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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장 여덟자리, 그 중 하나도 여성 못 주나"

 
최근 사표낸 여성 1호 검사장 조희진
 
조희진 검사장이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희진 검사장이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젠더(사회적 성) 감수성이 없다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처분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하지 못했을 거다. 조사단을 향해 ‘수사 의지ㆍ능력ㆍ공정성도 없었던 3무 조사’라고 비판했던 서지현 검사가 이 부분만은 분명히 알아줬으면 한다.”
 
검찰 설립 65년만인 지난 2013년 최초의 여성 검사장에 오른 조희진(56)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최근 사표를 냈다. 첫 여성 고검장 탄생을 바라는 사회적 기대도 높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조 전 지검장은 조직을 떠나기 직전 ‘미투’열풍의 진원지가 된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의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기소했다. 
 
지난 25일 그를 만나 ‘여성1호’란 수식이 따라붙었던 검사 생활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던 진상조사단 활동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고검장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클만도 한데 그는 오히려 홀가분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성추행 진상조사 관련 "젠더 감수성 없었다면 안태근 기소 못해"
 
검사 성추행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전 당시 서울동부지검장(가운데 마이크)

검사 성추행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전 당시 서울동부지검장(가운데 마이크)

 
여성 최초 검사장이라는 역사를 썼다.  
 “검사 생활 초기 첫 아이를 낳은 뒤 건강악화로 수술과 입원을 반복하다 몸무게가 3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기쁜 일도 많았지만 어려운 일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사표를 내고 싶었을 때도 여러번이었지만 그때마다 내 맘대로 그만둘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검사장 자리에도 올랐던 것 같다.”
 
고검장 탈락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 고검장이 여덟 자리다. 요즘 정부가 여성 장관도 늘리고 공식적으로 30% 할당 얘기도 나오는 마당에 고검장 한 명 정도는 여성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솔직히 있다. 유리천장을 깨려고 노력했지만 힘이 좀 부족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여성 검사장, 또 1호 여성 고검장이 꼭 탄생하길 빈다.”
 
1990년 검사가 된 그는 법무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부장, 지청장 등을 여검사로선 처음 지나갔다. 지난해엔 여성 최초로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됐다. 그러다  올초 검찰 성추행진상조사단장을 맡았다.  
 
 
"30kg대까지 살 빠지는 등 어려워도 후배들 생각해 그만두기 어려웠다"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여성 국회의원 모임'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지현 검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서 검사(오른쪽)가 인사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여성 국회의원 모임'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지현 검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서 검사(오른쪽)가 인사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장 일이 힘들었을 것 같다.
“이런 민감한 문제가 생기면 지금껏 적극적으로 나서던 남자 검사들이 뒤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뭐랄까, 숙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가해자와 기존의 검찰 조직은 조직대로 각자의 생각과 요구사항이 너무나 달랐다. 그러나 나는 나에 대한 어떤 비판에도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서 검사 등이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검찰을 떠난 선배님들이나 검찰 내부의 주로 남성들이 ‘당신이 여성이니 (안 전 국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다면 사람들이 모두 편파적이지 않다고 볼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자료 등을 압수수색해 보니 성추행 문제와 인사 불이익이 결국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입증했다. 의견을 나누던 남성 검찰 간부들은 성추행은 사실이지만 이걸로 검찰이 인사 불이익을 주는 조직은 아니란 걸 거의 확신했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 여검사 역시 일반적인 사기업에서 성추행이 일어나고 인사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 검사가 불만을 표하지만 만일 나나 또 다른 진상조사단 여성검사들처럼 젠더 감수성이 가진 이들이 아니었다면 그런 조사결과를 내지 못했을 거다.”
 
후배 여검사들에게 "시끄러워도 목소리 내라"  
 
첫 여성 검사장에 발탁된 뒤 법무연수원에서 포즈를 취한 조희진 전 검사장.

첫 여성 검사장에 발탁된 뒤 법무연수원에서 포즈를 취한 조희진 전 검사장.

조 전 지검장은 자신이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공소유지 담당 검사들과 피해자인 서 검사 등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진상을 밝혀 달라”고 당부했다. 그에게 여성 검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가만히 있는다고 거저 자리가 주어지진 않는다. 좀 시끄럽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적극적인 모습을 잃지 말아 달라.” 
 
1호 여성 검사장을 찾는 법무법인이나 기관들이 넘쳐 나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는 "아이고, 당분간은 좀 쉬어야죠. 천천히 생각해 볼게요"라며 "그러나 검찰을 떠나서도 검찰의 발전과 여성 검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목소리는 꼭 낼 거예요"라며 웃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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