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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시간 보내려면 돈 내야 하는 날 올지도

기자
전새벽 사진 전새벽
[더,오래] 전새벽의 시집 읽기(11) 
근무일에 몇 명의 사람과 연락하게 되는지 셈을 해 본 적이 있다. [중앙포토]

근무일에 몇 명의 사람과 연락하게 되는지 셈을 해 본 적이 있다. [중앙포토]

 
워킹데이(Working day), 즉 근무일에 대체 몇 명의 사람과 연락하게 되는지 셈을 해 본 적이 있다. 업무상 주고받는 메일이 일평균 30개, 만나서 말을 섞게 되는 사람이 약 20명, 통화 약 30건이었다. 수치로 기록해보니 별것 아니다. 피로는 조금 쌓이겠지만, 매일 녹초가 된다고 불평할 정도의 수치는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지칠까? 왜 자꾸만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둘러대고 혼자 점심을 먹고 싶어질까? 왜 이리도, 필사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찾게 될까?
 
메신저 횟수 세다 녹초될 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들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메신저의 존재다. 끊임없이 화면에 등장하는 사내 메신저, PC와 휴대폰에 동시에 뜨는 업무용 메신저, 그리고 스마트폰 문화 확산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K메신저까지. 나는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는 건 수가 하루에 몇 개나 되나 세어보려다 곧 포기하고 말았다. 도저히 다 셀 수 없는 수준이었다. 괜히 녹초가 되는 게 아니었다. 
 
나는 녹초가 되고 싶지 않았다. 저녁 있는 삶이 보장되어도 기력이 없어 잠만 자야 하는 저녁은 원치 않았다. 그래서 메신저의 ‘단체방’들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무의미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다시 초대하기’를 누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순간 생각했다. 아아, 앞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면 돈을 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K메신저를 탈퇴했다.
 
메신저를 탈퇴하고 며칠 후 안부 전화를 몇 통 받았다. 친구들은 마치 나의 K메신저 탈퇴가 ‘퇴사’나 ‘이혼’ 정도의 소식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앞으로 연락은 어떻게 할 거야 라고 물으며. 나는 아무 일 없노라고, 그리고 K메신저 없어도 우리가 지금 이렇게 대화하고 있지 않으냐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전화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은 게 언제였더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K메신저가 등장한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다고 둘은 입을 모았다. 
 
타인과의 교류는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하니, 많은 과학자가 '혼밥'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그룹밥' 때문에 졸도할 일은 없을까? [중앙포토]

타인과의 교류는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하니, 많은 과학자가 '혼밥'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그룹밥' 때문에 졸도할 일은 없을까? [중앙포토]

 
어느 책에서 읽자니 타인과의 교류는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한다. 고독사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해보면 역시 ‘접촉’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같은 이유로 많은 과학자가 ‘혼밥’에 회의적이라고 한다. 웬만하면 ‘그룹밥(이런 말은 아직 없나?)’ 하라는 거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꾸만 그들에게 반문하고 싶어진다. ‘그룹밥’ 때문에 졸도할 일은 과연 없는 것인가?
 
꽃은 시들고
불로 구운 그릇은 깨진다
 
타인을 견디는 일과
외로움을 견디는 일
어떤 것이 더 난해한가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감상은 단지 기후 같은 것
 
-허은실, ‘목 없는 나날’ 부분.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문학동네, 2017)』에 수록. 
 
허은실 시인
-1975년 강원도 홍천 출생
-2010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2017년 『나는 잠깐 설웁다』, 에세이집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등 발간.
 

군중 속 고립 vs 고립 속 군중  
꽃은 시들고 질그릇도 깨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도 다 때가 되면 떠날 것이다. 그렇게 유한한 삶 안에서 우리는 자꾸만 타인과의 접촉을 희망한다. 하지만 습관이 되어버린 교류가 은밀하게 우리를 잠식한다. 타인이라는 존재, 그것은 때로 기쁨보다는 피로인 것이다. 
 
그런 타인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일,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 답을 내리지 못하는 시인은 미성숙한 존재다. 미성숙한 존재임에 불구하고 이미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즉, 늙어가고 있다. ‘타인 대 외로움.’ 아마 죽을 때까지 한쪽을 정하지는 못하리라.
 
어려운 질문을 뒤로하고, 나는 잠깐 고립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로 했다. 교류에 지친 모양이다. 지금,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돈이라도 내야 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하지만 “다시는 메신저 사용 안 할 거야?”라는 친구의 질문에는 “글쎄”라고 얼버무려야 했다. 왜냐하면 이러한 감상들은 모두 기후(氣候) 같아서, 여름에는 겨울이, 겨울에는 여름이 그리운 것처럼 군중 속에서는 고립이, 고립 속에서는 군중이 그리운 법이니까.
 
전새벽 회사원·작가 jeonjun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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