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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금간 집, 장마에 물 새" 대피소 폐쇄될까 이재민 전전긍긍

지난 27일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 아파트에서 비가 새고 있다. [사진 한미장관주민 제공]

지난 27일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 아파트에서 비가 새고 있다. [사진 한미장관주민 제공]

"우선 지진 피해를 본 집을 수리한 다음 대피소 폐쇄 문제를 의논하러 오는 게 절차상 맞다. 지금 장맛비에 지진으로 금간 부분에서 물이 새 집이 물바다다. 물을 머금고 언제 무너질까 무서운데 어떻게 들어가서 살라는 말이냐."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이재민 240명이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서 살고 있다. 240명 중 200명이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 아파트 주민들이다. [사진 한미장관주민 제공]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이재민 240명이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서 살고 있다. 240명 중 200명이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 아파트 주민들이다. [사진 한미장관주민 제공]

28일 오전 10시30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 대피소. 포항시 주민복지과 공무원들과 이재민 30여 명이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정연대 주민복지과 국장이 "대피소에 등록된 이재민 240명 중 실제 살고 계시는 분은 40명 정도로 알고 있다. 대피소 운영 문제를 의논하러 왔다"고 말하자, 한 이재민이 "중고등학생 자녀나 어린아이들을 계속 여기서 지내게 할 수 없어 친척 집으로 보낸 거다. 이재민 수는 줄지 않았고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맞섰다.  
28일 한미장관 아파트의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영상 캡처. [사진 한미장관아파트 주민]

28일 한미장관 아파트의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영상 캡처. [사진 한미장관아파트 주민]

 
한 이재민은 "시에서 우리 아파트에 가보기나 했느냐.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왔다 갔는데 7개월째 해결방안은 없고 내보낼 생각만 하고 있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다른 이재민은 "비가 새서 집이 엉망인데 어떻게 들어가서 사느냐. 우리는 치워야 하는 쓰레기 같은 존재가 아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포항시에 따르면 28일 기준 흥해실내체육관에 현재 남아있는 이재민은 106가구 240명이다. 이 중 86가구 200명이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 아파트 주민들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 아파트에 안전을 위한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내외부에 금이 가는 피해가 났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 아파트에 안전을 위한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내외부에 금이 가는 피해가 났다. [연합뉴스]

한미장관 아파트는 지난 1월 포항시의 정밀안전진단결과 '소파(일부파손)'로 나와 '사용가능' 판정을 받았다. 주민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4월 따로 정밀안전진단결과를 진행했고 이번엔 '사용불가능' 판정이 나왔다. 시에서는 두 결과를 놓고 행정안전부에 판단을 요청했다. 
 
행안부에서는 지난 26일 포항시의 결과가 맞다는 공문을 보냈다. 포항시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27일 "행안부의 결정에 따라 대피소 폐쇄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주민들과 충분히 의논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대피소 운영에 임대료 등을 포함해 하루 100만원 이상이 든다. 현재 적십자 등 자원봉사자들은 다 빠져나갔고 시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청소 외에는 이재민들이 직접 청소하며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  
 
28일 한미장관 아파트의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영상 캡처. [사진 한미장관아파트 주민]

28일 한미장관 아파트의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영상 캡처. [사진 한미장관아파트 주민]

주민들은 막무가내로 대피소를 폐쇄한다면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포항시에서 받은 '사용가능' 판정 결과의 기준은 한미장관 아파트가 지어진 1988년 당시 기준을 토대로 나왔고, 주민들이 용역을 통해 받은 '사용불가능' 판정은 2016년 기준이라서다. 
 
한미장관 아파트 가동에 사는 이모(42)씨는 "당연히 최근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 이 결정은 그저 우리를 내보내기 위한 조치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우득(78)씨도 "화장실만 들어가도 천장이 움푹 팼다. 전파·반파·소파를 정하는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안부에서는 지난 15일 대피소 운영 지침인 '임시주거시설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입·퇴소기준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소파 결정을 받은 이재민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행안부 재난구호과 관계자는 "소파 판정을 받는다고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급적 귀가 조처해야 한다. 시가 현장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이지 무 자르는 것처럼 할 순 없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모호한 기준에 최종 결정은 결국 포항시의 몫이 됐다. 포항시의 판정결과가 맞다는 공문을 보낸 행안부 지진방재과 측에서는 "시설안전관리공단 등의 자문을 받은 결과 건축물이 88년 지어졌기에 88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최근 지어진 건물일 수록 판정 기준이 엄격해 사용불가능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최종 결정은 포항시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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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