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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빠' 대입 설명서]"6월 모평 성적표 받더니 왜 책상을 정리하니?"

'교육에 무관심한 아빠(무빠)'를 위한 대학 입시 가이드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버지이자 한 중소 제조업체 부장인 김모(52)씨.
 
지금껏 연년생 자매를 키우면서 힘들단 생각 한번 해본 적이 없던 김 부장. 그런 김 부장이 요즘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큰딸에 이어 올해는 작은딸이 고3 수험생이거든요.
한 달쯤 전인가. 재미삼아 봤던 별자리 운세에 ‘산 넘어 산이요, 가도 가도 사막’이라 적혀있어 무릎을 친 적도 있습니다. 김 부장의 지금 심경 딱 그대로거든요.
 
사실 어제도 김 부장의 속앓이가 하나 추가됐습니다. 느즈막이 퇴근한 김 부장이 “딸, 뭐하니?”라며 살며시 방문을 열었더니요. 딸은 한창 책상정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던 수능 문제집을 종이 박스에 차곡차곡 담고 있는 거예요.  
 
세상에. 고3이 수능 문제집을 치우다니. 김 부장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본 딸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아빠, 다녀오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더니 다시금 책상정리를 이어갑니다.
 
어색한 웃음만 남기고 딸의 방문을 닫고 나온 김 부장은 번뜩 떠오른 게 하나 있었습니다. 딸이 이달 초 중요한 모의고사를 본다고 했었거든요. 이제 김 부장의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마냥 복잡해집니다.  
 
‘왜 수능 문제집을 치우는 거지?’
‘모의고사를 망치기라도 했나?’
‘그렇다고 수능을 포기한 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고민들을 아내에게 털어놓으려다 입을 다물었습니다. 딸의 ‘책상정리’를 아내는 아직 모르는 눈치인데 김 부장 얘기에 충격에 빠질까 걱정이 된 거죠. 고3이라 예민해진 딸에게 직접 묻기도 겁이 납니다. 만에 하나 “응, 아빠. 나 대학 포기했어”라고 답하면 어쩌나 두렵기까지 합니다.
 
설령 모의고사 성적이 좀 떨어졌다한들 고3 책상에서 수능 교재를 치운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럴수록 1점이라도 올리려고 노력하는 게 맞지 않나요?
 
지난해 첫째를 대학에 보내며 입시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입시 잘알못(‘잘 알지 못함’을 줄여쓴 은어)’인 김 부장의 가슴엔 올해도 말 못할 궁금증만 쌓여갑니다.
 
“딸아, 고3이 왜 책상에서 수능 문제집을 치우는 거니?”
고3 수험생인 자녀가 느닷없이 책상을 정리하며 수능 문제집을 치우는 모습을 보면 어떤 부모건 김 부장처럼 깜짝 놀라실 겁니다. 고3 1년만이라도 일분일초를 아껴가며 문제집을 반복해 풀고, 수능 점수를 1점이라도 높여야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런 부모님의 눈에는 수능 문제집을 책꽂이에서 꺼내 종이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정리하는 딸의 모습이 마치 대학을 포기한 것처럼 비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요, 사실은 김 부장 딸의 ‘책상 정리’는 대학 입시를 아주 효율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모범적인 모습입니다.
 
딸의 ‘책상정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기 전에 딸이 치를 대학 입시 과정에 대해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김 부장이 대학에 갈 때는 학력고사라는 대입 시험이 존재했죠. 학력고사 점수가 합격 여부를 결정했으니, 고교 3년 내내 학력고사 성적을 1점이라도 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딸이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은 김 부장 시절과 전혀 달라요. 일단 대입 전형이 정시모집과 수시모집으로 나뉘는데요. 이중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건 정시모집입니다. 김 부장이 치른 학력고사 방식과 유사하죠.  
 
김 부장에게 다소 생소한 게 수시모집인데요. 수시에서는 수능 성적이 아닌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내용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 따라서는 논술시험을 통해 수시 합격자를 고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두 가지 대입 전형 중 정시모집보다 수시모집을 통해 선발하는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내년 대학 신입생 가운데 무려 76.2%를 수시모집으로 뽑습니다. 정시모집 인원은 23.8%에 불과해요.  
 
다시 김 부장 딸의 ‘책상정리’로 돌아가 볼까요. 김 부장의 머릿속을 번뜩 스쳐간 ‘모의고사’가 책상정리의 의미를 알려주는 키워드인데요. 이 모의고사는 이달 초에 치른 ‘6월 모의평가’를 의미합니다. 이 시험은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문제를 내고 고3뿐 아니라 재수생까지 응시해, 실제 수능과 가장 유사한 모의고사입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28일) 그 성적표가 나왔고요.
 
수험생들은 6월 모의평가의 성적표를 토대로 앞서 얘기한 정시모집과 수시모집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골라내게 됩니다. 대체로 고3 수험생의 성적은 재수생에 비해 높지 않은 경우가 많죠. 최근 ‘쉬운 수능’ 기조가 유지되면서 수능을 반복적으로 준비하는 재수생이 수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거든요.  
 
아마도 김 부장 따님은 6월 모평 성적을 실제 수능 성적이라고 가정하고 지원 가능한 대학을 추려봤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학생부 기록 내용, 즉 내신 성적이나 비교과 내용으로 합격할만한 대학도 골라봤을 거고요. 그 결과 수능 성적보다는 학생부 기록을 토대로 대입을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딸의 책상 위를 잘 살펴보면 수능 문제집을 치웠지만, 아마 교과서와 내신 문제집을 그대로 꽂혀 있을 거예요. 또 7월에 치를 기말고사는 학생부에 기록되는 내용이라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겁니다. 즉 딸은 대학 입시에 좀더 유리한 '수시모집'에 집중하기 위해 수능보다 내신 성적 관리에 집중하려고 마음 먹은 거죠. 대학을 포기한 게 아니라 효율적이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김 부장님, 속앓이가 해결되셨나요? 그렇다면 딸에게 이렇게 격려해주면 어떨까요. “수시전형에 응시하기로 결정했나보구나. 내신 성적 관리해야 하랴, 자기소개서 준비하랴 바쁘겠네. 그래도 이렇게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이 믿음직하고 자랑스럽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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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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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