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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최소한의 예의

윤정민 산업부 기자

윤정민 산업부 기자

한국과 스웨덴의 월드컵 경기가 있고 며칠 뒤였다. ‘유효 슈팅 0개’ 보다 더 어이없는 기사를 봤다. 한 대표 선수의 아내가 악플 때문에 SNS를 닫았다는 거였다. 특히 황당했던 건, 선수 아내와 자녀의 외모를 비하하는 악플들이 쏟아졌다는 사실이었다. 굳이 SNS에 찾아가, 축구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과도 ‘1도’ 관계가 없는 남의 가족 외모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그러고 보니, 며칠 전 한 카페에서 있었던 일도 떠올랐다. 기사를 쓰기 위해 구석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옆 테이블에 중년 여성 일곱명이 들어왔다. 테이블 사이 간격은 좁았고, 마침 이어폰도 없었다.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보려 해도 헛수고였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처음 몇 분 동안 들린 얘기는 엿듣기에 흥미로운 내용이 아니었다. 주로 자녀들의 취업이나 결혼 등에 대한 평범한 대화였다. 그런데 조금 뒤, 몇 마디가 귀에 꽂혔다.
 
“우리 딸은 진짜 말을 안 들어. 수술을 시켜 준다는데도 자꾸 괜찮다고 한다니까. 아니, 가슴이 좀 있어야지 그래도. 우리가 살아봐서 알잖아. 이번엔 무조건 시켜야겠어.”
 
“그렇지.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아직 어려서 몰라서 그래. 딸 좀 잘 구슬려 봐.”
 
내용은 대강 이랬다. 나는 움찔했다. 벌건 대낮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얼굴도 모르는 여성의 가슴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가슴 크기가 딸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머지 여섯명 중 단 한 사람도 “가슴 크기가 뭐 중요한가”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국가대표 선수 가족의 외모를 헐뜯는 악플러와, (최대한 좋게 포장해서) 딸 아이가 외모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성형수술을 권하는 부모. 상황도 결도 다른 두 얘기를 함께 나열한 건, 뻔한 얘기를 한 번쯤 꼭 해야겠어서다. 외모지상주의? 아니다. 이건 외모지상주의까지 갈 필요도 없는 얘기다. 그보다도 훨씬 더 뻔하고 식상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대한 얘기다.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모습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에 대해 본인이 원한 적 없는 평가나 걱정을 늘어놓는 건, 권리도 애정도 뭣도 아닌 그냥 혐오이고 차별이다. 그리고 본인이 선택한 적 없는 조건 때문에 혐오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건 우리가 최소한, 그리고 최후까지 지켜야 할 예의다. 축구에 분노한 익명의 악플러든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든, 지킬 건 지켰으면 한다.
 
윤정민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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