헌은 서양식 건축이면서 동양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서, 이루지 못한 왕조의 꿈과 함께 동서 문화의 만남을 보여줍니다.”  
 
온라인 예술작품 전시 플랫폼 ‘구글 아트 앤 컬쳐’가 구축한 한국 문화유산 온라인 전시장 ‘코리안 헤리티지’(artsandculture.google.com/project/korean-heritage)의 한 코너다. 다양한 문화유산을 디지털 자료로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2011년 출범한 ‘구글 아트 앤 컬쳐’는 70개국 1500개 이상의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1일 간담회에서 아밋 수드 구글 아트 앤 컬처 총괄 디렉터는 “모네의 회화 작품을 촬영해 고해상 이미지로 제공하려던 것이 시작이었는데, 이제는 문화 전반으로 확대됐다”며 “서양 중심적 시각이 우세한 문화 예술 분야에서 구글의 기술을 통해 편향된 시각을 극복하고 이를 다수가 누릴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코리안 헤리티지’의 경우 경기도박물관ㆍ국립경주박물관ㆍ국립고궁박물관ㆍ국립국악원ㆍ국립무형유산원ㆍ국립민속박물관ㆍ국립중앙도서관ㆍ수원시(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ㆍ숙명여대 박물관 등 9개 국내 문화기관이 협업했다. 신라시대·조선왕조·대한제국의 이야기를 비롯해 궁중회화 같은 왕실의 예술문화부터 한국인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룬다.  
 
단순히 작품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덕후’ 기질을 가졌던 왕들의 취미 활동을 수집품과 함께 소개하는 식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 따르면 조선의 24번 째 왕 헌종(1827~1849)은 서화와 전각 애호가였다. 지적인 취미활동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헌종은 특수제작된 장에 700점이 넘는 컬렉션을 보관하고 여기에 ‘보소당’이라는 당호까지 붙여 책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고종황제는 한국 최초의 커피 애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황제는 커피를 마시며 서양 과자도 곁들였는데, 당시 황실 주방에 즐비했던 시폰케이크 팬·까눌레 틀·타르트 보트·와플 팬도 감상할 수 있다.  
 
가까이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강점이다. 10억 픽셀 이상에 달하는 고화질로 담아낼 수 있는 초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덕분에 유화의 갈라짐 자국과 붓 터치 흔적까지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왕실 결혼식용으로 쓰던 8폭 모란도 병풍을 구석구석 훑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큐레이션 서비스도 여럿이다. 유홍준 전 청장은 서울의 5대 고궁에서 반드시 봐야 할 5가지를 소개한다. 국립고궁박물관 박경지 학예연구사는 ‘조선과 대한제국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알려준다. 18개의 스트리트 뷰를 통해 서울과 경주의 주요 유적지도 탐방할 수 있다.
 
아밋 수드 총괄 디렉터는 “유물 전시라기보다 디지털 다큐멘터리”라며 “전세계 대중들은 첨단 기술을 통해 마치 한국에 와서 보는 것처럼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구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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