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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종전선언 요구한 적 없어 … 한국이 원했을 가능성 충분”

미국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인 대화파였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27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 ’가장 급한 일은 폐기해야 할 핵무기 등의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인 대화파였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27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 ’가장 급한 일은 폐기해야 할 핵무기 등의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북·미간 긴장이 지속되던 지난 2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은퇴 선언은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국무부 내 대표적 대북 대화파인 그의 퇴장이 트럼프 행정부 내 강온파 간 알력의 결과로 비친 까닭이다. 그의 바람대로 북·미가 극적인 대화 모드로 전환했다. 제주평화포럼 참석차 방한한 조셉 윤 전 대표는 27일 “지금 단계에서 가장 급한 일은 폐기해야 할 핵무기 등의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보름이 지났지만, 추가 실무회담 조짐이 없다.
“회담 뒤 15일밖에 안 지났으니 기다려야 한다. 워싱턴에서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마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비핵화를 위한 일정표는 필요없다고 했는데.
“일정표는 몰라도 단계별 접근은 필요하다. 언제 조사를 하고, 언제 검증할지 등의 절차 말이다. 그래야 일정표가 나올 것 아닌가. 일정표를 구한다는 건 절차를 정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문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에 이 논의가 있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굵직한 절차는 미리 논의하고 정상회담을 하는 게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래야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는 절차 논의에 앞서 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졌다. 조금 거꾸로 간 셈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장, 그리고 핵물질 리스트를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가졌는지 모른다면 뭘 할지 결정하는 게 극도로 어려워진다. 예컨대 우리는 영변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걸 알지만 어딘가에 다른 비밀시설이 있을지도 모른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C, 즉 ‘완전한(complete)’부터 시작한다. 북한이 무엇을 가졌는지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겠는가.”
 
북한이 속일 위험은 없을까.
“물론 가능성은 있다.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리스트를 확보한 뒤에는 이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그간의 북한 측 행보를 어떻게 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2번, 시진핑 중국 주석과 3번, 그리고 트럼프 미 대통령과 1번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우스꽝스러운 존재에서 진정한 리더로 부상했다. 또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북한의 방향도 틀었다. 이제 사람들은 그가 무얼 원하는지 궁금해한다.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김 위원장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근본적인 질문은 과연 그가 진정으로 비핵화를 원하는가이다. 지금까지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최고위층 간의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정상들끼리 함께 일할 생각을 한다. 이것만 해도 큰일이다. 그러니 김 위원장이 진심으로 변화와 비핵화를 원하기를 바라자. 이것이 바로 지금의 상황이다. ”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방법은.
“얘기했듯, 진정성을 보일 최고의 방법은 리스트를 내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취소를 발표한 배경은.
“북한에 대해 적개심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트럼프가 취한 조치라는 게 공식적인 해명이다. 나는 한·미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안은 한국과 상의해야 한다고 본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취소가 한·미 동맹에 해가 된다는 얘기인가.
“글쎄, 한국 정부는 별문제 없다고 하지 않나.”
 
주한미군이 철수할까.
“가까운 미래에는 가능성이 없다. 북한과의 문제가 금세 끝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가 없으면 주한미군 감축도 없을 것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원하는가.
“북한 측은 종전선언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걸 얘기할 단계까지 가지도 못했다.”
 
나중에 미국이 제기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리 없다.”
 
한국 측이 원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비핵화가 안됐는데도 한국 정부는 남북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나는 국무부에 있을 때부터 인도적 지원, 문화·스포츠를 포함한 민간 교류는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은 너무 오래 고립돼 있었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이후 북한과의 관계에서 맺었다 끊었다를 반복해 왔다. 이런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성공단이나 북한 관광처럼 김정은 정권에 자금을 주는 일은 안 되지만 다른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가 본격화됐는데 미 국무부에서 나온 걸 후회하지 않나.
“전혀 미련이 없다. 나는 미 국무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할 순간에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해 나온 것이다. 그 때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제주=남정호 논설위원 nam.j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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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