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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롱 딛고 기적 만든 한국 축구

경기를 해보기도 전에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믿어주기는커녕 조롱만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숨이 끊어져라 달리고 또 달리며 부딪치고 넘어지고 막아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불가능에 가깝다던 기적을 현실로 만들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꺾는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대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은 1승2패로 F조 3위에 그쳐 당초 목표로 했던 16강 본선 진출엔 실패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로선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 1위 전차군단 독일을 완파하는 괴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죽하면 ‘축구는 22명의 선수가 90분간 공을 쫓아다니다 마지막엔 결국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라는 촌철살인으로 유명한 잉글랜드의 대표 공격수 출신 게리 리네커 BBC 해설위원조차 자신의 신조를 바꾸었겠는가. 그는 어제 경기 후 ‘독일이 항상 이긴다는 과거 버전은 역사로 흘러가버렸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지금은 동화 같은 해피엔딩에 모두들 열광하지만 사실 경기 직전까지 한국팀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싸늘했다. 무력한 공격력에 빈번한 수비 실수를 드러낸 스웨덴·멕시코와의 조별리그 1, 2차전 패배 탓에 외국의 한 베팅업체는 한국이 2-0으로 이기기보다 독일에 0-7로 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을 표출해내는 또 다른 통계분석업체는 독일이 2.9골을 넣어 승리할 것으로 봤다. 마치 붙어볼 필요도 없이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조롱에 가까운 전망을 쏟아낸 것이다.
 
하지만 숨 막히는 전력질주로 두 번째 쐐기골을 날린 손흥민과 ‘국민 욕받이’ 수비수에서 독일 전차군단을 무너뜨린 영웅으로 거듭난 김영권 등 그라운드를 누빈 모든 선수는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1, 2차전에서 볼 수 없던 한국팀 특유의 불굴의 근성이 다시 살아났다. 선수들은 이전 두 경기 평균(103㎞)보다 15㎞나 더 달려 118㎞를 뛰었다. 특히 이날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골키퍼 조현우는 독일의 유효슈팅 6개를 모두 막아내는 등 클린시트(무실점)로 경기를 마쳐 세계 정상급 실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날 조현우의 볼 터치는 49회로 이용과 이재성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번 승리가 한국 축구사(史)에 있어 16강 진출에 못지않은 한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한국팀은 스웨덴전 당시 단 1개의 유효슈팅도 뽑아내지 못할 만큼 무기력했고, 신태용 감독의 용인술이나 전술도 월드컵 본선에 9회 연속 진출한 팀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오히려 한국 축구가 2002 월드컵 이전으로 후퇴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독일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엄청난 투지는 칭찬해야 마땅하지만 언제까지 실력보다 기적,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축구 팬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월드컵만 돌아오면 격려 대신 비난을 퍼붓는 부끄러운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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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