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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헌법재판관의 반격…"대체복무는 사회봉사일 뿐"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날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장진영 기자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날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장진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1949년 병역법 제정 이후 70년 가까이 허용되지 않았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길이 열렸다.
 
그동안 외면돼 왔던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결정이란 점에서 이번 헌재 결정은 우리나라 인권과 민주주의를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의의에도 불구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이 우리나라 헌법에 비춰 논리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또 대체복무제 도입 과정에서 벌어질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대체복무가 헌법에 규정한 병역의무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대체복무가 헌법에 규정한 병역의무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공안검사 출신인 안창호(61·사법연수원 14기) 헌법재판관은 이번 결정에서 소수의견의 편에 섰다. 안 재판관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 조항에 대해선 각하(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 의견을, 입영 기피자에 대한 처벌조항에 대해선 합헌 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이 병역종류 조항에 대해 낸 반대의견은 전체 154쪽인 결정문에서 33쪽을 차지한다. 장문의 반대의견을 통해 안 재판관은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우리 사회가 고려해봐야 할 여러 가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헌재 결정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이 추진되겠지만 안 재판관의 반대 의견은 앞으로 빚어질 갈등이나, 논란을 생각하면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 결정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위헌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위)와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시위 모습. [연합뉴스]

헌재 결정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위헌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위)와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시위 모습. [연합뉴스]

 
안 재판관은 우선 대체복무가 헌법이 규정(제39조 1항)한 ‘병역의 의무’에 속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반대의견에서 “대체복무가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공중보건의사, 공익법무관 등과 유사하다고 하나, 이들은 전시나 국가비상사태에서 병력동원, 군사지원업무, 군사교육 소집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다르다”고 봤다. 
 
이어 “대체복무는 국방의무 및 그 의무의 가장 직접적인 내용인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될 수 없는 것이므로 사회봉사의무에 해당할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사회봉사의무의 부담을 조건으로 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면제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이 국방비로 사용된다고 하여 납세의무를 국방의무라고 하지 아니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도 했다.
 
헌법이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직접적인 군 복무가 아니더라도 군 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할 의무까지가 국방의 의무에 속한다는 주장이다. 군과 관련 없는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까지 국방의 의무로 보기 어렵다는 게 안 재판관의 논리다.   
 
안 재판관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 해서 병역자원이 감소하거나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숫자나 우리나라 병력 규모, 현대전 특성에 비춰 대체복무제 도입이 국가안보에 중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총기와 폭발물을 취급해 상시적으로 생명과 신체 안전이 위험에 노출돼 있고, 신체나 사생활 자유를 제한받는 군 복무자와 형평성이 어긋날 뿐 아니라 등가성(等價性)을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시 상황이 아니더라도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군 복무와 대체복무제 사이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 대체복무제 도입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될 부분이다. 사진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는 군 장병의 모습 [중앙포토]

전시 상황이 아니더라도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군 복무와 대체복무제 사이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 대체복무제 도입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될 부분이다. 사진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는 군 장병의 모습 [중앙포토]

 
이어 “대체복무제 도입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군인의 사기를 훼손하거나 적절한 병력수급을 어렵게 해 국가안보에 엄중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심사의 어려움 ▷병역의무 면제를 위한 개종이나 병역거부를 정당화하려는 사람의 증가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헌재의 대체복무제 도입 강제 등의 문제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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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규범적 요청만을 근거로 (헌재가) 국회로 하여금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도록 사법적 강제를 가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이나 헌재의 기능적 한계에 비춰 보아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대체복무와 군 복무의 등가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인해 국가안보에 미칠 직·간접적인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문현경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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