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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통한 자금세탁 감시 고삐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더 조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암호화폐의 한계와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BIS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협력을 위해 설립한 국제금융기구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가상통화(암호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한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 국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 등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가 ‘고객 돈을 보관하는 계좌(집금계좌)’ 뿐 아니라 ‘회삿돈을 관리하는 계좌(비집금계좌)’도 자금세탁 감시의 대상이 된다.
 
그동안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거래소가 고객의 돈을 모으는 집금계좌에 대한 감시를 해왔다. 하지만 일부 거래소에서 집금계좌로 자금을 유치한 뒤 거액을 비집금계좌로 이체하는 사례가 발견됐다. 이렇게 하면 비집금계좌가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을 회피하거나 범죄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FIU는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으로 FIU는 비집금계좌에서 이상 거래가 발견될 경우 고객의 신원 정보뿐 아니라 거래 목적과 자금 원천까지 확인할 계획이다.
 
FIU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이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목록을 공유해 해외 거래소로 송금할 때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에서 암호화폐를 사들여 국내에서 파는 방법으로 자금을 세탁하거나 세금을 회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BIS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와 한국 등 24개국 대표들은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를 열고 암호화폐 관련 국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한국 시장은 한때 ‘김치 프리미엄(해외 시장보다 비싼 가격 형성)’이 40~50%에 달하며 비이성적 투기과열이 존재했다”며 “현재는 국내외 가격차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 과열이 진정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BIS는 최근 발간한 올해 연차보고서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경고와 정책적 시사점을 담았다. 암호화폐는 채굴 등 분산시스템 유지를 위해 엄청난 전력을 소비할 뿐 아니라 거래시간이 오래 걸려 비효율성이 크다고 BIS는 지적했다. 예컨대 비자카드(3526건)와 마스터카드(2061건)는 초당 평균 수천 건의 거래를 처리하지만, 비트코인(3.3건)이나 이더리움(3.18건)은 초당 3건 정도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BIS는 “암호화폐는 제한된 거래만 블록 단위로 처리해 거래가 폭증하면 거래체결을 위해 높은 수수료가 필요하거나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며 “거래 건수가 증가할수록 이용이 불편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BIS는 사기성 암호화폐 공개(ICO)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증가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암호화폐를 발행할 때는 ‘백서’라는 일종의 투자설명서를 공개하는데 이 서류가 부실하거나 ICO 이후 웹사이트가 중단되는 등 사기성 ICO의 비율이 24%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ICO의 평균 네 건 중 한 건꼴은 사기로 의심된다는 뜻이다.
 
BIS는 암호화폐의 신뢰구조는 쉽게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를 검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채굴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장부조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오류수정 등의 이유로 새로운 원장을 만드는 ‘포크’가 발생할 경우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운영 주체가 명확하고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소액송금 등 특정 분야에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BIS의 입장이다. 특히 무역거래 등 복잡한 처리절차가 필요한 곳에 스마트 계약을 적용해 자동화할 수 있다고 BIS는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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