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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 시동 건 LH … 민간엔 공공택지 당근책

앞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소비자가 공사 현장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공사가 60% 이상 진행돼야 분양할 수 있는 후분양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골조공사가 끝난 현장에서 동 간격이나 진입로 위치 등을 직접 볼 수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경기도시공사 등 공공부문이 올 하반기부터 후분양제를 본격 시행한다. 민간 건설사가 후분양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안을 28일 발표했다.
 
국토부가 내놓은 후분양제 확대 방안은 ▶공공부문부터 시작·확대하고 ▶민간 건설사엔 유인책을 제시하며 ▶소비자에게도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국토부는 최근 공급 물량이 많아 수급에 큰 무리가 없는 올해가 후분양제를 확대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먼저 한 해 3만 가구가량을 분양하는 공기업들이 후분양제를 확대한다. LH는 올해 분양 예정이던 경기도 시흥장현(614가구), 강원도 춘천우두(979가구) 단지를 내년 후분양으로 전환한다. LH의 경우 내규만 바꾸면 돼 후분양을 추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SH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매년 500가구 안팎을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있다. 다만 신혼희망타운·주거환경개선물량 등은 선분양을 유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 이연을 감안하면 2022년께 공공부문의 후분양 물량은 1만 가구쯤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을 포함해 한 해 30만 가구가 분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3% 정도다.
 
국토부는 후분양 기준이 되는 공정률을 60%로 제시했다. 아파트 공사가 통상 3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년반쯤 지난 시점이다. 국토부는 2022년 성과를 평가하고 공정률 상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민간 건설사에 내놓은 ‘당근’은 공공택지 우선 공급과 금융 지원이다. 국토부는 하반기 중 화성 동탄·평택 고덕·파주 운정·아산 탕정 등 4개 공공택지를 후분양 건설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과거엔 택지대금을 완납해야 착공할 수 있었지만 후분양을 할 경우 18개월의 거치기간을 준다. 도시주택보증공사(HUG)가 제공하는 후분양 대출보증 한도를 기존 47%에서 78%로 늘려준다.  
 
도시주택기금 대출 한도 역시 기존 가구당 8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올린다. 부실 시공사엔 이런 인센티브가 제공되지 않는다.
 
후분양 주택을 선택한 소비자에게도 금융 지원을 한다. 잔금 대출만 가능하던 디딤돌 대출에 중도금 대출을 추가했다. 후분양으로 대금 납부기간이 줄어든 데 따른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다.
 
선분양제에서 주택 소비자들은 수억원대 목돈을 들여 집을 사면서도 건설사가 제공하는 광고물이나 견본주택에만 의존해야 했다. 후분양을 하면 실물을 살펴볼 수 있다. 부실 시공이나 하자를 사전에 줄일 수 있다. 특히 분양권에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투기가 줄어들어 집값 안정 역할을 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때 후분양제를 적극 추진했던 이유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이래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건설사가 금융비용을 수요자에게 전가해 집값이 오를 것이다”며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후분양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가 아파트 공급을 줄여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분양 시점을 다양화하는 등 공기업의 시범사업 후 민간으로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종신 대한주택건설협회 상무는 “인센티브를 도입한다고 해도 사업 리스크를 부담해야 해 건설사로서는 후분양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택지의 경우 민간 업체의 참여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확대 여부는 미지수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업체에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는 정동영(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후분양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세종=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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