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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주식 파는 외국인 ‘코리아 엑소더스’?

‘코리아 엑소더스’가 시작되는 걸까.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원화를 팔아치우며 주식과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자 신흥국은 통화 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긴축 발작’을 겪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불붙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 충격파가 한국 시장까지 번져오는 양상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장 크게 흔들린 곳은 외환시장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6.6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1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30일(1124.6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5일부터 28일까지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2.34% 하락했다.
 
‘환율 쇼크’는 국내 증시에도 타격을 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7.79포인트(1.19%) 하락한 2314.24로 마감했다. 지난해 5월 23일(2311.74)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닥시장은 800선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16.49포인트(1.99%) 하락한 810.20으로 내려앉았다.
 
외환과 주식시장의 약세는 원화 자산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 탓이다. 28일 코스피 시장에서만 외국인은 2600억원 가까운 주식을 내다 팔았다.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외국인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가열되고 신흥국 위기가 불거진 이달 들어 27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2405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 표시 자산인 한국 주식의 매력이 떨어진다. 국내 주식을 처분한 뒤 원화를 팔고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늘어난다. 원화의 몸값이 떨어지니 원화 자산을 또 내다 파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금융시장의 충격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조기에 타결되지 않으면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의 경제지표 악화에 따른 위안화 가치 급락도 원화 값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화 값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중국 위안화 값이 추락하고 있어서다.  
 
28일 위안화 환율은 전날보다 0.0124위안 하락한 달러당 6.6207위안대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14거래일 동안 위안화 가치는 미 달러 대비 2.68%나 하락했다.
 
문제는 앞으로 위안화의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우선 중국 경기가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가는 하락하고, 부채에 시달리는 민간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늘어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관영 연구기관인 국가금융발전연구원은 “회사채 부도율 증가, 유동성 부족, 주가 폭락 등으로 중국 금융시장이 공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중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자금 유출 등이 이어지며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눈치다. 관세 폭탄 등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고 수출을 유지하려면 위안화 값이 떨어지는 게 유리할 수 있어서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제품 500억 달러어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음달 6일부터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효과를 상쇄하려는 게 중국의 계산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한동안 잠잠했던 통화 전쟁을 자극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위안화 평가 절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중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엘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통화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이 심해지면 통화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지만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그런 지경까지는 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조현숙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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