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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마구간·무덤이 무대? 크루즈 컬렉션, 정체가 뭐니

여름 휴가 시즌이 코앞이다. 넓고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크루즈 선상에서 시원한 샴페인과 함께 수영·요가를 즐기며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이 즐거운 순간, 어떤 옷을 입을까. 만약 통기성·기능성을 내세운 등산복이나 바람막이 점퍼를 떠올렸다면 후회할 확률이 높다. 바다 위에서 등산복을 입는 것도 모순이지만 사진 속 모습이 그닥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휴가 분위기를 흠뻑 낼 수 있는 '특별한' 옷이 필요하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지난 5월25일 '디올'은 프랑스 파리 북쪽에 위치한 샹티이 성의 마구간에서 2019년 여름을 위한 크루즈 컬렉션 쇼를 열었다. 멕시코 로데오 기수의 전통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 콘셉트를 잘 보여주기 위한 기발하고도 탁월한 장소 선택이었다.

지난 5월25일 '디올'은 프랑스 파리 북쪽에 위치한 샹티이 성의 마구간에서 2019년 여름을 위한 크루즈 컬렉션 쇼를 열었다. 멕시코 로데오 기수의 전통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 콘셉트를 잘 보여주기 위한 기발하고도 탁월한 장소 선택이었다.

‘크루즈 컬렉션’은 말 그대로 휴가를 위한 여객선(크루즈) 여행에서 입는 옷이다. 해외 럭셔리 패션 브랜드부터 한국 브랜드까지 앞다퉈 보여주는 크루즈 컬렉션은 하늘하늘한 원피스와 블라우스, 입고 벗기 편한 통 넓은 바지와 티셔츠, 일교차가 큰 아침·저녁 겸용 외투 등 여름 휴가 분위기를 물씬 낼 수 있는 옷들로 구성돼 있다.
크루즈 컬렉션을 ‘리조트 컬렉션’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장소를 크루즈에서 휴양지의 리조트로 옮겨 생각하면 쉽다. 야외 풀장 또는 주변 여행지를 다닐 때 뜨거운 태양과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가벼운 차림이 특징이다. 배 위와 리조트에서 필요한 옷이 다르니 다른 컬렉션으로 구분하는 이도 있지만, '여름 휴양지에서 입는 옷'이라는 공통점에서 보면 큰 차이는 없다.
 
자유롭고 특이한 장소로 눈길
크루즈 컬렉션이 출시되는 시기는 5월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직전, 슬슬 옷을 준비하라는 패션업체의 친절하고도 치밀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때 에르메스·샤넬·디올·루이비통 등 유명 럭셔리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크루즈 컬렉션 쇼가 열린다.      
크루즈 컬렉션이 다른 컬렉션과 달리 유독 회자가 되는 이유가 있다. 첫째, 봄·여름, 가을·겨울 룩을 보여주는 두 차례의 정규 시즌 사이에 있는 5월은 새로운 뉴스가 없는 시기다. 둘째, 브랜드마다 뉴욕·밀라노·파리·런던 등 컬렉션이 열리는 도시를 벗어나 저마다 독특하고 기발한 장소에서 쇼를 열기 때문이다. 브랜드로선 정규시즌보다 장소 선정이 자유로워 그해 의상 콘셉트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파리 시내 그랑팔레 미술관 안에 실물 크기의 여객선(크루즈)을 재현했던 샤넬 쇼.

파리 시내 그랑팔레 미술관 안에 실물 크기의 여객선(크루즈)을 재현했던 샤넬 쇼.

지난해 미국 산타모니카 사막에서 커다란 열기구를 띄우며 화제가 됐던 '디올'은 올해 프랑스 고성의 마구간을 크루즈 컬렉션 장소로 선택했다. 레이스 생산지로 유명한 샹티이 성 마구간의 옥외 무대에 선 모델들은 멕시코 로데오 경기 때 여성 기수들이 입었던 전통복식에서 영감을 얻은 옷을 입고 등장했다. 마침 당일 장대비가 쏟아져 더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끼로 뒤덮인 고대 로마 시대 공동묘지에서 크루즈 컬렉션 쇼를 열었다. 남프랑스 아를에 있는 공동묘지 알리스캉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명소다. 미국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모스키노'의 크루즈 컬렉션 주제를 '서커스'로 잡고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있는 승마 센터에서 실제 서커스 규모의 거대한 텐트를 설치했다.  
이 밖에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니테로이 현대미술관(2016), 일본 교토 미호 미술관(2017) 등 상징적인 현대 건축물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열어온 '루이비통'은 올해 프랑스의 예술가 마을 생폴드방스에 있는 매그 미술관을 새로운 장소로 택했다. 샤넬은 아예 거대한 크루즈 한 척을 쇼장으로 옮겨왔다. 샤넬의 단골 쇼 장소인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 실물 크기의 대형 선박을 설치하고 배 경적과 갈매기 소리를 틀어 크루즈 여행을 표현했다.  
 
업체는 비수기 극복, 입는 이는 브랜드 경험 기회 
크루즈 컬렉션은 브랜드 입장에선 위기 상황에 등판하는 구원투수다. 매년 6월 말이면 패션업체는 그해 최고의 비수기를 맞는다. 2~3월 사이 출시된 봄 상품이 들어가고 여름 상품이 출고되는 시점인데, 다른 계절보다 여름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매출 규모는 떨어진다. 옷을 구매할 소비자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도시를 떠나 버린다. 업체는 이런 비수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특별한 여름 상품을 기획하게 됐고, 이게 바로 휴가지에서 입을 수 있는 크루즈 컬렉션 또는 리조트 컬렉션이다. 
구찌

구찌

루이비통

루이비통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휴가를 떠날 때는 현지 날씨에 맞는 옷 또는 휴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과감한 디자인의 옷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때 휴양지에 특화된 크루즈 컬렉션은 환영받을 만하다.  
최근 국내 시장도 크루즈 컬렉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워라밸’ ‘욜로’ 등 여가생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다.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의 경우 올여름 리조트 컬렉션의 국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30% 신장했다. 이 분위기를 타고 최근 몇 년 새 한국 패션 브랜드들도 리조트 컬렉션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2013년부터 리조트 컬렉션을 내고 있는 '럭키슈에뜨'는 지난 시즌 과감한 패턴의 롱 드레스와 오프숄더 디자인을 선보였던 것에 이어, 올해는 도심에서도 입을 수 있는 원피스류와 롱스커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럭키슈에뜨

럭키슈에뜨

크루즈 컬렉션은 점점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추세다. 올해 거대 SPA브랜드인 유니클로가 처음으로 리조트웨어 컬렉션을 출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토마스 마이어와의 협업으로 수영복부터 티셔츠, 쇼트 팬츠, 카디건 등 총 50여 가지의 옷을 선보였다. 2017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리조트 컬렉션을 내놓은 한국 브랜드 '지컷'은 유명 사진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드 셀비와 협업해 로브 원피스, 티셔츠, 블라우스 등 일상에서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컬렉션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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