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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왜 북유럽 디자인인가, 디자인에 깃든 민주주의

단순한 형태, 선명하고 다채로운 컬러. 북유럽 인테리어라고 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이미지다. 이딸라, 아라비아 등 그릇 브랜드부터 프리츠한센, 헤이 등 북유럽 디자인 브랜드 역시 비슷하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라고도 불리는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에 열광한지도 벌써 십수 년.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지구 반바퀴 거리 만큼 떨어진 북구의 라이프스타일이 우리 생활 속에 이렇게 깊숙이 들어와 있다니. 북유럽 디자인의 어떤 미학이 세계인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브랜드 이딸라&아라비아 디자인 센터장 뚜이야 알토-세탈라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이딸라 제공
지난 6월 12일 성북동 핀란드 대사관저에서 만난 알토-세탈라 센터장.

지난 6월 12일 성북동 핀란드 대사관저에서 만난 알토-세탈라 센터장.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위치한 ‘이딸라&아라비아 디자인 센터’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과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뚜이야 알토-세탈라 센터장은 이곳에서 각종 전시회를 기획하고 총괄한다. 2010년부터 15년까지 핀란드 박물관 이사진을 역임했고, 핀란드 대표 디자이너 카이 프랑크(Kaj Franck) 100주년 기념 위원회에 있으면서 굵직한 디자인 전시를 도맡아 왔다. 
지난 12일 성북동 핀란드 대사관저에서 열린 이딸라 ‘미드썸머 페스티비티(겨울이 긴 핀란드에서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를 기념하는 여름 축제)’ 참석차 내한한 그를 만났다.   
 
이딸라&아라비아 디자인센터는 어떤 곳인가.
“1874년 도자기 회사 아라비아의 첫 공장이 들어섰던 곳에 아울렛과 박물관이 함께 위치해 있었다. 지난 2016년 11월 이곳을 새로 단장해 디자인 센터로 리뉴얼했다. 이후 핀란드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프로그램,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2016년 11월 재개관한 이딸라&아라비아 디자인 센터는 핀란드의 다양한 디자인 작품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2016년 11월 재개관한 이딸라&아라비아 디자인 센터는 핀란드의 다양한 디자인 작품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디자인센터에선 어떤 활동을 하나.
“신진 디자이너·예술가들과 협력 전시를 연다. 요즘 소비자들은 경험을 중시 여긴다. 때문에 접시·장식 수공예 제작 수업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세 명의 젊은 SNS 인플루언서들의 집을 꾸며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전시를 열었다. 그 중 한 명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요가라고 해서 해당 전시관에서 요가 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그릇 브랜드의 디자인 센터인데 전시 종류는 꽤 다양하다.
“이딸라와 아라비아의 디자인을 통해 핀란드 디자인 전반, 나아가 북유럽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요즘 핀란드의 최대 디자인 이슈는 젊은이들이 점점 ‘작은 공간’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작은 공간에 가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테이블을 구성하는지 직접 체험하게끔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딸라와 아라비아의 그릇들이 함께 구성된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대표작과 인물을 꼽으라면.
“1936년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사보이 화병’은 핀란드 디자인의 아이콘이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유리 제품 중 하나다. 당시 이딸라 글라스웨어 디자인 공모전에 익명으로 출품돼 상을 받았고, 이듬해 파리 세계 박람회에 공개되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디자인 오브제들은 기능주의 영향으로 직선 일색이었는데, 사보이 화병은 핀란드 해안선에서 따온 구불구불한 물결 모양이 특징이다. 알바 알토의 가구 역시 나무를 둥글게 구부려 가공한 디자인이 많다. 그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곡선·기하학 등의 유기적 형태는 스칸디나비안 모더니즘의 시초로 여겨진다.”
디자이너 알바 알토와 그의 대표작 사보이 화병. 1930년대는 엄격한 기능주의 관점에 의한 직선 일색의 디자인 작품들이 많았지만 알바 알토는 곡선을 최대한 살린 디자인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디자이너 알바 알토와 그의 대표작 사보이 화병. 1930년대는 엄격한 기능주의 관점에 의한 직선 일색의 디자인 작품들이 많았지만 알바 알토는 곡선을 최대한 살린 디자인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연의 재료(나무)를 자연적인 형태(곡선)로 결합시킨 알바 알토의 스툴.

자연의 재료(나무)를 자연적인 형태(곡선)로 결합시킨 알바 알토의 스툴.

 
당시 ‘자연에서 따온 유기적 형태’는 대단한 혁신이었다.
“맞다. 핀란드의 또 다른 거장 카이 프랑크 역시 비슷한 시기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52년 발표한 ‘킬타’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현재 이딸라의 대표 제품인 ‘떼에마’ 시리즈의 전신인데 원·직사각형 등 단순한 형태가 특징이다. 당시만 해도 각각의 용도에 따라 많은 종류의 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게 일반적이었다. 장식이 많고 가짓수가 많은 덴마크 왕실 식기처럼. 하지만 프랑크는 단순한 그릇 디자인으로 어떤 음식에도 어울리고, 세트로 구성하지 않고 따로 구입해도 각각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1950년대 디자인된 카이 프랑크의 킬타 시리즈. 수프, 샐러드 등 무엇을 담아도 어울리는 단순한 형태의 다용도 볼을 중심으로 디자인했다. 형태를 단순화시키고 컬러에만 변형을 줘 세트가 아니어도 서로 조합이 되도록 고안한 것 역시 특징이다.

1950년대 디자인된 카이 프랑크의 킬타 시리즈. 수프, 샐러드 등 무엇을 담아도 어울리는 단순한 형태의 다용도 볼을 중심으로 디자인했다. 형태를 단순화시키고 컬러에만 변형을 줘 세트가 아니어도 서로 조합이 되도록 고안한 것 역시 특징이다.

 
100년 전 디자인이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강력한 산업화 정책으로 많은 이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했다. 작은 집에 살았고, 여성도 직장에 다녔으므로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식기가 필요했다. 카이 프랑크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사더라도 기존 그릇과 잘 어울리도록 형태는 단순하고 컬러에만 변화를 준 디자인을 시도했다. 장식을 줄이고 형태를 단순화시켜 여러 개를 겹쳐 놓을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디자이너 카이 프랑크.

디자이너 카이 프랑크.

 
카이 프랑크가 디자인한 '카르티오' 컵과 저그. 장식적이지 않은 단순한 디자인으로 여러 개를 겹쳐 쌓아놓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카이 프랑크가 디자인한 '카르티오' 컵과 저그. 장식적이지 않은 단순한 디자인으로 여러 개를 겹쳐 쌓아놓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인이 북유럽 디자인을 편하게 생각한다.
“북유럽에선 전쟁 이후 화려하며 장식적인 디자인보다는 새롭고 현대적인 것을 원했다. 이때 알바 알토, 카이 프랑크 같은 거장들이 등장했고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그래서 모두가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디자인이 태동했다. 핵심은 ‘사용자 중심’이라는 것. 만드는 사람의 의도를 담기보다 사용자에 맞춘 디자인을 지향하기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이 반영된 이딸라 '떼에마 띠미' 시리즈. 한국의 식문화를 고려해 국과 밥을 담을 수 있는 깊은 볼, 뚜껑이 있는 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이 반영된 이딸라 '떼에마 띠미' 시리즈. 한국의 식문화를 고려해 국과 밥을 담을 수 있는 깊은 볼, 뚜껑이 있는 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사용자 중심 가치는 무엇일까.
“지속 가능성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하고, 제품을 만들 때도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이딸라 일부 매장에선 오래된 이딸라, 아라비아 그릇을 가져오면 매입하는 이벤트를 실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매입한 제품은 빈티지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다시 되파는 시스템인데 반응이 좋아서 여러 매장으로 확대할 걸 고려중이다.”  
 
‘북유럽 디자인’ 중에서도 핀란드만의 특징을 꼽는다면.
“보통 북유럽(스칸디나비안)이라고 하면 덴마크·스웨덴·핀란드를 통칭하는 것인데 지역이 인접해있어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핀란드 디자인은 과시하지 않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 덴마크·스웨덴은 왕실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디자인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에 비해 핀란드는 소박하고 자연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다지 부유한 국가가 아니었기에 수급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이 많다.”
녹아내리는 빙하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딸라의 '울티마 툴레' 컵.

녹아내리는 빙하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딸라의 '울티마 툴레'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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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