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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반이민 정책’ 트럼프 손 들어줬다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항의 시위를 하러 나온 시민들. [EPA=연합뉴스]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항의 시위를 하러 나온 시민들. [EPA=연합뉴스]

미국 대법원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미 연방대법원은 26일(현지시간) 하와이주 정부가 이슬람권 5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종교적 차별을 금지한 헌법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근 '무관용 정책'으로 불법 이민자를 모두 기소하며 그들을 미성년 자녀와 격리 수용해 비난에 시달렸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든든한 우군을 만난 셈이다. 반이민 정책을 계속 추진할 동력도 얻었다.
 
트럼프는 판결이 나온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대법원이 트럼프의 입국 금지를 인정했다. 와우!”라는 글을 올리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성명을 내고 “대법원은 국가 안보를 수호할 대통령의 권한을 인정했으며, 이는 미국 국민과 헌법의 대단한 승리”라고 밝혔다. CNN 등 미 언론도 “백악관의 큰 승리”라 분석했다.  
온두라스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던 엄마가 붙잡히자 울고 있는 아이. 이런 사진들이 공개되며 불법 이민에 대한 트럼프의 '무관용 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연합뉴스]

온두라스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던 엄마가 붙잡히자 울고 있는 아이. 이런 사진들이 공개되며 불법 이민에 대한 트럼프의 '무관용 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등 이슬람권 7개국 국가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취임 직후였다.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았을 뿐 아니라 해당 국가 국민에게 큰 충격과 좌절을 안겼다. 공항에서는 대혼란이 일어났고 가족이 생이별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러자 지난해 9월엔 이슬람권 국가를 5개국으로 줄인 대신 북한과 베네수엘라, 차드를 추가한 수정안을 내놨다. 새로운 3개국이 포함된 데 대해선 ‘종교 차별 논란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4월엔 차드를 제외해, 최종적으론 이란ㆍ리비아ㆍ시리아ㆍ예멘ㆍ소말리아ㆍ북한ㆍ베네수엘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이 금지됐다. 거듭 수정되면서도 ‘이슬람권 주요 5개국 국민’에 대한 입국 금지는 유지한 것이다.
 
하와이주가 위헌이라며 문제 삼은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종교 차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찬성 5명, 반대 4명의 판결로 반이민 행정명령이 종교적 차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닐 고서치 등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덕이었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트럼프가 고서치 대법관을 임명한 이후 보수 우위 구도가 됐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은 이민 분야에서 국가 안보를 고려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이 행정명령이 국가 안보 측면에서 정당하다”고 밝혔다.  
닐 고서치 대법관

닐 고서치 대법관

하지만 이번 결정에 격렬히 반대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번 판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의 구금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1944년의 판결과 다르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소송을 제기한 하와이주 정부 또한 “우리는 소수의견을 낸 판사들의 의견에 동의하며, 여전히 이 행정명령이 위헌이며 전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전역은 들끓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은 환호하는 반면 민주당과 언론은 크게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수적 성향의) 고서치 대법관을 지명한 트럼프의 결정이 결국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분석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판결"이라 꼬집었다.  
 
톰 페레즈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차별은 국가 안보 전략이 될 수 없고, 편견은 애국심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버트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 또한 “오늘은 모든 이들에게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미국 의회에 입성한 최초의 무슬림 의원인 키스 엘리슨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슬람 혐오, 종교 차별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무관용 정책'이 맹비난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밀입국 이민가족 격리 조치를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무관용 정책'이 맹비난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밀입국 이민가족 격리 조치를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법원의 결정으로 인종 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이 번져나갈 것”이라며 우려했고, 이민자권리프로젝트 측은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중대한 실패로 기억될 것”이란 내용의 성명을 냈다.  
 
반면 공화당은 환영의 기색을 나타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 행정명령은 종교 차별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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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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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