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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난민 범죄, 가짜 뉴스에 속지 말자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난민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자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자는 “자국민의 치안과 안전, 불법체류 외 다른 사회문제를 먼저 챙겨 달라”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난민 범죄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걱정은 인터넷 검색 추세에서도 감지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구글에서 ‘난민’을 검색한 사람들은 ‘예멘’ ‘이슬람’ 등과 함께 ‘난민 범죄’를 찾아봤다. ‘급상승 관련 검색어’로는 ‘엘린 크란츠’ ‘타하루시 동영상’ 등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엘린 크란츠가 누굴까. 인터넷을 검색하면 끔찍한 시체 사진과 함께 ‘에티오피아 이슬람 난민에게 강간·살해당한 스웨덴 여성’이란 글이 나온다. ‘타하루시’는 ‘무슬림들의 집단 강간 놀이’로 알려져 있다. 2015년 독일 쾰른에서 북아프리카 무슬림 난민들이 여성 수십 명을 성추행한 사건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무슬림이 엘린 크란츠를 강간·살해했다는 건 ‘가짜 뉴스’다. 주한 스웨덴대사관은 2010년 발생한 이 사건의 범인 에프림 요하네스는 무슬림이 아니고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티오피아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살다가 스웨덴에 갔다. 범행을 저지를 당시 외국인 노동자 취업 프로그램으로 취업 거주 허가를 받아 체류 중이었다. 박현정 주한 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은 엘린 크란츠 사건에 대해 “반(反)무슬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극우 스웨덴민주당이 이 사건을 반이민주의와 연관 언급해 비난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웨덴 언론은 이 사건을 보도할 때 범인의 출신국이나 종교·인종을 언급하지 않았다. 끔찍한 시체 사진 등을 공개하며 “스웨덴의 다문화주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선동한 곳은 미국의 극우 사이트들이다. 이런 글이 한글로 번역돼 퍼지고 있다.
 
‘타하루시’의 의미도 잘못 알려져 있다. 아랍어로 ‘타하루시 잠마아이’, 이집트 사투리로 ‘타하루시 가마이이’는 ‘집단 괴롭힘’을 뜻한다. 이를 영어(taharrush gamea)로 옮기는 과정에서 ‘집단(gamea)’이 ‘놀이(game)’로 오역됐다는 게 아랍어를 전공하고 중동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김동문 목사의 지적이다. 그는 과거 한 기독교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타하루시를 집단 강간 문화로, 중동 문화를 넘어 이슬람 문화로 묘사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쾰른 사건은 성폭력 범죄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를 이슬람권에서 흔한 일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치안과 안전은 중요하다. 난민 심사는 엄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사실’에 기반한 이성적 판단이다. ‘가짜 뉴스’가 부추기는 막연한 공포와 혐오에 휘둘려선 안 된다.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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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