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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전기료 350원···5만원대 공기청정기 만든 '홍대 큰형'

조윤석 십년후연구소 소장이 직접 만든 은하수 공기청정기를 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윤석 십년후연구소 소장이 직접 만든 은하수 공기청정기를 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5일 종로 세운상가의 오피스텔. 30여 명의 일반인이 모여 직접 공기청정기를 만들고 있다. 재료는 간단하다. 공기 중 방사성 미립자를 거르는 헤파필터와 PC용 팬, 전원 장치가 다다. 이름은 ‘은하수 공기청정기’(이하 은하수), 밤하늘의 별을 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5~6평 공간의 공기를 3W의 적은 전력으로 정화시킨다. 한 달 내내 틀어도 전기료는 350원이다. '십년후연구소' 조윤석(52) 소장이 스타트업 CAC에 소속된 나일해씨의 개발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기계다. 그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모두 원인은 화석연료의 사용”이라며 “초미의 관심사인 미세먼지를 통해 기후변화 화두를 꺼내려 한다”고 말했다.  
 
십년후연구소의 쿨루프 워크숍에서 옥상을 하얀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는 참가들. [김나현 기자]

십년후연구소의 쿨루프 워크숍에서 옥상을 하얀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는 참가들. [김나현 기자]

이보다 앞선 지난 3일 뙤약볕이 내리치는 일요일 오후,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서울 마장동 한 건물 옥상 바닥을 흰 페인트로 칠하고 있었다. 십년후연구소의 쿨루프 워크숍 현장이다. 2015년부터 이 캠페인은 말 그대로 ‘시원한 옥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일반 페인트보다 열반사율을 20~30% 높이는 특수 재료가 들어간 페인트를 칠하면 실내 온도가 1도에서 최고 5까지 떨어진다. 노루페인트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300여 가구를 칠했다.
 
쿨루프 워크숍 현장에서 페인트와 일반 페인트의 열반사율을 비교하는 조윤석 소장. [김나현 기자]

쿨루프 워크숍 현장에서 페인트와 일반 페인트의 열반사율을 비교하는 조윤석 소장. [김나현 기자]

두 캠페인을 보면 조 소장은 잔뼈 굵은 환경운동가일 것 같지만 아니다. 1992년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한 그는 이른바 ‘홍대 큰 형’이었다. 90년대 전위적인 락그룹 황신혜밴드의 베이시스트였고 현재 모든 문화장터의 모델이 된 홍대 ‘희망시장’을 2000년대 초반에 만든 기획자였다. 이후 2008년 미래 공동체를 고민하며 전남 장흥으로 훌쩍 귀농했다. 늘 한 발씩 트렌드를 앞서 간 그의 현재 관심사는 환경이다.
 
어떻게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나.
“장흥에 있을 때 ‘지구온난화가 올테니 단열재는 필요 없겠지’ 하며 방갈로를 지었다. 그런데 여름에 잘 수도 없이 더워 열반사 단열재를 공부하게 됐다. 열은 반사시키지 않으면 축열돼 빛을 차단해도 계속 뜨겁다는 원리를 피부로 느꼈다. 그게 쿨루프 아이디어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겨울엔 70~80대 장흥 어른들이 생애 제일 춥다고 할 정도로 영하 8도까지 떨어졌다. 온난화인데 왜 겨울에 추운지 공부하다 북극이 따뜻해지며 제트기류가 찬 공기를 머금지 못해진다는 걸 알았다. 귀농을 보류하고 서울로 올라와 십년후연구소 송성희 대표와 연구소의 정체성을 기후변화에 맞추자고 얘기했다.”
 
은하수 공기청정기도 그런 일환일까.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면 ‘도를 아십니까’ 취급을 하는데, 미세먼지 얘기를 하면 적어도 귀를 쫑긋 세워주시니까(웃음).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심혈관질환이 있는 미세먼지 민감군이라 심한 날엔 피곤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겠더라. 결국 지난봄에 심장수술을 받았다. 지지난해부터 공기청정기 연구를 해서 은하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은하수는 5만5000원이다. 수십만 원 하는 기존 공기청정기에 무척 싸다.
“기업 상품은 큰 공간의 공기를 깨끗이 한다. 공기는 가벼운 것 같지만 팥죽처럼 걸쭉하기 때문에 다이슨 제품처럼 공기를 휘저어 정화하는 높은 기술이 필요하고 전력소비도 상당하다. 화석연료로 생긴 미세먼지를 막으려고 또 막대한 전기를 쓰는 게 역설적이지 않나. 그보단 전력소비가 적은 공기청정기를 각 방마다 놓는 게 효율적이다.”
 
쿨루프 캠페인은 벌써 4년째다. 처음엔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과와 함께 했다. 
“당시 서울 디자인재단 이사장이던 안상수 교수와 막역한 사이라 도시 디자인 관련 아이디어로 쿨루프를 제안했다. 그즈음 뉴욕에서도 ‘화이트 루프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터라 박원순 시장도 알고 있더라. 서울시가 보유한 건물에 시범적으로 칠해보려 했는데 모두 싫다고 했다(웃음). 옥상이 초록색이 아니라 흰색인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기가 나서 홍대 음악하는 후배들 옥상을 칠해주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귀농이 남긴 게 많아 보인다.
“그렇다. 2005년 홍대 한 인디밴드가 MBC 음악프로에서 성기를 노출한 사건이 있었다. 그 때 홍대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클럽을 운영하며 어렵게 생활해온 친구들이 ‘홍대가 여론의 뭇매를 맡으면 다 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결국 내가 대신 나가 사과를 했다. 이후 홍대가 더 이상 예술을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젠트리피케이션도 심해져 월세도 올랐고. 유통은 비싼 서울에서, 생산은 싼 지방에서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생산 공동체를 만들고자 장흥에 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서울토박이라 서울의 매연도, 극장도, 친구들도 그립더라.”
 
기후변화에 대해 
“현재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으로 여러 정치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 시리아 등에서 사막화가 되고, 물부족 문제로 내전이 일어나 난민이 생긴다. 난민은 유럽에 유입되고 유럽 국가엔 이들을 막으려는 우경화 세력이 득세한다.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이 삶의 질을 높이려 사용한 화석연료가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그 문제는 최빈국이 겪는다.”
 
이런 심각성에 반해 한국사람들은 환경 문제에 무관심한 이유는 뭘까.
“자연을 마음껏 누려야 환경을 향한 주인의식이 생기는데 그런 적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도 크다. 불안한 미래 앞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난해 덴마크에 갔는데, 그들은 환경을 훼손하는 개발 정책이 나오면 뛰어나와 시위한다. 내 소중한 자연을 망가뜨리지 말라는 거다. 나이가 드니 내가 좋은 영향을 받았던 것을 사회적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 그게 환경과 자연을 향한 가치관이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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