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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은행은 다 도둑놈인가

고란 경제부 기자

고란 경제부 기자

‘은행 금리조작 사건 전수조사 해주세요’, ‘대출금리 조작 특검&청문회 요청합니다’, ‘대출금리조작은 국민재산 약탈행위로 엄벌이 필요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리 부당 산출과 관련된 내용이다. 지난 일주일간 30여 개의 관련 청원이 게시됐다. 은행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담겨 있다.
 
은행업의 본질은 신뢰 혹은 신용이다. 예금과 대출의 다른 말이 수신(受信)과 여신(與信)일 정도다. 그런데 지금 그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은행들은 심각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금리 ‘조작’이 아니라 ‘단순 실수’라고 항변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물론 일부 은행은 건수나 금액이 많지 않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약 6년 5개월의 대출을 점검한 결과, 총 252건의 최고금리 적용 오류를 발견했다. 금액으론 1억5800만원의 이자를 더 받았다. 씨티은행도 최근 5년간 대출금리를 잘못 계산한 사례가 27건, 약 1100만원이다. KB국민·신한·우리 은행 등에서는 아직까지 부당 산출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남은행은 실수라 보기엔 건수가 많았다. 고객의 소득정보를 잘못 입력해 최근 5년간 취급한 가계자금대출 가운데 약 1만2000건에 대한 이자를 과도하게 산정했다. 전체 가계대출의 6% 수준이다. 환급 이자액만 25억원이다.
 
고의적인 조작이면 범죄이고 조작이 아니면 은행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시스템이나 관행을 고쳐야 한다.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순 부당 대출이자 산정 사례를 공개하면 전체 규모와 은행명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은행권 전체가 ‘도둑놈’으로 몰렸다. 만일 은행권 전체가 문제라면 비난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몇몇 은행 때문에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솜씨 좋은 의사처럼 환부만 도려내고 환자는 살려야 하는 데 그런 역할을 못 했다. 부당 대출이자 산정 내용을 발표하고도 고의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했다.  
 
금융위·금감원은 28일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대출금리를 잘못 매겨 이자를 더 걷은 은행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금융당국과 은행 모두 소비자의 신뢰를 찾을 수 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고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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