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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재판에 집중, 사법행정서 손떼야”

불신 받는 재판 <상>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없애고 행정 전문인력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인사, 사법행정 분야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행정처가 판사들의 정치적 ‘오염 통로’가 됐다는 게 대법원장의 기본 인식”이라고 전했다.
 
법원 조직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대법관-법원장-고등법원 부장부터 지방법원 배석판사까지 ‘암묵적’ 서열이 정해져 있다. 행정처 요직을 거치고 나면 일선에서 재판만 한 판사보다 더 인정받고 승진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져 왔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비(非)법관인 사법 전문인력이 행정을 맡는 ‘법원행정처의 탈판사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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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사법행정의 결정기구와 집행기구를 분리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장·고등법원장·지역별 대표 판사 등 26명으로 구성된 사법부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연방사법회의’가 1년에 두 차례 열린다. 법원행정처는 여기서 결정된 사항을 집행만 하고 연방사법회의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 행정처장을 연방대법관이 맡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행정처에 상근 판사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대법원과 함께 최고 재판소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소에서는 판사가 행정 업무를 하지 않는다. 대법원의 법원행정처 격인 헌법재판소 사무처 처장은 재판관이 아닌 외부 인사가 맡는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김헌정 사무처장은 검사 출신이다. 사무처 실무자들은 모두 판사가 아닌 공무원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제왕적 대법원장’하에서 집중됐던 권한을 일선 법관들에게 분산시키는 방안이 일부 실행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상설화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사무 분담을 법원장이 아닌 일선 판사들의 손에 맡겼다. 사무 분담을 할 판사는 전체 판사들이 모여 회의를 해 결정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판사회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특정 모임에 의해 세력화될 경우 사무 분담도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행정 분야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재판의 질을 높이는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판사 눈치보기’의 온상으로 지목된 고법부장 승진 제도가 폐지됐고, 법조 경력을 쌓아야만 판사로 임용될 수 있는 경력법관제가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원로 법관들을 1심 법원에 배치하는 평생법관제도 시행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가시적인 성과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이원화를 통해 지법판사는 지법에서만, 고법판사는 고법에서만 일하게 하는 제도가 순차적으로 시행 중이다.  
 
차제에 미국처럼 1심과 2심, 3심 법원을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찬희 서울변회장은 “사법행정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재설계해야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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