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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만든 '국민 삶의 질 지표' 아시아에 전파할 겁니다”

황수경 통계청장 - 마리오 페치니 OECD 개발센터 소장 '미래의 웰빙' 주제 파리 대담
황수경 청장
한국사회 특화 부분 통계 반영, 국민 삶의 질 개선에도 큰 역할
 
마리오 페치니 소장
부의 집중 막기 위한 논의 계속
개도국선 공공.민간 균형 중요
 
 
“한국에서 개발한 ‘국민 삶의 질 지표’를 정교하게 발전시켜 아시아에 전파할 계획입니다. 서양 사람들과 다른 아시아의 생활양식, 가치를 반영한 삶의 질 측정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황수경(55) 통계청장이 국민 삶의 질 지표를 발전시켜 수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마리오 페치니(Mario Pezzin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센터 소장과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대담 현장에서다. 황 청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은 OECD가 발표하는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BLI)’와 비슷한 방법으로 삶의 질을 측정하지만 한국 사회의 특화된 부분을 통계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간과 소득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한국에서는 아직 소득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크듯, 서양 사회와 다른 부분을 충분히 반영해 삶의 질을 측정해야 한다”는 게 황 청장의 설명이다.
 
‘살 만한 세상’이나 ‘인간다운 삶’으로 표현되는 삶의 질 문제는 지난 수 년 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자리잡았다. 통계청이 지난 2015년 처음으로 ‘국민 삶의 질 지표’를 개발해 발표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이 같은 사회상의 반영이다. 이후 ‘저녁이 있는 삶’이란 표어가 인기를 끌고, ‘사람 중심 경제’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다. 최근에는 일과 여가의 균형을 일컫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황 청장과 마리오 소장의 대담은 ‘미래의 웰빙(Well-Being)’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대담 진행을 맡은 윤종원(58) 주 OECD 대표부 전 대사는 “지난 30년간 급격한 세계화와 기술 발전이 대부분의 삶을 바꿨다면 이제는 삶의 질을 중심으로 사회,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면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세계 곳곳의 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사는 지난 26일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황수경 통계청장(왼쪽)이 주 OECD 대한민국 대표부 윤종원 전 대사(가운데)와 마리오 페치니 OECD 개발센터 소장(오른쪽)을 만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정책의 수립에 있어서 통계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OECD세계포럼 준비기획단]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황수경 통계청장(왼쪽)이 주 OECD 대한민국 대표부 윤종원 전 대사(가운데)와 마리오 페치니 OECD 개발센터 소장(오른쪽)을 만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정책의 수립에 있어서 통계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OECD세계포럼 준비기획단]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대는 세계적 추세다. 마리오 소장은 “우리가 그 동안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동안 경제 불평등, 소득 양극화 현상은 높은 수준으로 확대돼 왔다”고 지적하면서 “경제 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부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OECD에서 관련 논의를 계속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거론되기 시작한 ‘포용적 성장’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 회원국 중심의 개발 정책에 집중했던 OECD는 포용적 성장을 주요 아젠다로 설정한 뒤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통합 포괄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2011년부터는 OECD 통계국이 매년 BLI 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대담 참석자들은 앞으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을 결정할 사회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디지털화와 정부 통치 방식(거버넌스)의 변화, 그리고 올바른 기업 활동이다. 황 청장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환경에서 어떤 정보가 유용한지를 선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통계가 정확해야 정부도 제대로 된 정책 목표를 잡을 수 있고, 진행 과정을 통계로 계속 모니터링해야만 정책의 성공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통계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게 황 청장의 설명이다.
 
마리오 소장은 민주적 거버넌스(통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화에 따른 경제 발전이 악순환 구조에 잘못 들어가면 국민들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는 반면 공공서비스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사교육 시장이 성행하고,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등의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정부 외 민간 기업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마리오 소장은 “선진국에서는 민간 기업의 개입이 삶의 질 향상에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업 활동이 오히려 올바른 사회 발전을 방해하기도 한다”면서 공공 부문과 민간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OECD는 지난 2004년부터 2~3년에 한 번씩 통계 지식 및 정책에 관한 'OECD 세계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포괄하는 발전지표를 개발하고 삶의 질 향상 방안을 모색하는 게 목표다. 포럼 참석자들은 사회 발전 및 통계 측정 등을 주제로 정부와 사회 각 부문의 역할을 논의한다.
제 6차 OECD 세계포럼은 오는 11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한국은 2009년 부산에서 열린 제 3차 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회의 주최국이 됐다. 황 청장은 “OECD의 강력한 추천으로 부산 포럼에 이어 한국이 6차 포럼도 개최하게 됐다”면서 “이는 국제통계사회에서 한국의 리더십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며, 2009년부터 시작된 통계청의 삶의 질 측정 노력의 성과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6차 포럼의 주제는 이날 대담에서 다룬 ‘미래의 웰빙’이다. 마리오 소장은 “OECD 세계포럼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관한 세계의 지혜와 경험이 응축된 현장”이라면서 “정책입안자와 석학, 통계전문가, 시민사회, 민간기업 등 수천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더 나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정책‘ 목표 실현을 위한 밑그림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럼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공식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리=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센터=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해 공동의 관심사를 비공식적으로 토론하는 기관. 이사회는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로 구성되고 일부 개발도상국과 신흥 경제국은 정회원 자격으로 참가한다. OECD 개발센터는 OECD 회원국과 나머지 파트너 국가(비회원국)가 만나 향후 개발 과제의 긍정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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