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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현안 산적한데…경총 집안싸움 언제까지 봐야 하나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 회의장 입구에서 직무정지 조처를 당한 송영중 상임부회장(오른쪽)이 손경식 경총 회장과 조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 회의장 입구에서 직무정지 조처를 당한 송영중 상임부회장(오른쪽)이 손경식 경총 회장과 조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25일 저녁 7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직원 대표 6명이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의 자택을 찾았다. 전체 직원 91명 중 97%가 "자진 사퇴를 권고한다"는 내용의 연명부를 송 부회장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직원들은 송 부회장을 만나지 못했다. 수차례 시도한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대한 경총의 '갈지자(之) 행보' 논란 이후 송 부회장과 직원들이 갈등이 외부로 노출됐다"며 "서로를 '적폐 세력'으로 여기고 있어 타협점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총은 다음 달 3일 회원사 총회를 앞두고 있다. 경영계엔 핵폭탄급 파급력을 미칠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재계 최대 관심사가 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청와대에선 경제 성적 부진에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며 '경제 라인'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춰 경총이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경총은 '콩가루'가 된 집안부터 수습하는 일이 최우선 업무가 돼 버렸다.
 
경총 안·팎의 말을 들어 보면, 송 부회장과 사무국 간 갈등은 수습될 수 있는 국면을 넘어섰다. 표면적인 갈등 이유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 안에 대한 의견 차이를 거론하지만, 이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하면 해결될 여지는 있다. 진짜 문제는 서로를 '적폐'로 규정하며 감정싸움으로 번진 점이다. 양쪽 다 자존심을 접지 않으면 물러설 곳이 없게 됐다. 경총 관계자는 "송 부회장은 직원들이 그동안 처리해 온 업무 관행을 인정하지 않고, 직원들은 그런 송 부회장을 사무국 업무 총괄자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경총의 업무 관행에 미흡한 점도 분명히 있다. 신임 회장을 선임할 때마다 '회장 추천위원회'와 같은 공식 절차 없이 전임 회장이 신임 회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회장단 승인을 거치는 방식을 48년 동안 해 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수장을 주먹구구식으로 뽑다 보니 올해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다만, 이런 미흡한 점들은 경총 내부에서 의논해 체계를 만들어 나갈 일이지, 그동안의 관행을 모두 부정한다고 바뀌는 건 아닐 것이다.
 
다음 달 3일 총회에서 송 부회장의 해임 여부가 결정된다. 경총은 '집안싸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에 고군분투 중인 400여개 회원사를 총회에 불러모은 것부터 부끄러워해야 한다. 총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송 부회장과 사무국 직원 모두는 결과에 승복하고 산적한 현안 대응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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