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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420만원 아낀다” 카셰어링족 650만 시대

2012년 설립된 쏘카는 설립 6년 만에 보유차량 1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사진 쏘카]

2012년 설립된 쏘카는 설립 6년 만에 보유차량 1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사진 쏘카]

18개월 아이를 둔 회사원 박민석(33·서울 신정동) 씨는 주말마다 카셰어링(차량공유) 서비스 ‘쏘카’를 빌려 타고 마트에 간다. 박 씨 부부가 주말에 2~3시간 공유차를 타는 데 쓴 비용은 대략 월 5만원. 박 씨에게 할당된 다세대주택 주차면을 ‘쏘카존’으로 제공하는 대신 쏘카를 반값에 쓰는 상품에 가입했다. 박 씨는 “우리 빌라 15세대 중 6세대가 쏘카를 탈 정도로 인기가 많아 예약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차량공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1위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보유 차량 1만대를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2012년 쏘카가 차량 100대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6년 만이다. 카셰어링의 원조 격인 미국 집카(ZipCar)가 1만대 돌파에 10년 이상 걸린 데 비해 성장세가 빠르다. 쏘카의 회원 수는 현재 400만을 바라본다. 성상현 쏘카 홍보팀장은 “카셰어링을 통해 이산화탄소 15만2000t과 주차용 부지 86만㎡(약 26만 평)를 우리 사회가 줄인 셈”이라고 말했다.
 
쏘카에 이어 업계 2위인 롯데렌탈의 그린카 회원 수(250만 명)까지 합치면 국내 카셰어링 인구는 650만 명 이상이다. 이들 중 70~80%가 20~30대다. 집이나 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소비 방식에 익숙한 이들이 최근 5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거대 도시 서울 곳곳에 카셰어링 주차장 수천 곳이 생기는 등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이용자가 급증했다. 필요한 지역에 차를 직접 가져다주고(쏘카), CU편의점을 주차 거점으로 확보하는(그린카) 등 사용자 편의를 높인 서비스도 많아졌다. 서울에선 전체 시내 교통량의 2~3%를 카셰어링이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이 비율은 1%였다.
 
개인이 체감하는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다. 신차(아반떼AD 기준)를 사는 대신 공유 차량을 쓰면 연간 421만원을 아끼는 셈이 된다.  그렇다 보니 중소형 아파트단지나 거주공간 공유서비스에서 카셰어링을 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신홍 바다쉐어하우스 대표는 “직장생활을 갓 시작한 20~30대가 입주민”이라며 “카셰어링 주차장을 셰어하우스 앞에 마련했더니 입주민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인끼리 자동차를 빌려줄 수 있는 미국 1위 P2P 카쉐어링 서비스 투로(TURO). [사진 투로 홈페이지]

개인끼리 자동차를 빌려줄 수 있는 미국 1위 P2P 카쉐어링 서비스 투로(TURO). [사진 투로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더욱 보편화되려면 더 다양한 공유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엔 대여할 차를 보유한 업체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차량을 분 단위로 빌려주는 B2C(기업-소비자 간) 카셰어링만 있다. 내 집 주차장에 있는 차를 이웃 주민 등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P2P(개인 간) 서비스는 없다. 미국·유럽에서 B2C 카셰어링에 이어 P2P가 등장하면서 카셰어링이 대중화되는 과정과 대조적이다. ‘자동차업계의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미국 P2P 카셰어링 1위 투로(TURO)는 차량 소유주와 차량 대여자를 연결해주고, 대신 대여료의 15~35%를 수수료로 받는 모델로 글로벌 확장 중이다. 지난해 9월엔 국내 SK그룹과 독일 다임러 등에서 92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투로에 투자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에선 개인이 자기 차를 타인에게 빌려주고 돈을 버는 건 불법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일정 수량 이상의 차량과 주차장을 보유한 사업자면 자동차 대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법이 이렇다 보니 P2P 모델은 아예 시도조차 못하고 있고, 현재의 카셰어링을 계속 활성화할 동력도 점점 떨어진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고 정책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카셰어링 업계는 P2P 모델에 조심스럽다. 이미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 등 기술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택시 업계와 충돌하며 고사 위기에 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자율주행과 카셰어링을 결합하는 모델 얘기도 나오고 교통수요 관리 면에서도 카셰어링을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일부 사업자에겐 P2P 카셰어링이 ‘카풀’보다 더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셰어링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동 스쿠터나 자율주행 같은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논의가 제한돼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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