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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전 50냥 들고 고스톱대회 참가한 경로당 할머니들

“경로당 대표로 나왔으니 엽전 한 개라도 더 따야지. 열심히 연습도 했다니까” “심판을 보지만 마음이야 우리 편이 이기길 바라지”
28일 오후 대전시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에서 각 경로당을 대표해 출전한 할머니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8일 오후 대전시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에서 각 경로당을 대표해 출전한 할머니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8일 오후 1시30분 대전시 중구 목동주민센터 다목적실에서는 이색 경기가 열렸다. 목동지역 7개 경로당에서 각각 4명씩 28명이 참가한 ‘일곱 빛깔 무지개 문화 고스톱 대회’였다. 선수는 모두 할머니였다. 경로당의 명예를 걸고 출전한 선수들은 7개 조로 나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다. 이런 대회가 대전에서 열린 건 처음이다.
 
판돈은 엽전이었다. 선수 1명당 50냥씩 지급하고 정해진 경기 시간(1시간 30분)에 경기를 마치고 경로당별로 엽전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8일 오후 대전시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에서 각 경로당을 대표해 출전한 할머니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경기의 판돈은 1인당 50개씩 지급된 엽전이었다. 신진호 기자

28일 오후 대전시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에서 각 경로당을 대표해 출전한 할머니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경기의 판돈은 1인당 50개씩 지급된 엽전이었다. 신진호 기자

 
공정한 경기 진행을 위해 경로당 회장이 직접 심판으로 참가했다. 편파판정 시비를 없애기 위해 자신이 속한 경로당 선수가 경기하는 조에서는 심판을 보지 못하게 했다.
 
선수들은 선서도 했다. 건전하게 양보하고 웃으며 경기에 임하고 모든 규칙과 질서를 준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경기를 통해 경로당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고 바른 고스톱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선서했다. 
 
경기 시작 전 박청(78) 심판위원장은 규칙을 설명했다. 경로당별로 다를 수 있는 규칙을 통일하기 위해서였다. 광박과 피박 등 기본적인 내용부터 흔들기, 싹쓸이, 폭탄이 나올 때의 상황을 가정해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점수는 3점에 엽전 1개, 5점에 엽전 2개 등을 주는 방식이었다. 경기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쓰리고’는 적용하지 않았다.
 
박청 심판위원장은 “각 경로당에서 고수를 선발했는데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해달라”며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했는데 우리 팀(현대경로당)이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대전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에서 박청(마이크 든 사람) 심판위원장이 경기 규칙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8일 오후 대전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에서 박청(마이크 든 사람) 심판위원장이 경기 규칙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오후 1시40분. 드디어 첫판이 시작됐다. 화투를 펼치고 모으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화투장을 착착 정렬한 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화투를 한 장씩 뒤집었다.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이른바 ‘선’를 가리는 과정이다. 
 
각 경로당의 총무와 회원들은 각 조를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선수를 응원했다. 훈수는 엄격히 금지했다. 일부 조에서는 상대편 선수에게 훈수를 둔다며 구두 경고를 주기도 했다. 
 
더샾아파트와 목양아파트, 한사랑아파트, 올리브아파트 등 4개 경로당 선수가 맞붙은 7조에서는 출발부터 한사랑경로당 선수인 송경순(77) 할머니가 치고 나갔다. 내리 세판을 가져오며 기선을 제압했다. 송 할머니 앞에 엽전이 수북이 쌓이자 주변에서 “아이고~ 오늘 아파트 사겠어”라며 우스갯소리를 건네기도 했다.
28일 오후 대전시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에서 각 경로당을 대표해 출전한 할머니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경기의 판돈은 1인당 50개씩 지급된 엽전이었다. 신진호 기자

28일 오후 대전시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에서 각 경로당을 대표해 출전한 할머니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경기의 판돈은 1인당 50개씩 지급된 엽전이었다. 신진호 기자

 
오후 4시 박청 위원장의 신호로 경기가 끝났다. 선수마다 엽전 숫자를 세고 경로당별로 합산했다. 가장 많은 엽전을 획득한 곳(으뜸상)은 방축골경로당이었다. 

 
엽전을 가장 많이 딴 선수는 한사랑경로당 송경순 할머니였다. 101개로 밑천 50개의 2배를 벌었다. 한사랑경로당은 송 할머니의 활약 덕분에 2등(버금상)을 차지했다. 엽전이 가장 적은 선수는 7개로 송 할머니와 같은 조에서 게임을 한 선수였다.
28일 오후 대전 중구 목동주민선터 4층 다목적실에 문화고스톱대회 시상품이 마련돼 있다. 이날 경기에는 목동지역 7개 경로당별로 4명씩의 선수가 출전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신진호 기자

28일 오후 대전 중구 목동주민선터 4층 다목적실에 문화고스톱대회 시상품이 마련돼 있다. 이날 경기에는 목동지역 7개 경로당별로 4명씩의 선수가 출전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신진호 기자

 
시상식에서는 1~7위 경로당별로 경품을 받았다. 경로당에서 쓸 화장지와 참기름·식용유·고추장·국수 등이었다. 경품은 목동지역 상인과 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
 
이날 행사는 고스톱의 재미와 경쟁요소에 문화를 입혀 경로당에서 지내는 노인들에게 동기부여와 소속감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 ‘도박’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건전한 여가문화로 자리 잡게 하자는 취지도 반영했다. 이르면 8월쯤 인접한 목동-중촌동 경로당 간 고스톱 대회도 추진할 방침이다.
 
경기장을 찾은 박용갑(61) 중구청장은 “고스톱은 치매 예방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경로당의 친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오후 대전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를 마치고 민찬가 목동장이 경로당 회장들에게 시상을 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목동지역 7개 경로당에ㅐ서 2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신진호 기자

28일 오후 대전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고스톱대회를 마치고 민찬가 목동장이 경로당 회장들에게 시상을 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목동지역 7개 경로당에ㅐ서 2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신진호 기자

 
민찬기 중구 목동장은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대표해 고스톱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됐다”며 “윷놀이와 병행해 정기 문화행사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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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