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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기름은 사지 말라" 트럼프발 국제유가 쇼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폭탄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국제 원유 시장이다. 미국이 동맹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산유국의 증산 계획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국제 유가는 다시 요동쳤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60달러 선으로 내려앉은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온 한국도 기름값 상승 등 유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발단은 이날 미 국무부 고위 관리의 발언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관리는 “동맹국이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제로(0) 수준까지 줄이도록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한은 11월 4일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 핵 합의 탈퇴를 공식 선언하며 밝힌 대이란 제재 개시일(11월 5일) 전날이다.
 
시장이 흔들린 건 높아진 발언 수위 탓이다. 이 관리는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과 관련해 “면제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외는 없다’는 선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산 원유 수입국은 오바마 정부의 선례에 따라 미국이 수입 물량 감축 기간을 연장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강공에도 한국을 비롯한 이란 원유 수입국이 내심 바랐던 건 미국 ‘국방수권법’상 예외국 인정이다.  
 
국방수권법은 미국이 대 이란 경제 제재에 동원한 카드로 이란 중앙은행과 금융거래를 하는 외국은행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해 외환 거래를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법이다. 여기에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감안하면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제재에 동참한 국가의 숨통을 틔워 주는 게 예외국 인정이다. 2012년 대 이란 경제 제재가 시작된 뒤에도 한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은 원유수입량을 줄이기로 하면서 예외국 인정을 받았다.  
 
그 결과 2011년 국내 원유 수입량에서 9.6%를 차지하던 이란산 원유 비중은 2015년 4.1%(424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2016년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수입량은 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총 수입량(11억1817만 배럴)의 13.2%까지 증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이 대 이란 제재와 관련해 ‘예외없는 원칙 적용’ 방침을 천명하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빅4’ 정유사 중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곳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격화할 것에 대비해 정유업체는 올해 들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줄여 왔다. 지난 경제 제재 때의 학습효과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한 이유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은 9518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 중 이란산(601만 배럴)은 전체의 6.3%였다.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란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며 대비에 나섰지만 금수 조치가 장기화하면 충격은 불가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유가 상승이다. 국내 원유 수요에는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히면 공급만 줄어드는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입하는 정유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국내 휘발유 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란에 수출하는 중소기업도 타격을 받는다. 현재 이란과의 수출입 결제는 주로 국내 은행에 개설된 원화 계좌를 통해 이뤄진다. 정유업체가 수입대금을 이 계좌에 넣어 두면 이란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이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란산 원유의 수입이 줄면 수출 대금 지급도 지연된다.
 
정부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부터 이란 제재 복원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에 대비해 KOTRA와 무역보험공사, 정유업계 등이 참여한 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예외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미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현옥·장원석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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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