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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가 불복 '재판 불신시대', 양승태 사법부가 기름 붓다

불신 받는 재판, 항소율 4년 새 30%서 43%로 
서울 서초동에서 활동하는 A변호사는 최근 1심 재판이 끝난 고소사건만 생각하면 울화가 터진다. 재판부에 수차례 현장검증을 요청했지만 당초 받아들이겠다던 재판장은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이를 취소해 버렸다. 피고인이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고소인을 무고하는 것이냐. 유죄가 인정되면 중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윽박지르듯 말했다. 인사이동으로 재판장이 바뀌고서야 재판은 공정해졌다고 한다.
 
A변호사는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을 접하고 설마했는데, 내 사건에서 그런 상황을 겪고 보니 사법 시스템 자체에 회의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B변호사는 “지방의 한 법원에선 변호인이 부동의한 증거를 담당 판사가 동의했다고 기재해 법정에서 강력 항의하자 얼버무리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며 “변호인 의견서를 안 읽었는지 판결문 선고 이유에 엉뚱한 얘기를 써 놓는 등 ‘제멋대로 원님 재판’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우리 사회 갈등 해결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사법부가 불신의 시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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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단계부터 시작해 하급심인 1·2심 재판, 상고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서 단순히 결과에 불복하는 것을 넘어서는 추세다. 구속영장 전담판사들은 정치적 사건의 영장발부 판단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찬사와 비난의 갈림길에 서는 게 다반사가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은 사법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은 지난달 30일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만나 “대법원 재판이 왜곡됐으니 재판을 다시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미 3년 전에 부당해고 소송 최종 판결이 나왔지만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은 지난 7일 대법원 판단을 정부가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사와 법학교수, 법원 공무원들도 시국선언과 시위에 동참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결정으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행정부 소속인 검찰의 강제 수사 압박을 받고 있다. 모두 사법 사상 초유의 일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이는 27%로 OECD 42개국 중 39번째로 적었다. 이들 국가 평균(54%)의 절반 수준이다.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비율도 높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6년 형사사건의 항소율은 42.97%로 2012년 29.5%보다 껑충 뛰었다.
 
원인은 뭘까. 각급 법원의 일부 부실한 재판이 도마에 오르고,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데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법 시스템까지 한계를 드러내면서 법원 불신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판사·국회의원을 지낸 서기호 변호사는 “법원행정처가 중앙집중식으로 제도개혁을 추진하다 보니 법원 조직이 비민주화, 관료화되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법관이 수직적 피라미드 구조하의 일원으로 전락하면서 재판의 질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이번 사태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사법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으며 이제부턴 사법 행정과 재판 제도 같은 사법 시스템의 총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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