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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아도 줄지 않는 빚” 극단적 선택 내몰린 4050 아빠들

“더 이상 갈데가 없어서 여기까지 왔네요.”

 
지난 3월 서울 한강의 한 다리 위를 서성이던 A(47)씨는 ‘SOS 생명의 전화’ 수화기를 들고 “죽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실직한 뒤 몇달간 벌이가 없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모아둔 돈이 변변치 않았다.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그는 가족에게 털어놓지 못한 채 한강으로 향했다. A씨는 상담사에게 “집에는 돌아갈 여건이 안 돼서 갈 수가 없다. 계속 다리 위를 왔다갔다하면서 ‘이대로 끝내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냥 나만 없어지면 되겠다 싶다. 막막해서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며 울먹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 셋 중 하나는 A씨 같은 40~50대 남성이다. 2016년 자살 사망자 1만3092명 가운데 50대 남성(2008명)이 가장 많고 40대 남성(1871명)이 그 뒤를 잇는다. 전체 사망자의 29.6%를 차지한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가장 큰 원인은 실직·사업실패 등에 따른 생활고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40~50대 남성들이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주요 원인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채무 상담을 해주는 사회적기업 ‘희망만드는 사람들’ 김희철 대표는 “빚 때문에 죽고싶다는 40~50대 가장들이 많다”며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 등을 이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돈 때문에 귀한 생명을 포기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B(54)씨는 지난해 자살을 시도했다. 갑작스럽게 수입이 줄면서 카드 빚이 생겼는데 다른 카드와 대출로 돌려막다 보니 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B씨는 “갚아도 줄지 않는 빚 때문에 절망했다. 가족들에게 짐을 지우기 싫어서 안고 가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조정제도를 통해 재기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40~50대 남성들은 어릴때부터 ‘남자다워야 한다’ ‘씩씩해야 한다’고 배워서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하소연 하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대규모 정리해고 같은 게 큰 위험 요인인데, 그런 경우에 해고된 근로자에게 실업급여 ·재취업 지원 같은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돌봐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향후 몇년간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자살예방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평생 놀 줄도, 즐길 줄도 모르고 일만 하며 살아온 이들이 일을 잃었을 때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일본은 파산·실직자 등이 찾는 정부 기관의 직원들이 자살 예방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으며, 2015년부터 직장 건강검진을 받을 때 우울증 검진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etoile@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자살예방협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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