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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JP, 제압 아닌 타협의 정치” 한광옥 “최선 없으면 차선의 협치 추구”

고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영결식으로 떠나보낸 27일 정계 원로들은 JP의 정치적 유산으로 ‘타협과 협치’를 들었다. 5일간의 장례를 마친 이날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JP는 정치세력을 중재하고 타협하고 융화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김영삼(YS) 전 대통령, 김대중(DJ) 전 대통령과는 달랐다”고 평가했다. 박 전 의장이 본 ‘3김 정치’ 속 JP의 역할이었다. 박 전 의장은 “절충과 타협, 화해를 통해 정치가 일방적인 제압이 아니라 타협과 조정이라는 걸 보여줬다”고도 말했다.
 
DJ의 비서실장이었던 한광옥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은 “JP가 없었으면 국민의 정부도 없었다. JP는 독선이 결국 독재가 된다는 걸 알았다”며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추구하고 협업을 하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같은 계파가 아니면 전부 적이고 계파를 떠나면 배신이라는 현 계파 정치 대신 힘을 합쳐서 정권을 창출하는 모습을 보여준 JP는 ‘연합정치의 마술사’”라며 “후배 정치인들이 JP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JP는 대권 방향을 짐작한 뒤 이들과 협력해 YS와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결국 이 나라의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권노갑 민주평화당 상임고문은 JP를 언급하며 “3김 정치엔 화해와 용서의 정신이 있었다. 관용을 베풀고 일절 보복을 하지 않는 정치를 해 달라”고 현 정치권에 주문했다.
 
‘2인자 정치’라는 세간의 평가를 놓고도 정치 원로들은 “겸손함과 성실함”으로 받아들였다. 한광옥 전 위원장은 “JP는 리더십과 팔로어십을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정치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 DJ가 JP를 국무총리에 앉히자 깍듯하게 행동해 DJ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DJ는 두고두고 JP의 그런 부분을 언급하며 높게 평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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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원로들에게 JP는 ‘풍류를 아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한화갑 전 대표는 아코디언과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능통했던 JP를 두고 “만능의 달인이었다. 말과 행동, 심지어 숨소리도 정치였던 사람”이라고 했다. 한광옥 전 위원장도 “고사와 사자성어를 잘 인용해 JP가 말할 때 설득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정치라는 두 글자가 종합 예술이라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JP가 정치를 두고 ‘허업(虛業)’이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조어(造語)의 달인이기도 했다. 정치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삶이며 자신을 위해선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것이라는 평소 소신이 담긴 뼈 있는 농담”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던 JP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내가 야당 의원 시절 당시 국무총리이던 JP에게 항의하러 갔더니 JP가 총리실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 내 손을 꼭 잡고 총리실에 앉을 때까지 손을 안 놓는데 따뜻한 손길 때문에 항의를 못 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추억했다.
 
정종문·김준영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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