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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영권' 김영권, 축구화 살 돈 없어 막노동했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김영권이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김영권이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영권(28·광저우 헝다)처럼 축구인생이 드라마틱한 선수가 또 있을까.
 
한국축구대표팀 중앙수비 김영권은 28일 '전차군단' 독일을 멈춰 세우고 엔진까지 망가뜨렸다. 김영권은 28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 1위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2-0 깜짝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육탄방어를 펼쳤고, 후반 추가시간엔 선제 결승골까지 터트렸다. 한국은 비록 조3위(1승2패)로 탈락했지만, 김영권은 팬들로부터 '킹영권', '빛영권'이란 찬사를 받았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김영권이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김영권이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영권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다. 해성중 재학 시절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서 축구를 그만둘 뻔했다. 그는 축구를 포기할 수 없다며 전주에 홀로 남았다. 경기도 부천으로 올라온 아버지 김성태씨는 빚을 내 트럭을 사서 식재료를 납품했지만 형편은 더 나빠졌다.  
 
김성태씨는 "트럭째 한강에 빠져버릴까 생각도 했었다. 영권이에게 '축구를 그만두면 안되겠느냐'고 말한 뒤 둘이 안고 펑펑 울었다"며 "어느날 영권이가 축구화를 사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축구를 계속하라고 허락했고, 나도 아들을 보며 일어섰다"고 말했다.  
김영권(왼쪽)이 초등학교 시절 축구 스타 이동국과 함께 찍은 사진. [중앙포토]

김영권(왼쪽)이 초등학교 시절 축구 스타 이동국과 함께 찍은 사진. [중앙포토]

 
김영권은 아버지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남들 다 잘때 혼자 축구연습을 했다. 풋살국가대표를 병행하면서 간절하게 축구를 했다. 김영권은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8강,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힘을 보탰다. 200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우승을 이끈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중국 광저우 헝다에서 김영권을 지도하며 양아들처럼 아꼈다.  
김영권이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뒤 리피 감독(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영권이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뒤 리피 감독(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김영권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진했다. 알제리전 2-4 참패를 포함해 조별리그 탈락을 막지 못했다. 상대 공격수에 너무 쉽게 뚫린다며 '자동문'이란 치욕적인 별명을 얻었다. 
 
절치부심한 김영권은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에 힘을 보탰고, 8월 동아시안컵에선 주장완장을 차고 우승을 이끌었다. 광저우 헝다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일조했다. 그해 손흥민(토트넘) 등을 제치고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 이적설까지 나왔다. 김영권의 축구인생은 이젠 직진만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김영권은 지난해 8월 축구인생 바닥을 찍었다. 주장완장을 차고 이란과 경기에서 0-0무승부를 거둔 뒤 "관중들의 소리가 크다보니 소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선수들끼리 소통이 안됐다는걸 자책하다가 실언을 했다.
 
많은 축구팬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팬들에게 할 소리인가"라고 분노했다. "경기장이 고요해지게 김영권 옆엔 고요한(서울)을 포진시켜라"는 조롱으로 이어졌다. 에이전트인 김성호 FS코퍼레이션 실장은 "영권이가 의도와 달리 인터뷰가 논란이 되자 팀동료들과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김영권은 2014년 결혼했고 2015년엔 딸을 얻었다. 힘든 시기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준건 가족이었다. [중앙포토]

김영권은 2014년 결혼했고 2015년엔 딸을 얻었다. 힘든 시기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준건 가족이었다. [중앙포토]

 
김영권은 대표팀과도 한동안 멀어졌다.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준건 가족이었다. 김영권 2014년 결혼했고, 2015년엔 딸을 얻었다. 그런데 대표팀 주전 중앙수비 김민재(전북)가 지난 5월 부상으로 낙마했다. 영영 못 달것 같았던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축구대표팀 김영권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헤딩 패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축구대표팀 김영권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헤딩 패스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영권은 지난 18일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과 1차전에서 몸을 던지며 팬들의 마음을 조금 되돌렸다. 그리고 독일과 3차전에선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가 슛을 때릴 때마다 몸을 날렸다. 행여 핸드볼 파울이 불릴까봐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고, 이를 악물었다.  
 
김영권은 0-0으로 맞선 후반추가시간 문전 혼전상황에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비디오판독(VAR) 끝에 득점으로 인정됐다.  
김영권은 독일전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4년간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사진 SBS 방송 캡처]

김영권은 독일전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4년간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사진 SBS 방송 캡처]

 
김영권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4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한국축구를 위해 희생하겠다"고 눈물을 쏟았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영권의 눈을 충혈돼 있었다. 그는 "비디오판독을 거치는 동안 제발 골이길 빌고 또 빌었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란 출사표를 밝혔다.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의미다.
 
'죽기로 싸우니 산 것인가'라고 묻자 김영권을 이렇게 대답했다. "그 생각을 매순간 했다. 힘든 시기가 없었다면 오늘 골을 넣지 못했을거다. 비판이 절 발전하게 만들었다.". 김영권은 월드컵에 인생을 걸었고, 독일전에서 '인생경기'를 펼쳤다.  
 
카잔(러시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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