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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대통령의 건강

김남중 논설위원

김남중 논설위원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말년에 끊임없이 건강 이상설에 시달렸다. 쿠바의 장래에 대한 성급한 관측이 따라다닌 건 물론이다. 사망 10년 전인 2006년 8월엔 ‘사망설’까지 돌았다. 장 출혈 수술을 받고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임시 권력 이양을 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다. “내 건강은 양호하며 기분은 완벽할 만큼 좋다.” 카스트로는 서둘러 ‘건강상태 성명’을 발표했다. 자세한 병세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위협 때문에 나의 병세는 국가기밀로 다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건강은 한 나라의 안위와 직결된다.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흔히 국가기밀로 다뤄지는 까닭이다. 영국 윈스턴 처칠의 사례는 아찔할 정도다. 제2차 세계대전 수행 중 그는 각성제 암페타민에 의지했다. 사고력·집중력을 높여주지만 장시간 복용하면 정신장애가 일어난다. 주치의는 1947년 일기에 “처칠이 낮에는 암페타민으로 버티고 밤에는 진정제로 잠들었다. 그의 충만하던 정신은 고갈됐다”고 적었다. 다행히 이런 사실은 비밀에 부쳐졌다.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역대 대통령들에게도 건강은 ‘민감한 정보’다. 이명박 정부 김두우 전 홍보수석의 책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에 일단이 보인다. 김 전 수석이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중 많이 편찮으셨지만 공식 발표는 안 했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리라는 게 그래. 정말 죽을병에 걸렸으면 발표해야겠지만 혼자서 견뎌야지”라고 했다는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건강 이상설 해프닝도 비근한 예다. 이해찬 당시 총리가 기자들에게 “노 대통령이 허리가 안 좋아 1시간 이상 앉아 있지 못한다”고 말한 것을 청와대가 즉각 부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몸살감기로 이번 주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당초 청와대는 “문 대통령 건강과는 관계없다”고 했다가 ‘건강 이상’ ‘판문점행’ 등 온갖 설이 나돌자 몸살감기를 공개했다. 청와대 ‘기밀 세부 분류지침’에 따르면 대통령의 몸 상태 관련 내용은 3급, 진료기록 등은 2급 기밀이다. 온라인상에선 ‘국가기밀’을 누설한 청와대를 질타하는 댓글과 문 대통령의 쾌차를 기원하는 댓글이 혼재한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대통령의 건강관리’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바쁜 국정을 소화하려면 건강은 꼭 챙겨야 할 것입니다. 제발 아프지 마시길 기도합니다.” 대통령의 건강은 이미 개인의 문제가 아님은 두말할 나위 없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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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