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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十目所視<십목소시>

모야무지(暮夜無知)란 말이 있다. 모(暮)는 저녁, 야(夜)는 밤을 말하니 직역하면 밤이 깊어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그 의미가 확장돼 뇌물이나 선물을 몰래 주는 걸 ‘모야무지’라 일컫게 됐다. 후한(後漢) 시절 왕밀(王密)이란 사람이 양진(楊震)이란 이에게 황금을 선물하며 “지금은 밤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暮夜無知者)”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어디 그런가. 낮말은 새가 듣고 밤에 하는 말은 쥐가 듣는 법 아닌가. 양진이 꾸짖어 말하기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고 알고 또 내가 아는데 어째서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天知地知爾知我知怎說無知)”라고 했다. 하늘과 땅, 당신과 나 등 넷이 아는 걸 사지(四知)라 한다. 부끄러움을 느낀 왕밀이 금을 갖고 돌아간 건 물론이다.
 
이처럼 세상사는 보는 눈이 많아 남을 속이기 어렵다. 십목소시(十目所視)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십(十)은 ‘열’의 의미라기보다는 ‘많다’는 뜻을 갖는다. 따라서 십목소시는 많은 사람의 눈, 즉 무수한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뭇사람이 손가락질 하는 경우는 십수소지(十手所指)다. 『대학(大學)』의 성의장(誠意章)에 나오는 말이다. “열 눈이 보는 바요 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구나(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즉 사방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나쁜 짓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 두 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세 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는 한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한데 비핵화의 구체적인 이행 조치와 관련해서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김 위원장이 행여 딴 마음 갖지 않기를 바란다. 적당히 시간을 끌며 비핵화 문제를 유야무야(有耶無耶)로 끌고 가서는 안될 것이다. 십목소시, 북한의 비핵화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지켜보는 세상의 눈이 너무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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